[류혜숙의 여행스케치] 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

  • 류혜숙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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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23   |  발행일 2016-12-23 제36면   |  수정 2016-12-23
1만8천여년 바닷바람이 빚어낸 모래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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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리 해안사구. 해빈보다 2∼3m 높게 펼쳐져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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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리 사구의 모래언덕. 사구 표면에 바람자국이 보인다. 사구는 상당 부분 초본류로 뒤덮여 있으며 배면의 산림사구에는 곰솔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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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리 해안에는 날아오는 모래를 잡아두기 위한 나무기둥들이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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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리 사구센터의 후문에서 서문으로 가는 길. 반대 방향으로 가면 정문인 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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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리 사구의 배후 습지인 두웅습지. 대표 동물인 금개구리 상(像)이 습지를 지키고 있다.

모래언덕은 그 너머의 바다를 감출 만큼 높았고, 모래의 땅에는 마른 풀들이 돋아 있었다. 풀들은 모든 에너지를 뿌리에 집중시키고, 그 뿌리로 모래땅을 꽉 쥐고는 바람에 저항해 낮게 웅크린 모습이었다. 서쪽으로 나아갈수록 바다는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곧 거의 평평해 보일 만큼 기울기가 낮은 넓은 해변이 펼쳐졌다. 해빈은 절반쯤 젖어 있어 만조의 높이를 선명히 보여주었다. 뒤돌아 모래 언덕을 바라보았다.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받아 단단해진 모래 언덕은 고대의 방벽처럼 보였다.

습지도 공존하는 국내 최대 해안사구
너비 500∼1300m로 3.4㎞ 걸쳐 대장관
해빈보다 3m 높은 표면…바람자국 선명

바다와 직선으로 700m 거리 두웅습지
금개구리 등 희귀종 서식 생태계 보고
사구센터엔 해당화 등 향기체험 코너도

◆국내 최대의 모래 언덕, 신두리 사구

간조로 인해 넓어진 백사장 뒤로 약 3.4㎞의 모래언덕이 이어진다. 그것은 좁게는 500m, 넓게는 1.3㎞ 너비로 펼쳐져 있다. 충남 태안의 신두리 모래언덕.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해안사구(砂丘)다. 높고 낮은 부드러운 굴곡을 지녔으며, 오롯한 모래언덕이 있는가 하면 이름 모를 풀이나 억새로 뒤덮인 언덕, 순비기나무나 해당화와 같은 관목이 군락을 이룬 언덕 등 다양한 모양과 식생을 가진 언덕이 연이어져 있다.

해안사구는 해류와 연안류에 실려 온 모래가 파도에 밀려 해변에 상륙한 후 바닷바람에 의해 다시 내륙으로 운반되어 형성된 모래 언덕이다. 그 시작은 약 1만8천년 전인 최후의 빙하기 때로 볼 수 있다. 빙하기가 천천히 해빙기로 접어들면서 해수면이 점차 상승했다. 서해 깊숙이 바닷물이 밀려들어왔고, 해안에서는 활발한 퇴적작용이 일어났다. 그러다 약 6천년 전을 기점으로 현재의 해수면이 유지된 이후에는 바람이 모래를 실어왔다. 신두리 앞바다의 해저와 해빈에는 모래가 풍부했고, 겨울마다 불어오는 강한 북서계절풍은 모래를 옮겨 쌓는 일에 능했다. 그렇게 시나브로 쌓인 모래는 거대한 사구가 되었다.

사구의 표면은 해빈보다 대개 2~3m 높다. 바다와 가까운 사구의 표면에는 얕은 물결모양의 바람자국이 선명하다. 실뱀의 군대가 전진한 듯한 모습이다. 해수에 의해 침식된 사구의 단면에서는 층리와 완만하게 기울어진 사층리도 볼 수 있고, 또한 바람에 의해 가운데가 움푹하게 침식된 블로아웃(blowout) 구조도 볼 수 있다. 바람이 돕고 눈이 밝다면 사막에서 볼 수 있는 초승달 모양의 사구인 ‘바르한’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 모래 언덕에 불어오는 탁월풍의 방향을 보여준다.

