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렬의 미·인·만·세] 모네의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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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4   |  발행일 2017-01-04 제30면   |  수정 2017-01-04
[김옥렬의 미·인·만·세] 모네의 ‘까치’
모네의 ‘까치’- 1868∼69, 프랑스 오르세미술관

‘까치’ 하면 생각나는 것은 어린 시절 “까치~ 까치~ 설날은~”으로 시작하는 동요다. 흔히 듣는 얘기로 까치는 손님을 불러온다 한다. 행운과 희소식을 알려주는 전령사로도 알려져 있다.

까치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설화나 동화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야기꾼의 소재가 되는 까치를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에 전시된 그림속에서 만났다. 화려한 색과 빛으로 가득한 수련 연작에 비해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눈 내린 겨울 풍경, 모네(1840~1926)가 그린 ‘까치’다. 까치 한 마리가 고즈넉한 집, 얼기설기 만든 담장 사이 몇 개의 나뭇가지로 만든 낮은 문 위에 앉아 있다.

‘까치’는 모네의 초기작품이다. 모네는 실내의 조명 아래서 그림을 그리다가 햇살이 비치는 야외에서 진동하는 자연의 순간을 포착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효과를 그리고자 했던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다. 그래서 모네는 1860년대부터 어둡고 칙칙한 색을 버리고 밝은 빛으로 반짝이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옥렬의 미·인·만·세] 모네의 ‘까치’
현대미술연구소 소장

‘까치’는 1869년 모네가 가난하고 힘든 시절임에도 아들이 자라는 것을 보며 무척 행복해하던 시기에 그린 그림이다. 눈이 내려 온통 하얗게 변한 마을의 한 모퉁이, 나뭇가지로 만든 낮은 문에 까치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모네는 이 그림을 전시하기 위해 살롱전에 출품을 했지만 낙선했다. 당시 낙선했던 ‘까치’가 모네의 후기작인 선명한 색채가 반영된 빛의 향연에 비해 초라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게 있어 ‘까치’는 그의 수련 연작이 주는 여운을 지우고 아련한 기억을 환기시켰던 인상적인 풍경으로 남아있다.

처음 이 그림을 봤을 때, 모네라는 명성에 비해 너무 평범한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참을 보면서 온통 눈으로 쌓인 풍경을 배경으로 마주한 까치 한 마리, 아련한 시간 속에 잊혀가는 추억의 소리가 침묵을 뚫고 들리는 듯했다.

이렇게 그림 속 까치에 투영되는 감상은 언제 어떤 마음에서 일어날까. 아마도 그것은 자연을 벗하며 안빈낙도하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과 감상의 처지가 공감할 때일 것이다. 이런 공감이 더 깊이 작용하면 물아일체, 그림과 하나되는 감상의 절정이다. 무명화가였던 모네의 현실과 예술가로서의 고독이 투영된 ‘까치’는 이처럼 가난했던 시기, 비록 알아봐 주는 이가 없다고 해도 독야청청 감상이 가 닿는 마음으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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