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화목하되 뇌동하지 않는다(和而不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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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26 08:26  |  수정 2016-12-26 08:26  |  발행일 2016-12-26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화목하되 뇌동하지 않는다(和而不同)

마지막 남은 12월인데도 토요일 저녁이 되면 사람들이 전국 어느 곳에서든지 광장에 모여 집회를 하는 관계로 나라가 시끌벅적합니다. 구호 ‘탄핵(彈劾)’에, 상반된 의견들로 나뉘어 집회를 하기 때문에 충돌의 가능성도 있어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국어사전을 펼쳐놓고 탄알 ‘탄(彈)’자가 들어간 낱말을 찾아보았습니다. 이 낱말은 주로 ‘탄알, 포탄, 폭탄, 탄주악기(현악기), 탄핵(죄상을 들추어 논란하여 꾸짖음)’ 등에 쓰입니다. 탄핵은 조선시대 사헌부, 사간원이 설치되면서 있었던 듯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그저 사실에 대한 확인 절차나 뚜렷한 근거 없이 소문에 의한 풍문탄핵이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신하들의 근거 없는 말만 믿고 영조가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 일이 그 단적인 예입니다. 풍문탄핵의 결과로 비정한 아버지가 된 영조는 평생을 죄책감에 후회하며 살았습니다.

공자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라 했습니다. ‘사람을 사귐에 있어 덕 있는 사람은 화목하되 뇌동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화목한다는 것은 그 화목이 서로 간에는 진실된 것입니다. 이것은 관계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관계의 중요성은 기적이 일어나는 것보다도 더 절절한 화합입니다.

그래서 화이부동(和而不同)은 남들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옳음을 굽혀서 좇지 아니함을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화목하게 지내지만 자신의 주장이나 중심생각과 원칙을 잃지 아니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관이 뚜렷한 사람을 지칭합니다.

그런데 그 화목 대신에 화합하는 것처럼 보이는 뇌동이 있습니다. 이 뇌동은 부화뇌동(附和雷同)을 말합니다. ‘우레가 울리면 만물도 이에 따라 울린다’는 뜻입니다. 부화는 줏대 없는 것을 말합니다. 뇌동은 옳고 그름의 분별없이 무조건 남을 따르는 것입니다. 즉 자기의 뚜렷한 주관도 없이 남이 하는 대로 무턱대고 쫓아다니면서 따라하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즉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입니다. ‘소인은 뇌동하되 화목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사람을 대할 때 이해득실의 대상으로 봅니다. 항상 엉큼한 속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에게는 진정한 화목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화목이 아니라 곁에 붙어 다니며 곁가지처럼 요리조리 눈치를 살피며 부화뇌동(附和雷同)합니다. 진정한 화목을 알지 못합니다. 그런 사람은 언제든지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게 마련입니다.

혼란스러운 집회에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인 것처럼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의 의견에 무조건 동조하는 일도 없어야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덕 있는 사람은 태연하여도 교만하지 않습니다. 소인은 교만할 뿐만 아니라 태연하지도 못합니다. 교만은 확실성 없는 양심이 공허한 내부를 감추려는 자신만의 과장입니다. 소인은 이 자아과장으로 스스로 위로하면서 한몫 보려고 합니다. 교만을 부리는 소인들의 마음은 항상 초조하고 불안하여 태연하지도 않습니다. 태연하여도 교만하지 않음은 ‘화목하되 뇌동하지 않는다’에 있습니다.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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