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대구의 모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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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26   |  발행일 2016-12-26 제30면   |  수정 2016-12-26
[아침을 열며] 대구의 모나리자
최현묵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
[아침을 열며] 대구의 모나리자
신윤복 ‘미인도’

사과와 미인의 도시 대구
대표 전략상품은 의료관광
간송미술관 신윤복 미인도
대구에 상설 전시된다면
이미지 메이킹의 화룡점정

지난 12월13일 대구시와 간송미술관은 새로운 간송미술관을 대구에 건립하기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의향서(MOU)가 체결된 지 1년5개월 만이다. 온갖 구설로 의견이 분분하던 이우환미술관 건립을 취소하고 발표되었기에 “또 미술관이냐”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와 대구시민은 이를 환영하였다. 특히 간송 전형필 선생의 문화보국의 정신이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더욱 그랬다.

모두 알다시피 간송미술관은 훈민정음 해례본 등 국보 12점, 고려청자 등 보물 10점 외에도 아직까지 미지정된 수많은 국보급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추사 김정희, 정선, 신윤복, 김홍도, 장승업 등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가의 고미술품 5천여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하여 대구간송미술관이 건립될 경우, 인근에 있는 대구미술관의 현대미술 기능과 함께 대한민국 미술관광 순례지로 부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많은 문화재와 미술품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국보급이라 해도 고서적, 불상, 자기(磁器), 글씨, 서화 등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족자 비단에 채색된 가로 45.6㎝, 세로 113.9㎝ 크기에 그려진 여인의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한국미술 이론가인 김기홍 선생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깃과 고름, 곁바대는 자줏빛으로 하고 끝동만은 옥색 천을 대어 멋을 부린 회장저고리는 당시 유행의 첨단이었을 것이고, 윗단을 잣주름으로 촘촘히 주름 잡고 허리밑을 불룩 키워서 숨막힐 듯 잘록한 세요와 탐스러운 둔부를 강조한 스란치마와 곁바대 밑으로 살짝 흘린 연지빛 속고름도 일류 멋쟁이가 아니면 부릴 수 없는 색태였을 것이다. 삼단같이 윤기있는 커다란 트레머리를 귀밑머리 하늘거리는 가냘픈 목으로 다소곳이 받쳐 이고, 옥색 끝동 밖으로 내민 상앗빛 손으로는 연자줏빛 수마노 노리개와 진자줏빛 고름을 수줍은 듯 매만지며, 옥색 스란치마 밖으로 외씨 같은 버선발을 상큼하니 내민 모습은 장안 한량들의 애간장을 남김없이 녹여 내었을 것이다.”

대구는 예로부터 미인이 많은 도시로 유명했다. 피부 미용에 좋은 사과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고, 비록 기후온난화로 사과의 재배지가 대구 북쪽 지방으로 옮겨갔지만,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이 대구에는 미인이 많다고 믿는다. 사실 미스코리아를 많이 배출하기도 하였다.

최근 대구는 의료관광을 대표적인 전략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성형을 강조하고 있다. 성형은 장기간 체류하면서 받는 시술이기 때문에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편이다. 그렇기에 도시마다 성형을 기반으로 한 의료관광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대구간송미술관에 ‘미인도’가 상설 전시된다면(그리고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처럼 모든 사람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면), 대구는 자연스럽게 미인의 도시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이미지 메이킹만 된다면, 흑백 보수의 도시라는 오명도 씻고 또 미인이 되고 싶은 수많은 사람이 대구로 몰려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즉 ‘대구의 모나리자’가 되는 것이다.
최현묵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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