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오정산(烏井山·해발 804m, 문경시)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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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30   |  발행일 2016-12-30 제38면   |  수정 2016-12-30
발 아래 ‘산·물·길’ 삼태극 휘감아도는 풍광에 절로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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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태극전망대에서 산, 물, 길 삼태극을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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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봉에서 정상으로 가는 암릉길에서 본 오정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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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대학교 내 바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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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비리. 급경사를 가로지르는 벼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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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산성.

경북팔경 중 1景 진남교반 만들며 우뚝
일대서 석탄 광산·자연동굴 다수 발견
90년대 수직 동굴 등 탐사한 기억 새록

지질 특성 잘 보여주는 문경대 바위공원
들머리 삼아 오르니 겹겹이 둘러싼 산
팔각정전망대 ‘태극정’선 삼태극 조망

왕건이 토끼 따라 구사일생했단 벼랑길
토끼비리 끝엔 고모산성·진남문 갈림길


오정산은 문경땅 대미산(1천115m)에서 뻗은 백두대간 산줄기가 운달산(1천97m)을 지나 호계면과 마성면의 경계를 이루며 남으로 길게 뻗어 경북팔경 중 제일인 진남교반을 만들며 힘차게 우뚝 솟은 산이다. 일대에 많은 석탄이 매장되어 있으며, 오정산만 하더라도 5곳 넘는 광산이 있었다. 광산뿐만 아니라 이 일대는 석회암지대의 지질도 포함하고 있어 자연동굴이 많이 발견되는 곳이다.

20년이 훌쩍 지난 1990년대 초반. 문경 일대의 자연동굴을 찾아다니며 탐사한 적이 있다. 오정산 일대에도 동굴이 많은데 문경대학교 주변에서도 종유석 동굴을 만날 수가 있었다. 지금의 문경대학이 들어서기 전에는 주평역에서 강을 건너 산을 넘고 숲을 헤치며 동굴 입구를 찾아다녔다. 그중 대표적인 동굴이 수직 동굴인데, 동굴탐사를 마치고 황톳물로 범벅이 된 옷이며 장비를 강가에서 씻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들머리가 되는 문경대학교 바위공원이 이 일대의 지질을 증명하고 있다. 1995년 대학교 신축공사를 하면서 드러난 바위를 흙과 나무를 정리하고 자연 그대로를 공원으로 조성한 것이다. 들머리는 바로 이 바위공원에서다.

정면으로 보이는 강의동 건물 오른쪽으로 돌아 나가면 오정산 등산안내도와 함께 이정표가 세워진 곳으로 들어선다. 잣나무 숲을 지나 10여 분간 경운기가 다닐 만한 넓은 길을 오르면 오른쪽으로는 물탕골, 등산로는 왼쪽 사면을 따라 오르도록 길이 나 있다. 대학교 건물이 산자락에 가리고, 키 작은 잡목 숲을 지나 민둥한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아침 안개가 엷게 퍼져 발아래에 깔렸다. 겹겹이 포개진 문경의 산들이 안개 사이에 박힌 것인지, 산 사이에 안개가 들어찬 것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켜켜이 쌓인 풍경이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한동안 솔밭길이다가 너덜길로 변하기를 반복한다. 왼쪽으로 백화산부터 주흘산, 그 뒤로 조령산 일대가 모습을 드러내는 주능선이 가까워지자 급경사 길로 변하면서 자연스레 호흡에 걸음을 맞춰 걷는다. 상무봉 오르기 직전에 왼쪽으로 진남교반, 직진은 정상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있다. 정상을 올랐다가 이곳까지 되돌아 나와 하산하게 되는 갈림목이다. 3분 정도 오르자 넓은 헬기장인데 ‘상무봉’이라 적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산 아래에 국군체육부대 상무부대 훈련장이 있어 이곳을 체력단련장으로 쓰면서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상무봉에서 정상까지 갔다가 되돌아 나와 하산하게 되는데, 지척으로 보이는 정상이지만 바윗길을 지나야 하므로 꽤나 신경이 쓰이는 구간이다. 톱날처럼 뾰족뾰족 드러난 바윗길인 능선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문경 일대의 산들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아직 응달진 곳에는 밤새 내린 서리가 남아있어 미끄럽다. 안부에 잠시 내려섰다가 바위지대를 한 번 더 오르면 정상인데 작은 표석과 삼각점이 놓여 있을 뿐 잡목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상무봉인 헬기장까지 되돌아 나와 하산길을 잡는데 좀 전에 상무봉 직전에 만났던 갈림목으로 내려가도 되고, 여기서 바로 내려가서 만나도록 오솔길이 하나 나있다. 2분 정도 내려서니 그 갈림길과 합쳐진다. 정면으로 621m봉우리가 나지막이 보이는데 내리꽂히듯 가파른 경사 길을 한동안 내려선다. 안부까지 내려서니 나지막이 보이던 봉우리를 다시 올라야 한다. 다행히 완만한 경사라 힘들지는 않다. 621m봉우리를 오르면서 웅덩이처럼 움푹 파이거나 함몰된 듯이 갈라진 바닥을 자주 보게 된다. 이 일대가 광산지역이고, 석회암지대라 지반이 약해져 생긴 듯하다. 이 어디엔가 자연동굴이 있을 수도 있고.

