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좋은 대통령’의 조건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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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2   |  발행일 2017-01-02 제38면   |  수정 2017-01-02
20170102

탄핵정국 속에 맞은 새해
대선 레이스도 본격 돌입
‘見危授命’의 책임감으로
국민편 서고 눈높이 맞춰
氣 불어넣을 대통령 필요


지난 연말 대학교수들이 뽑은 2016년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배(임금)는 강물(백성)에 떠 있지만 강물이 분노하면 배를 뒤엎을 수 있다는 뜻이다. 광장의 촛불에서 울려퍼진 ‘송박영신’(送朴迎新·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 날을 맞자) 구호가 군주민수의 결과다.

2015년엔 대학교수들이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그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일컫는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말인 ‘천하무도’(天下無道)에서 따온 말이다. 두 해 연속 실정을 거듭하며 난파선처럼 표류하던 박근혜정부를 꼬집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판과 비난만 할 때가 아니다.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새로운 정부를 우리 손으로 뽑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를 심리 중인 헌재의 자세를 보면 결정이 속전속결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탄핵안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기각되더라도 12월20일이 대통령선거일이다. 어떤 경우라도 올해 새로운 정권이 등장한다. 정치권은 새해 들어 대선 레이스에 사실상 돌입했다.

대선주자들은 대권 꿈을 담은 올해 사자성어를 일제히 제시했다. 개혁보수신당으로 옮긴 대구의 유승민 의원은 ‘불파불립’(不破不立)이다. 낡은 것을 깨뜨리지 않으면 새것을 세울 수 없다는 의미다. 대구의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노적성해’(露積成海)다.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뜻으로, 작은 촛불이 모여 큰 민주주의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떠오른 사자성어라고 한다. 문재인 전 대표는 ‘재조산하(再造山河)’다. ‘나라를 다시 만들다’라는 뜻으로 임진왜란 당시 실의에 빠져있던 서애 류성룡에게 충무공 이순신이 적어준 글귀다.

안철수 전 대표는 ‘마부위침’(磨斧爲針·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불범정’(邪不犯正·바르지 못한 것이 바른 것을 범하지 못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혁고정신’(革故鼎新·옛것을 뜯어고치고 솥을 새것으로 바꾼다)을 각각 골랐다. 귀국을 앞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정치적 대통합, 경제사회적 대타협’을 화두로 던졌다. 여야의 대선주자도 대학교수들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조 속에 최순실이 국정을 농락한 현실을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고, 새해엔 새 희망을 품자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말과 실천은 다르다.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과거 대통령들에게서 숱하게 봐 왔다. 그럴듯한 청사진으로 국민을 현혹한 뒤 집권 후엔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급급한 참 나쁜 대통령들이 있었다. 올해 실시되는 대선에선 참 좋은 대통령을 한번 뽑아보자. 국민의 기(氣)를 빼앗아 가지 않고 국민들에게 기를 불어넣는 대통령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구중궁궐 청와대에서 나와 국민의 편에 서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다. 지금 수많은 선택지가 놓여 있다. 국민마다 이미 염두에 둔 후보도 있고, 아직은 검증 단계인 주자들도 있다. 좋은 대통령을 뽑으려면 옥석을 가리는 유권자의 수고가 필요하다. 각 주자들이 내뱉는 수많은 미사여구(美辭麗句), 계산된 행동에 현혹되지 말자.

국민들이 사리 깊은 판단으로 좋은 대통령을 뽑으면 2017년 말 대학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무엇을 선택할까. ‘견위수명’(見危授命). 나라의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칠 각오로 임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정치인, 대권주자들이 견위수명의 자세로 지금의 혼란에 대처하면 반드시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의 역량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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