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부대에 미소' 박정환9단 "팬 응원, 책임감 커져"

  • 입력 2016-12-30 00:00  |  수정 2016-12-30
"내년엔 세계대회 우승·인공지능 대국·한국랭킹 1위 유지"

박정환 9단은 올해 바둑계의 아이돌이 됐다. 대국장 검토실이나 시상식에 여성팬을 몰고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가요계의 아이돌 그룹과 비교하면 그 수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바둑 관계자들은 "바둑계에서는 정말로, 극히 드문 일"이라며 열성 팬 문화가 생겨난 것에 놀라워하고 있다.


 29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6 바둑대상 시상식에 온 한 여성팬은 최우수기사(MVP)로 선정된 박정환 9단과 무대에서 만나 축하의 말을 전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시상식 전 연합뉴스와 만난 박정환 9단은 "올 시즌 들어서 KB바둑리그를 보러 자주 오시는 팬들이 생겨났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무래도 혼자 있는 것보다는 힘이 난다. 좀 더 책임감도 커진다"며 "항상 봐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생각이 더 생긴다"며 팬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모델이 된 이창호 9단도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 바둑계는 여성 열성 팬이 늘었다는 점이 다르다.
 바둑에 여성 팬들을 끌어들이는 큰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박정환 9단은"앞으로도 해야겠죠"라며 웃었다. 팬들에게 통하는 자신의 매력을 설명해 달라고 하자 "모르겠다. 바둑 스타일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바둑대상 MVP를 수상했지만, 올해 팬들의 응원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박정환 9단은 "올해 성적에 만족하지 못한다. 세계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돌아봤다.
 특히 4년에 한 번 열리는 응씨배에서는 결승까지 올라 최종 5국까지 접전을 펼쳤으나 중국의 탕웨이싱 9단에게 석패해 아쉬움이 컸다. "마지막 판에서 졌을 때는 혼자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쉬웠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응씨배가 가장 아쉽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실력 부분이나 마음을 다스리는 부분이 부족했다"며 패배 이유를 짚어왔다.
 그러면서 "아직은 큰 승부에서 마음 조절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평소보다 서두르는 게 조금 생긴다"며 "그런 부분도 실력의 일부다. 보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도 올해 KB바둑리그는 물론 중국 갑조리그에서도 소속팀의 주장을 맡아 정상에 오른 것은 기쁜 기억으로 남는다. KB리그에서는 티브로드의 3년 연속 우승, 갑조리그에서는 항저우의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내년에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한국, 중국, 일본의 최강 기사와 바둑 인공지능 '딥젠고'가 참가하는 '월드바둑챔피언십'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것이다.
 박정환 9단은 "영광이다. 인공지능과 둘 수 있는 자체로도 기쁘고,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보며 '인공지능과 대국하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그는 "포석이 상당히 중요할 것이다. 바둑이 나빠지면 역전하기가 사람과 대국할 때보다 어려울 것이다. 포석에서 앞서가겠다"는 대비책도 공개했다.


 내년 최대의 목표는 역시 세계대회 우승이다.
 박정환 9단은 "올해 이루지 못한 세계대회 우승을 내년에는 꼭 하고 싶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으로 체력도 키우면서 우승할 수 있는 실력에 가까워져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37개월 연속 지키고 있는 한국 바둑랭킹 1위 자리도 "계속 유지하고 싶다. 쉽지는 않겠지만, 체력 관리 등을 꾸준히 잘하면 못할 것도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팬들에게도 "올해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항상 응원해주신다고 생각하니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응원해주신다면 꼭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감사와 당부를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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