621m봉우리를 넘으면 다시 급경사 내리막이 이어지는데 왼쪽 아래로 상무부대 운동장과 체육시설이 내려다보이고, 3번국도,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영강을 끼고 산허리를 휘돌아 나간다. 마침내 중부내륙고속도로는 걷고 있는 산 아래에 터널을 내고 발아래로 지난다.

내리막의 정점에 다다르자 팔각정 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문경시에서 지난 9월에 지은 정자인데 산태극, 물태극, 길태극을 조망할 수 있는 ‘태극정’이다. 경북팔경 진남교반이라고 하는 삼태극이 왼쪽 아래에 조망되고, 오른쪽으로 아스라이 멀어지는 고속도로를 따라 시선을 돌리면 주흘산 뒤로 문경새재길 조령산 능선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태극정에서 내려와 몇 기의 묘를 지나면 길은 오른쪽 벼랑 아래로 나있다. 중간중간 안전하게 데크를 깔아두었지만 경사진 면을 가로지르는 길이라 위태롭다. 중간쯤 지점의 넓은 공간에 ‘토끼비리’로 적은 안내판이 있다. 토끼가 다닌 벼랑이란 뜻인데 ‘토천’이라고도 한다.

고려를 세운 왕건이 후백제의 견훤과 전투를 벌이다가 남하하는 도중에 길을 잃고 말았다. 수직의 낭떠러지로 이루어진 절벽 앞에 이르러 군사들이 길을 찾아 헤매고 있을 때, 마침 토끼 한 마리가 벼랑을 따라 달아났다. 그 토끼를 쫓아가니 험하기는 했지만 길을 낼 만한 곳이 나타났다. 토끼가 지나간 벼랑을 잘라 길을 내고 왕건은 힘겹게 진군할 수 있었다고 한다.

토끼비리가 끝나자 왼쪽으로 진남휴게소로 곧장 내려가는 길이고, 직진은 고모산성 성벽을 따라 올랐다가 진남휴게소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삼국시대에 축조된 고모산성은 여러 번의 보수를 거쳐 성벽이 막 축조한 듯 말끔하다. 산성을 둘러보고 진남문을 나와 넓은 길을 따라나서 옛 문경선 철로를 건너면 바로 진남휴게소다. 진남휴게소 인근에 민물매운탕집이 여러 곳 있는데, 폐문경선 철로 위를 따라 영강을 건너면 매운탕을 주로 하는 상가가 있다. 매운탕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고 차량 회수를 위해 문경대학교까지 택시로 가야 하는데, 인심 좋은 주인장의 도움으로 차량 회수까지. 훈훈하게 송년산행을 마친 듯하다.


☞ 산행길잡이

문경대학교-(15분)-주능선 전망대-(40분)-상무봉-(15분)-정상-(15분)-상무봉-(40분)-621m봉-(15분)-삼태극전망대-(50분)-고모산성-(10분)-진남휴게소

오정산은 문경의 이름 난 산들에 비해 비교적 찾는 이가 적은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문경의 중심이 되는 곳에 우뚝 솟아 있어 주능선에서 백두대간을 잇는 문경의 산들을 조망하기에 일품이다. 문경대학교에서 정상을 돌아 원점회귀 산행도 가능하고, 진남교반이 조망되는 능선을 따라 토끼비리길까지의 종주 산행도 가능하다. 소개한 코스는 약 8㎞의 거리로 4시간이면 넉넉하다.


☞ 교통

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함창IC에서 내려 충주, 문경읍 방향으로 3번국도를 따른다.

약 6㎞를 진행해 34번국도 분기점을 만나면 안동, 예천 방향으로 우회전으로 진행한다.

약 3.5㎞를 진행해 호계리, 문경대학교 이정표 방향으로 좌회전으로 1.5㎞를 가면 문경대학교 정문이 나온다.


☞ 내비게이션

문경시 호계면 대학길 161(문경대학교)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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