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개헌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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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06

촛불정국이 이어지는 신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엮였다”고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한다. 여야 정치권은 경쟁적으로 대통령 물어뜯기에 열을 올린다. 신년 벽두부터 너도나도 선명성을 부각하느라 여념이 없다. 격동과 혼란 속에 대선의 해는 밝았다. 촛불의 민의는 개혁이고, 개혁의 정점에는 청와대가 자리한다. 개혁의 핵이 개헌이다. 개헌 시기에 말들이 많지만, 그러나 개헌이 시대적 소명이라면 대선 이후로 미룰 이유가 없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주장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개헌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충만한 올해, 개헌의 해다.

재벌이 뭇매를 맞고 개혁의 최우선 대상으로 지목됐다. 급하기로 따지자면 정치권이 훨씬 더하다. ‘기업은 2류 정치는 4류’라는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른 삼성 이건희 회장은 정치권에 사과를 했지만 후환 걱정만 없었으면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을 게다. 개헌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는 더 이상 추락할 곳 없는 바닥의 정치권을 개혁하라는 명령과 다르지 않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모순과 부조리 역시 그릇된 정치적 관행에서 그 싹이 튼 것 아닌가. 통치를 넘어서는 정치 과잉, 특히 측근들과 비선들에 의한 국정의 정치적 농단이 청산돼야 할 암덩어리 아닌가.

개헌반대론자들은 대세론 혹은 대망론의 주인공이거나 그 편에 편승해 떡고물을 차지하려는 기득권자로 볼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표적 인물. 현재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니 당장 선거를 치르면 가장 승산이 높다. 대통령이 다 된 듯한 언사와 코스프레로 비판의 도마에 심심찮게 오르기도 한다. 부자 몸조심이고, 소신 없이 촛불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릴 뿐이다. 개헌을 바라는 대다수 국민의 요구는 이 같은 정략과 대권병의 희생양이 될 처지다. 개헌을 매개로 정치적 합종연횡을 획책하는 정치꾼들도 횡행한다. 국민만 보고 해야 개헌은 성공한다.

개헌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87년 이후 배출된 6명의 대통령 모두의 실패로 웅변된다. 직선제 쟁취 이후 청와대의 시행착오는 사람 탓이 아니라 제도의 부실에 기인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고질(痼疾)을 과감하게 손질하지 않고서는 소통·통합의 정치와 통치는 요원하다. 시일의 촉박성을 내세워 차기 정부로 연기하자는 주장은 또 하나의 공약(空約)에 불과하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의지가 없거나 정치권의 역량에 대한 신뢰 부족 때문일 게다. 합의 가능성이 낮다면 불임의 정치권은 일찌감치 손을 떼고, 전문가 그룹이 나서면 된다.

국회 개헌특위도 마침 구성됐다. 대통령 탄핵 용인과 함께 조기 대선을 치르더라도 그 전에 대화와 타협을 통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길 바란다.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흐지부지 넘어갔다가는 여야 정치권이 탄핵을 당해야 한다. 국민적 에너지가 하나로 결집·분출되고 있는 지금보다 더 적확한 개헌 시점이 언제 찾아질 것인가. ‘차기 정부 초기에 하자’는 대권주자는 제왕적 대통령을 꿈꾸는 대권병자와 다르지 않다. 응답하지 않으면 성난 민심은 정치권을 전복시킬 수도 있다.

분권개헌은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골든 타임을 맞았다. 분권개헌에는 대권주자들 모두가 공감한다. 그들은 대체로 4년 중임제를 선호하기도 하는데, 바뀐 헌법에 의한 첫 대통령 임기는 3년으로 축소해 대선과 총선을 한날한시에 치르도록 해야 선거로 인한 국가적 낭비도 줄인다. 그러자면 대권주자들의 자기희생과 양보가 필요하다. 특히 분권과 분산의 문제는 공약의 공약화(空約化)처럼 대선 전이 아니면 뒷전으로 밀려나 낙동강 오리알이 되기 십상이다.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개헌에 딴소리를 하고 딴죽을 거는 대권주자는 다시 살펴봐야 한다.

올해는 대선의 해다. 탄핵안이 통과되든 안 되든 대통령 선거는 치르게 된다. 새 대통령 선출이 능사가 아니다. 구체제를 그대로 둔 채 대통령만 바꾼들 새로운 대한민국이 될까. 천만에.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권력기관의 개혁이고, 그 고지가 대통령 권한의 분산과 축소다. 권력의 분점, 분산 등 제도적 시스템 완비다. 이처럼 대선보다 개헌이 더 중요한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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