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473·마지막회> 문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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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26   |  발행일 2016-12-26 제30면   |  수정 2016-12-26

옛 어른의 글에 “나에게 한 권의 경권이 있는데 결코 먹이나 종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데 펴 보니 한 글자도 없구나. 그러나 항상 큰 광명을 발하고 있도다(我有一經卷, 不因紙墨成, 展開無一字, 常放大光明)”라는 내용이 있다.

무엇이 문자란 말인가? 가깝게는 내 몸에서부터 멀리는 저 하늘 끝과 땅 끝까지 찾고 또 찾아가면 문자 아닌 것이 없다. 나의 정면 모습을 그려보면 大가 되고, 그 뜻을 살피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이 되니 그것이 상징하고 있는 뜻은 ‘크다’는 말이기도 하다.

즉 내가 두 팔을 벌리고 당당히 서 있는 모습에서 ‘나’라는 말을 긁어 낼 수 있지만 ‘나’라는 존재는 아무리 잘난 체할지라도 결국에는 땅 위에 서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곧 ‘서다’는 뜻은 ‘大’ 밑에 땅을 일컫는 ‘一’을 덧붙여 ‘立’이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와 네가 쉽게 구별되는 것은 ‘얼굴’이다. 그런데 이 얼굴 중에서 나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코’이다. 왜냐하면 코가 숨을 쉴 수 있어야 온몸이 생기를 얻어 비로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를 ‘自’로 나타낸 것인데 왜냐하면 얼굴 중에서 그래도 코가 제일 오뚝하고 그 오뚝한 까닭이 누구나 코를 세우는 코뼈가 있기 때문에 ‘’에 ‘二’를 덧붙여 ‘自’라 하였다. 그래서 自는 ‘자기’라는 뜻도 되고 ‘스스로’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입’은 ‘口’로 쓴다. 그리고 입과 코를 맞붙이면 台가 되는데 台는 코로는 숨을 쉬고 입으로는 음식을 먹어야 산다는 뜻이 되어 목구멍과 숨구멍을 다 아우른 셈이다. 그러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목숨’이 바로 이것이라는 말이다.

흔히 말하기를 “목숨보다 더 귀한 사랑"이라고 하나 사실 목숨이 더 귀한 것이다. 그렇기에 ‘台’는 목숨이야말로 가장 큰 것이라는 의미로 ‘크다’는 속뜻이 있다. 그리고 죽음 직전에 이른 상태를 ‘殆’라 하였다.

이처럼 문자를 내 몸과 결부지어 살피자면 한이 없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나무를 살펴보자. 木은 본디 땅 위로 나타난 부분과 땅 속에 묻힌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 나무라는 말이다. 이 나무에 어떤 글자가 붙는가에 따라 어떤 나무인지 결정되는 것이니 만약 ‘同’을 붙이면 ‘桐’이 되어 자랄수록 속이 비는 ‘오동나무’가 된다.

公을 붙이면 松이 되어 품위가 높은 나무가 되고, 白을 붙이면 柏이 되어 잣이라는 열매를 내놓는 귀중한 나무가 된다. 또 사람에 二를 붙이면 仁이 되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하여 ‘사랑’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木’이니 ‘’니 하는 글자들은 사물의 모형을 본뜬 글자로 이를 단독글자 즉 文(무늬)이라 하고, 松이니 桐이니 하는 글자들은 합성된 글자로 이를 字라 한다. ‘字’란 남자나 여자가 결혼을 하면 그 집안에 자녀가 불어나는 법이라 하여 불어난 글자를 말한다. 따라서 文字란 사물을 그려내는 데서 출발하여 사물과 사물의 합성에서 얻어지는 모든 사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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