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연예계 3대 낚시천왕’ DJ DOC 이하늘과 함께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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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23   |  발행일 2016-12-23 제38면   |  수정 2016-12-23
“벵에돔 바다찌낚시 묘미에 푹…10여년째 시간만 나면 대마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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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늘씨가 철수 직전 대마도 남쪽 별섬 갯바위에서 4짜 후반급 벵에돔을 낚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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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낚은 벵에돔과 다나카 다카시 프로가 낚은 벵에돔 씨알을 비교해 보고는 ‘아, 창피해’ 하며 멋쩍게 웃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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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자세로 제법 굵은 4짜급 벵에돔을 제압하고 있는 모습.

15년前 대구의 붕어꾼 아지트서 본 후
이달 대마도 남쪽 별섬서 만난 이하늘
갯바위 끝 日 다나카 프로 옆 자리잡곤
쉴새없이 채비 던져 벵에돔꾼 실력 과시

무늬오징어 맛에 빠져 밤엔 에깅낚시
숙소 앞 방파제서 예사롭잖은 샤크리
1시간 종횡무진에도 빈손…다음 기약
‘악동뮤지션’의 ‘천상 낚시꾼’면모 감탄


“자신 있어요. 여기는 제 냉장고이거든요.”

지난 11일 오후 2시30분. 대마도 남쪽 별섬에서 만난 이하늘씨의 첫마디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대마도 벵에돔낚시 경력만 10여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다이와가 초청한 다나카 다카시 다이와 이소 필드테스터와 한국 대표 힙합그룹 DJ DOC의 리더 이씨가 만난 날. 이덕화, 이경규, 이하늘, 이 세 사람은 이(李)씨 성을 가진 연예계 3대 낚시천왕으로 불린다.

◆연예계 3대 낚시천왕 중 한 사람

성큼성큼 갯바위 끝으로 걸어가는 이씨, 다나카 프로의 옆에 자리를 잡는다. 발 앞에 서너 주걱의 밑밥 품질을 한 후 다시 포인트 주변에 밑밥을 넣고 채비를 던진다. 찌가 잠기기 시작하자 살짝 뒷줄 견제를 하더니 휙~ 낚싯대를 세운다. 득의양양한 웃음. 옆에 있던 다나카 프로의 낚싯대도 휜다. 두 사람이 동시에 벵에돔을 걸었다. 이씨, 눈대중으로 자신이 낚아낸 벵에돔과 다나카 프로의 벵에돔 씨알을 확인한다.

“아~ 창피해~!”

얼핏 봐도 다나카 프로가 낚은 벵에돔은 4짜급이다. 반면에 이씨가 낚은 건 30㎝급.

“자리 좀 바꾸자고 말해 주세요. 원래 저 자리가 포인트란 말야.”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김종필 한국다이와 마케팅 과장에게 투정을 부리는 이씨. 그러나 ‘일본 다이와 구레마스터스 5회 우승자가 바로 저 사람, 다나카 프로’라는 김 과장의 설명을 듣자 이씨의 표정이 바뀐다. 이내 그는 다나카 프로를 향해 익살맞은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유(YOU) 프로(pro), 아이(I) 아마추어(amateur).” 그러니 ‘당신이 나보다 큰 걸 낚는 건 당연한 거’라는 뜻이다.

15년 전쯤, 나는 대구의 한 낚시점에서 이씨를 우연히 본 적이 있다. 그때 이씨는 이른바 ‘대물 붕어낚시’에 푹 빠져 있었고, 그 낚시점은 새우나 메주콩을 미끼로 하는 대형붕어 전문꾼들의 아지트였다. 그런 그가 바다 찌낚시도 즐긴다는 말을 듣긴 했으나 직접 갯바위에서 그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바다 찌낚시도 한 15년 됐어요. 처음 2년 정도는 감성돔낚시를 다니다가 이걸 알고부터는 지금까지 벵에돔낚시만 다닙니다. 감성돔낚시보다 이게 더 재밌어요.”

