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탄핵결정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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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4   |  발행일 2017-01-04 제31면   |  수정 2017-01-04
[영남시론] 탄핵결정은 언제?
여상원 (변호사)

작년 12월9일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찬성 의결된 후 즉시 탄핵이라는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법 제38조에 의해 탄핵안이 접수된 날로부터 180일 내에 인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 기간 내에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지 기일을 넘겨 결정을 했다고 해 그 결정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해 신속하게 정확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이는 180일도 길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촛불집회를 주최한 국민행동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후 집회의 초점을 헌법재판소로 옮겨 헌법재판관들에 대해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신속하고 공정한 결정이라는 말은 듣기는 참 좋은데 현실에서는 종종 충돌하는 개념이다. 공정하고 정확한 판결을 하려면 소송에 관계되는 당사자, 증인들의 말을 빠짐없이 들어봐야 하고 증거서류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신속이라는 요구에 응하자면 당사자의 말을 어느 정도에서 끊어야 하고 증인도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채택해야 하며 방대한 증거서류의 검토에도 시간이 모자라게 된다. 즉, 재판관이 전지전능하면 몰라도 주장과 증거가 방대한 사건에서 신속하게 하면서 정확한 판단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탄핵결정을 지지한 많은 국민은 검찰에서 최순실씨 등에 대한 공소장에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에 대한 내용이 다 적혀 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무슨 시간이 걸리냐며 탄핵심리가 빨리 이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는 검찰의 공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 등도 하나의 증거서류에 불과하고 비록 최순실씨에 대한 공소장에 대통령이 공범으로 기재돼 있다 하더라도 탄핵사유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자체적으로 증거조사를 해야 한다. 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헌법재판관 자신도 모른다.

흔히 정치를 생물이라 하는데 재판도 생물이다. 오히려 결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공정한 재판이다.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재판한다면 비록 그 결론이 결과적으로 맞다 하더라도 이미 그 재판은 공정성이 상실된 것이다. 우리 국민도 자신이 어떤 재판에 걸려있다고 생각하고 법관이 이미 결론을 내리는 듯 태도를 취하면서 재판을 진행할 때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이해될 것이다.

필자도 검찰의 공소장에 나타난 사실과 세월호 7시간 동안의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것이 모두 사실로 인정된다면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 측의 변명은 모두 거짓말이니 자세히 들어볼 필요 없이 빨리 헌법재판소가 탄핵인용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 재판관은 한쪽 당사자의 주장이 아무리 터무니없다 하더라도 혹시나 그 주장 안에 한 줄기 진실이 있을지 모른다는 겸허한 자세로 사건을 심리해야 한다.

원래 재판은 신이 있다면 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나 현실 세상에서는 그렇지 못하므로 인간인 재판관이 담당하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보면 신도 가끔 오류를 범하는데 인간인 재판관이 어떻게 완벽할 수 있는가. 재판관은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재판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올 1월 말이다’ ‘2월말 3월초다’ ‘아니다, 4월이다’라는 말이 자제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 헌법이 헌법재판소 제도를 두고 대통령의 탄핵을 맡겼다면 헌법재판관의 사명감과 공정심을 믿고 맡겨놔야 한다. 그들을 압박하는 것은 결국 그들이 정치적인 재판을 할 것이라는 불신에 근거한 것이다. 이렇게 불신한다면 문재인 전 대표의 말처럼 혁명적인 방법으로 물리력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면 되지, 왜 굳이 헌법재판소에 탄핵을 맡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달라는 심정으로 차분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도록 하자. 이것이 오히려 헌법재판관에게 압박감으로 작용할 것이다. 여상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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