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는 박주가리과에 속한 다년생초본인 백미꽃의 뿌리를 건조한 것이다. 약성은 차며, 맛은 쓰면서 짜고, 특이한 냄새의 정유(精油)를 함유한다. 옛날 여러 국가로 나뉘어 오랜 영토분쟁을 하던 시대가 있었다. 국경지대에 사는 백성들은 전쟁이 날 때마다 이 나라 저 나라 군사들에게 약탈당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전쟁이 나면 산골짜기로 피신했다가 조용해지면 돌아오곤 했다. 전쟁이 시작되자 모두 피란을 갔는데 한 농가의 부부만 남아 있었다. 남편이 학질에 걸려 사경을 헤매자 부인도 같이 집에 남은 것이다. 남편은 몸을 벌벌 떨며 고열과 갈증이 나서 찬물만 찾았다.
부인이 남편을 돌보고 있는데 한 병사가 다급하게 들어와 숨겨달라고 애원했다. 부부는 군복을 입은 병사에게 바지저고리를 내주며 갈아입게 했다. 뒤이어 추격해온 적국의 군사들에게는 아들이라 속이고 위기를 넘겼다. 그 병사는 감사해하며 자신은 군대에서 의무(醫務)를 담당한다며 남편을 진맥했다.
그러고는 웬 풀뿌리를 뽑아와 달여 먹이게 했다. 잎은 타원형이고 꽃은 자흑(紫黑)색인 풀이었다. 병사는 자신의 이름이 백위(白威)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약을 먹이자 남편 증상이 호전되더니 며칠 후 완쾌되었다.
그러자 피란 갔던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왔다. 사경을 헤매던 남편이 멀쩡하게 살아있자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어떻게 치료했냐고 묻자, 부인은 그 풀뿌리를 내보이며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그 풀뿌리를 백위라 부르다가 뿌리가 희고 가늘어 백미(白微)로 명명했다. 훗날 약초로 자리 잡자 미(微)에 풀 초(草)자를 더해 약명이 백미(白薇)가 되었다.
백미는 해열이뇨제로서 폐열(肺熱)로 인한 기침과 혈뇨(血尿)를 치료한다. 인후염 종기 부스럼에 유효하며, 중풍후유증이나 산후 번열(煩熱)에 사용한다. <제생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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