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보수의 위기, TK의 위기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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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26   |  발행일 2016-12-26 제30면   |  수정 2016-12-26
[송국건정치칼럼] 보수의 위기, TK의 위기
서울취재본부장

터지고 깨지는 TK 정치권
새누리는 충청지도부 구성
보수신당은 김무성이 장악
김부겸은 ‘親文’에 포위돼
위기를 기회로 만들수 있나

내일(27일), 대구 정치 지형도가 새로 그려진다. 유승민 의원과 주호영 의원이 새누리당에서 나와 ‘개혁보수신당’(가칭) 소속이 된다. 4·13총선 때 1차 소용돌이를 거친 뒤 2차 지형변화가 일어나는 셈이다. 전체 12명의 대구 국회의원 분포는 새누리당 8명, 개혁보수신당 2명, 더불어민주당 1명(김부겸), 무소속 1명(홍의락)이 된다. 원내교섭단체(20명 이상)를 구성하는 4개 정당 가운데 국민의당 소속만 대구에 없다. 정치적으로 ‘컬러풀 대구’가 된다고도 볼 수 있다. 한 선거구에서 한 명만 뽑는 소(小)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13대 국회 이후 처음 보는 다양성이다. 그동안은 항상 새누리당 계열 일색이었다. 1996년 15대 총선 때 ‘자민련 바람’이 일어났지만 당선자 대다수는 새누리당 계열이 뿌리였고, 나중에 복귀했다. 경북은 아직 새누리당 일색이다. 하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1월 귀국해 대선 행보를 벌이는 시점에 일부 국회의원이 새누리당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상은 TK 정치권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유탄을 정통으로 맞은 결과다. TK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재선 이상은 2012년 12월 대선 때 지역에서 박근혜 후보가 ‘8080(80% 투표율, 80% 득표율)’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들은 4·13총선을 통해 국회에 진입한 ‘진박’(眞朴·진실한 친박)들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당내 친박-비박 대치전선에선 항상 선봉에 섰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그들의 충성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그렇다. 특히 친박 중진인 최경환·조원진 의원은 유승민·주호영 의원을 ‘배신자’로 몰아붙이며 친박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다. 초·재선 중에도 이완영·백승주 의원은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친박 본색’을 그대로 과시했다. 이들은 보수의 가치를 지키려는 정치인이 아니라 친박의 울타리에 갇혀 있는 맹신도쯤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이를 두고 중앙 정치권과 언론에선 새누리당이 ‘TK 자민련’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김종필(JP) 총재가 이끌었던 자민련이 나중에 충청에 울타리를 친 ‘지역정당’으로 전락했듯이 새누리당도 TK 지역당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충청권이 새누리당을 접수한 모양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는 충남 당진 출신으로 대전고를 졸업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충북도지사를 지내고 충북권에서만 4선 국회의원을 했다. 이현재 정책위의장 역시 충북 보은 출신으로 청주고를 졸업했다. 박 대통령의 실패에 책임이 있는 TK 친박들은 앞으로도 새누리당의 중심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혁보수신당으로 옮긴 두 명의 TK도 그곳에서 자리를 잡기 쉽지 않다. 유승민 의원은 대권주자로 부상해 있지만 반기문 총장이 개혁보수신당과 손잡고 ‘제3지대’에 빅텐트를 칠 경우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김무성 의원이다. 주호영 의원의 경우 정병국 의원과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창당 작업이 끝나면 신당의 중심은 김무성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TK의 보수 정치인들은 새누리당에서도, 개혁보수신당에서도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자생력 없이 ‘박근혜’ 브랜드에만 기대 정치를 해왔기에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밑천이 드러났다. 그나마 민주당 내 유일한 TK인 김부겸 의원이 중앙무대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친문(親문재인)’의 벽을 뚫기엔 힘겨워 보인다. 이래저래 보수의 위기이자, TK 정치권의 위기다.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건 TK 정치인의 몫이다.
송국건기자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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