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수석교사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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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2 08:46  |  수정 2017-01-02 08:46  |  발행일 2017-01-02 제25면
[행복한 교육] 수석교사 4년
이금희 <대구공고 수석교사>

수석교사가 된 지 4년이 지났다. 4년이라. 옛 우리말을 보면 3년에 대한 구절은 제법 있다. ‘벙어리 삼 년, 귀머거리 삼 년’이나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든지 ‘삼 년 고개서 구르다’와 같은 말들을 보면 3이라는 숫자는 어떤 상황이 해결되거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간의 마디가 된다. 그에 비해 4는 3이 지나고도 하나가 더해진 숫자로, 매듭보다는 연장 혹은 과정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나는 수석교사 4년을 지금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수석교사 4년이 된 나에게는 재임용이라는 관문이 기다리고 있고, 공립교사 4년차가 되어 다른 학교로 내신을 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수석교사 4년을 되돌아본다. 4년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왔던가. 나는 수업을 잘하고 싶어서 수석교사가 되었다. 이미 수업을 잘하고 있던 다른 수석교사들에 비해 나의 수업 설계 능력이나 수업 분석 능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기에 매번하는 수업마다 오래 고민을 하여야 했다. 특성화고에서의 국어 수업은 인문계고와는 다른 국어 수업 목표를 요구했고, 수업 방법도 새롭게 개발해야 했다. 나는 내 수업이 학생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희망했고, 내 수업을 보러 찾아온 다른 선생님들께 약간의 자극이 될 수 있기를 소망했다. 그렇게 매년 수업을 공개하고, 대구공고의 선생님들과 이런 저런 모임을 만들어 함께 수업을 잘하는 방안을 논의하였다. 처음으로 컨설팅을 갔을 때는 남의 옷을 걸친 사람처럼 쑥쓰러워 아주 짧게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다양한 수업 방법에 대한 연수를 찾아다니며 받았고, 현장에서의 적응도 수석교사이기에 좀 더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수업에 대한 고민과 새로운 시도가 누적되면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도 늘어났다. 국어과 선생님들과의 컨설팅, 수업 공개 선생님들과 미리 만나 함께 지도안을 짜면서 나누었던 많은 이야기들, 학교 대상의 강연 시간에는 독서 교육과 책쓰기, 토론 교육, 인문학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었고, 이후 중등협력학습지원단 소속으로 좋은 수업 나누기와 국어 한문 수업 한마당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수석교사가 되어 가장 소중한 기억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던지고 참 오래 생각했다.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좋은 사람들과의 수업 모임이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이다. 수석교사가 되어 함께했던 자발적인 수업 모임, 우리는 어떤 연구회에도 소속되지 않았지만 격주로 모여 자신의 수업을 탈탈 털어 내 놓으면서 격려하고 아이디어를 나누었다. 마치 연암과 그의 친구들이 백탑 아래에 모여 시와 음악과 무예와 과학과 우주를 맘껏 이야기하였듯이 국어, 수학, 사회, 체육 선생님으로 구성된 우리 모임은 서로의 수업을 한없이 이야기하고 우리가 나아갈 교육의 방향과 삶의 지향점에 대해 오래도록 이야기하였다. 우리는 아이들이 새롭게 도전하는 걸음마다 작은 디딤돌을 놓아주고 싶었고, 그들이 디디는 걸음마다 아름다운 향기와 잎을 가진 꽃이 피길 소망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많이 가르쳐주려고 애쓰지 않고, 그들이 말하고 무언가 생각하도록 질문을 던지고 기다리려고 했다. 자원방래하는 유붕처럼 우리는 함께 기뻐 만났다. 한밤중 우리의 이야기는 두런두런 수런수런 호탕 흠칠의 웃음소리로 하늘로 올라가 퍼졌다. 그들이 있어 오늘의 내가 있었다.

나는 나에게 소중한 전환점이 된 수석교사라는 명함이 정말 감사하다. 수석교사에게 주어진 많은 혜택이 고맙고도 감사하다. 내가 받은 무수한 은혜에 비해 베푼 것이 무척 적지만 어쩌겠는가. 앞으로 꾸준히 갚아나가야 할 것을. 이제 겨우 수업이 무엇인지, 국어 교육이 무엇인지, 교육이 무엇인지 맛본 초짜 수석교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해야 할 것이다.

한 해가 가고 다시 한 해가 설레며 다가온다. 다시 만날 소중한 인연들을 생각한다. 우리는 아마 만나서 즐거울 것이다. 수런거리며 웃을 것이다.이금희 <대구공고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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