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진정한 동아시아문화도시 되기를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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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5   |  발행일 2017-01-05 제31면   |  수정 2017-01-05
[영남타워] 진정한 동아시아문화도시 되기를
김수영 문화부장

최근 국내외 정세가 무척 혼란스러운 가운데 그나마 기쁜 일이 있다면 대구지역 문화계에 잇따라 기분 좋은 소식이 들린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특히 반가운 것은 대구미술관에 이어 둘째 시립미술관인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이 확정된 것과 대구가 ‘2017 동아시아문화도시’에 선정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큰 사업을 잘 소화해 대구의 문화적 역량을 키우고 이를 대내외에 널리 알린다면 대구가 한류문화의 새로운 기대주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동아시아문화도시는 2012년 중국에서 열린 한국, 중국, 일본 문화장관회의에서 3국의 오랜 갈등과 반목을 도시 간의 문화교류를 통해 해소해 나가자는 취지로 마련됐으며, 매년 각 나라의 문화를 대표하는 도시 한 곳을 뽑아 1년 동안 상호교류행사를 진행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광주, 청주, 제주가 선정됐으며 2017년에는 대구가 주인공이 됐다. 올해 대구와 교류할 도시는 일본의 교토와 중국의 창사이다.

대구는 1년간 이들 도시와 문화교류를 펼쳐나감으로써 국내에서의 문화도시 입지를 다져나가는 것은 물론 일본, 중국에 한류문화를 확산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구가 동아시아문화도시에 선정된 것이 오랫동안 준비한 결과가 아니라 갑작스럽게 준비해 이뤄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체계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못해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동아시아문화도시 선정은 문화예술도시를 만들어가겠다는 대구시의 방침에 잘 부합되고 이런 대구시의 의지를 좀 더 빠르게 현실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선정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주변의 좋은 의견을 잘 수렴해 행사 진행계획을 철저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

대구시는 올해 동아시아문화도시와 관련한 행사를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기존 지역에서 열리던 행사에 일본, 중국의 공연팀을 추가시켜 여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이 행사를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들도 만들 계획으로 알려졌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20개 가까운 프로그램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3월부터 시작해 12월까지 10개월간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열려 행사를 오랜 기간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특화되지 않은 행사를 이어가다 보면 힘만 분산되고 오히려 동아시아문화도시 대구만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려울 수도 있다. 미리 치밀하게 계획을 잡아 이번 행사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면서 대구 문화예술의 우수성을 드러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올해 열리는 좋은 행사들의 경우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수정, 보완을 거쳐 대구의 대표적 문화예술행사로 키워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서는 이미 동아시아문화도시 행사를 개최한 곳들을 벤치마킹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지역행사이지만 대구시민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 필요하다. 시각을 넓혀 일본, 중국에서 일고 있는 한류바람이 대구에까지 불어오도록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일본과 중국의 관광객을 유치하면 금상첨화다. 대구시에서도 이 같은 의지를 가지고 동아시아문화도시 행사를 대구지역 관광과 연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나오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처럼 다채로운 행사에 지역예술인, 시민들도 동참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아시아문화도시 대구는 대구시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만 지역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를 잘 수렴하고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 지역에 역량 있는 인재들이 많은 만큼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길 바란다.

최근 문화예술 행사에 시민참여를 늘리는 추세인데, 동아시아문화도시 대구 행사에도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늘려나가면 더 많은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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