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듯 모를 듯…한 해를 占치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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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6   |  발행일 2017-01-06 제33면   |  수정 2017-01-06
궁금한, 점…토정비결부터 타로까지
20170106
국가무형문화재 각자장 이수자인 장승천씨의 작품 ‘만사형통’. 아래쪽에 소원성취, 관액방지, 가택평안, 견군밀호(오른쪽부터)의 부적이 새겨져 있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7)는 지난달 친구와 함께 대구 동성로의 한 타로카드 집을 찾아 신년 운세를 봤다.

“졸업은 닥쳤고 취업은 감감하고 남자친구도 없고. 미래가 불안하고 우울해서 답답한 마음에 타로카드점을 보게 됐다”는 그는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일말의 희망과 기대를 얻어간다”고 말했다. 이씨는 심심풀이로 사주카페를 찾거나 타로점을 보곤 한다고 했다. 팍팍하고 힘든 일상에 활력을 찾는 상담소라 할까. 그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지만, 일단 좋은 얘기를 마음에 새긴다. 그러면 마음이 든든해진다”고 말했다.

예부터 음력 정초에는 윷점과 오행점, 토정비결을 통한 신수(身數) 보기 등이 흔했다. 토정비결책을 사다가 직접 그해 사주를 보기도 했다. 디지털 시대를 맞으면서 새해맞이 점복(占卜) 풍경도 바뀌고 있다. 특히 20·30대가 크게 늘고 있다.

어두컴컴한 골방에서 비싼 돈을 내고 점을 보는 것은 옛날말. 양지로 나온 점집은 젊은 층의 힐링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점집 대신 사주카페나 타로점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스마트폰이나 태플릿PC 등 모바일기기를 이용한 운세보기도 인기다. 사주팔자, 토정비결, 별자리 등에 관한 애플리케이션도 다양하게 개발됐다.

한국인의 연간 점술산업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추정된다. 점술 종사자도 60만명에 이른다. 인터넷 카페 다음에 등록된 사주명리학 카페는 1천개가 넘는다. 풍수·관상 등과 함께 미신으로 취급받아왔던 점술은 ‘술수학(術數學)’ ‘미래예측학’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에 진입하고 있다. 10여개 대학에 사주명리 대학원 정규과정이 생겨났고, 250편에 육박하는 논문도 발표됐다.

도연철학원 윤문식 대표는 “최근 들어 친구들끼리 자신의 진로와 ‘관운’(官運·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운)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젊은 층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는 “심각한 고민을 안고 온 사람일수록 역술학적 근거가 있는 사주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어떤 풀이가 나오든 현실을 게을리하지는 말아야 하며, 부단히 노력해야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년운세를 보는 풍경은 달라졌지만 마음은 하나같다. 신년운세를 본다는 것은 나와 관련된 인과관계 중 올해의 결과를 미리 본다는 뜻이다. 혹 나쁘게 나오면 낭패 아닌가.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주역은 내가 바뀌면 인과관계 역시 변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모든 것은 변(易)하게끔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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