사구의 표면은 상당 부분 풀로 덮여 있다. 이들은 소금기가 있는 땅에서 잘 자라는 염생식물(鹽生植物)로 갯그령, 통보리사초, 해당화, 갯메꽃, 갯방풍, 모래지치, 갯쇠보리, 좀보리사초 등이다. 풀을 먹고 사는 초식동물들이 함께 살고, 그들을 먹이로 하는 육식동물도 같이 산다. 모래의 유실을 막고 뭇 생명들을 보호하기 위해 신두리 사구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대신 데크 탐방로가 놓여 있으며 3개의 코스가 개설되어 있다. 모래언덕, 고라니동산, 억새골, 해당화동산, 옛날 운석이 떨어진 모래밭이라는 작은 별똥재 등 특별한 사구지형들을 이은 길이다. 길을 벗어나면 CCTV를 보고 있던 관리인의 경고 방송이 가차 없이 쏟아진다.

◆마르지 않는 습지, 두웅습지

신두리 해안사구는 해안초지, 산림사구, 사구습지의 세 구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모래언덕, 풀과 관목으로 피복된 언덕 등 대부분의 구역이 해안초지다. 육지 쪽에 철갑처럼 두르고 선 숲은 산림사구 구역이다. 곰솔과 아카시아 나무가 가장 많다. 그리고 배후 산지의 전면에 사구의 형성으로 만들어진 습지 구역이 있다. 두웅습지(斗雄濕地)다.

숲으로 둘러싸인, 길이 200m, 폭 100m가량의 작은 습지다. 바다와는 직선거리로 약 700m 떨어져 있다. 옛날 이곳은 약 7천년 전에 형성된 산자락이 바다와 맞닿은 해안이었다. 사구가 형성되기 전, 빗물은 산을 타고 바다로 갔다. 사구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산과 모래언덕 사이에는 골짜기가 생겼고, 바다로 가던 빗물은 골짜기에 고이기 시작했다. 사구가 성숙해지면서 습지도 성숙해졌다. 그리고 비로소 습지 환경에서만 살 수 있는 동식물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두웅습지의 가장 밑바닥에는 사구가 형성될 때 바람에 날려 온 가는 모래가 쌓여 있다. 그 표층은 지금 주변에서 유입된 점토 성분과 수생식물의 사체와 같은 유기물로 덮여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식물 311종, 육상곤충 110종, 어류와 양서류 20여종이 살고 있다고 한다. 금개구리와 표범장지뱀과 같은 희귀종도 다수 포함돼 있다. 두웅습지는 2002년 사구습지로는 처음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고 2007년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다.

◆신두리 사구센터

신두리 해안사구가 시작되는 시점에 자리하고 있는 사구센터는 지하 1층~지상 1층의 건물로 신두리 해안사구와 두웅습지에서 살고 있는 동식물을 보다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사구의 역사와 현재, 생태환경 등이 전시물들과 함께 설명되어 있어 신두리 해안사구를 둘러보기 전에 방문하면 더욱 좋다. 사구에서 자라는 해당화나 갯방풍, 순비기나무 등의 향기를 맡아볼 수 있는 코너도 있다. 모래를 만지며 그림을 그려보는 샌드아트와 신두리 해안사구의 식물과 동물의 발자국 모양을 찍어볼 수 있는 탁본 체험도 할 수 있다.

센터 주변에는 옛날 이곳도 사구였으리라 짐작되는 모래언덕이 보인다. 바닷가에 줄지어 서있는 펜션들의 땅도 예전에는 사구였다. 사구는 개발과 건설로 인해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 신두리의 사구가 거대하게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1990년 초반까지 군사상의 이유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해안 모래밭에 날아오는 모래들을 잡아두기 위한 나무기둥들이 박혀 있다. 모래가 어떻게 저 기둥들에 잡히는지 모르겠다. 다만 햇빛 때문에 캄캄한 나무가 눈먼 채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믿을 뿐.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정보

경부고속도로 대전을 지나 회덕 분기점에서 호남고속도로 251번 지선을 타고 당진 전주방향, 다시 유성 분기점에서 30번 고속도로 당진방향으로 간다. 당진 분기점에서 15번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군산방향으로 가다 서산IC로 나간다. 32번 국도를 타고 서산을 관통해 태안방면으로 계속 간다. 태안읍 군청 지나 두야교차로에서 우회전, 무내교차로에서 좌회전해 603번 지방도를 타고 원북면으로 간다. 원북면 반계교차로에서 좌회전, 잠시 후 닷개 삼거리에서 신두리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해 계속 들어가면 된다. 신두사구는 진입 방향에서 가장 끝, 신두리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다. 사구 초입에 사구센터가 있다. 사구센터와 사구 탐방로는 매주 월요일과 신정, 설날 및 추석은 휴관하며 동절기인 11월에서 2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절기인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입장료는 무료다. 두웅습지는 사구에서 산책로를 따라 걸어서 갈 수도 있고, 신두3리를 거쳐 차로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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