이씨는 민박이 몇 집 없던 시절부터 가거도 출조를 해오다가 10년 전부터는 시간만 나면 대마도를 찾는다고 한다.

◆‘수취인 분명’ 부른 후 바로 대마도行

그의 이번 대마도 입도는 원래 하루 전날인 지난 10일로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서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행사 무대에 올라야 했고, 그 바람에 대마도 출조 일정을 하루 늦췄단다. 그날 DJ DOC가 광화문에서 부른 노래가 문제의 ‘수취인 분명’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직접적으로 ‘까는’ 노랫말로 ‘사이다’라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가사 중 일부에 여성비하 표현이 담겼다는 논란을 일으킨 노래 ‘수취인 분명’.

어쨌든 그는 그날 자정이 넘도록 광화문에서 촛불집회 공연을 한 후 밤새 부산까지 가서 배를 타고 다음 날 대마도 별섬 갯바위에 올랐다. 피곤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씨는 낚싯대만 들면, 갯바위에만 서면, 활력이 넘친다고 한다. 실제로 이날 이씨는 철수배가 들어오는 오후 6시까지 갯바위 끝에 서 있었다. 쉴 새 없이 채비를 던졌다. 옆에서 본 이씨의 벵에돔낚시는 수준급이었다. 조류가 빠르고 멀리 형성돼 있는 포인트를 노리기 위해 잠길찌낚시를 구사했다. 그리고 그는 4짜급을 포함해서 여러 마리의 벵에돔 손맛을 봤다. 그럴 때마다 그의 얼굴은 어린아이처럼 맑았다.

◆악동과 뮤지션, 그리고 낚시꾼

민박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은 후 그가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피곤해서 자려고 하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다. 짐 가방에서 그가 꺼낸 건 에기가 잔뜩 든 태클박스. 준비해 온 에깅대 하나를 들고는 민박집 문을 나선다. 이때가 밤 9시30분.

“요 앞에서 한 시간만 던져 보려고요.”

무늬오징어 에깅을 하겠다는 거다. 전날 밤샘 공연을 하고, 좀 전까지 갯바위에서 벵에돔낚시를 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발걸음이다. 숙소 앞 아소만의 작은 방파제에 오른 이씨는 이리저리 포인트를 옮겨가며 에깅대를 휘둘렀다. 휙휙~ 샤크리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에깅은 1년밖에 안 됐어요. 우연히 무늬오징어 맛을 봤는데…. 아시잖아요, 그 맛?”

그는 무늬오징어 먹는 재미에 빠져서 남들이 10년 할 에깅을 1년 동안 미친 듯이 다녔단다. 그러나 이날 대마도 무늬오징어는 그를 외면했다. 1시간 정도 방파제 전역에서 채비를 날리던 그는 아쉬운 표정으로 대를 접었다.

“다음에 만나면 제가 꼭 무늬오징어 잡을게요. 그때는 그걸로 소주 한 잔?”

혹자는 직설적인 말투와 돌아서 가지 않는 그의 행동이 그의 이미지를 악동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연예계에서 그는 다른 멤버들과 함께 과거에 숱한 사건 사고를 몰고 다녔다. 대중에게는 그 당시 그의 이미지가 아직도 각인돼 있다. 그에 대해 이씨는 “어렸을 때는 사사건건 부딪쳤지만 이제는 많이 편해졌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낚시가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줬다고도 말한다.

‘슈퍼맨의 비애’부터 ‘런투유(Run To You)’를 거쳐 최근의 ‘수취인 분명’까지 그의 음악은 여전히 직설적이다. 그러나 내가 만난 이하늘은 순수하다 못해 순진한 낚시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받을 빚(?)이 있다. 다시 물가에서 만나면 그가 낚은 무늬오징어를 놓고 술잔을 기울일 수도 있겠다.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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