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아저씨 성탄선물…소녀는 함박웃음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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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26 07:22  |  수정 2016-12-26 07:23  |  발행일 2016-12-26 제2면
■ 영남일보 희망인재프로젝트
성탄 전야에 후원 소녀 찾아가
작은 음악회 열고 노트북 전달
신분 안 밝히고 서둘러 사라져
20161226
성탄을 맞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희망인재를 찾아왔다. 대학생 멘토들의 캐럴 연주 속에서 희망인재 장학생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따뜻한 포옹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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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밤, 대구시 남구의 한 주택가.

꼬불한 골목길에는 인적이 끊겨 적막감마저 감돌고 있었다. 가로등만이 희미하게 길을 비추던 그곳에 갑자기 환한 조명을 밝힌 차량이 나타났다. 2대의 차에서 우르르 내린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준비했다.

잠시 후 한 소녀가 집에서 나왔다. 소녀는 낯선 풍경에 깜짝 놀랐지만, 방문단은 그녀를 위한 작은 음악회를 시작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두 대의 플루트 선율에 코러스가 더해진 천상의 화음이 밤하늘 속으로 맑게 울려 퍼졌다.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어디선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할아버지는 인자한 미소를 띠며 소녀에게 다가와 커다란 선물 꾸러미를 건넸다. 선물을 풀어본 소녀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평소 가장 갖고 싶었던 노트북이었다. 팔짝팔짝 뛰면서 좋아하는 소녀에게 이번에는 산타가 찡긋 웃으며 양팔을 크게 벌렸다. 아빠의 품처럼 크고 따뜻한 산타의 품이었다.

영남일보와 대구사회복지관협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우수인재 양성프로그램인 ‘희망인재프로젝트’에 산타할아버지가 찾아왔다. 산타할아버지의 방문은 프로젝트가 시작된 2013년부터 매년 성탄 전야에 이뤄지고 있다. 프로젝트를 익명으로 후원하는 키다리아저씨들이 산타가 되어 선물을 전달하고, 대학생 멘토들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이날 키다리아저씨는 대구·경북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60대 회장이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직접 차를 몰고 현장을 찾았던 그는 준비한 선물과 함께 따뜻함을 전한 뒤 서둘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키다리아저씨는 “참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이브다.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2016년의 모든 시름이 사라지는 것 같다. 희망인재가 꿈을 잃지 않고, 마음껏 나래를 펼 수 있도록 계속 응원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053)756-9985

글·사진=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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