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본점 리모델링 공사 입찰…역외 대형건설사 유리한 조건 논란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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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9   |  발행일 2017-01-09 제20면   |  수정 2017-01-09
시공 능력 평가 50위내 기준 제시
31위 화성산업뿐…지역업체 외면
“공동도급 참여 규정해 배려” 해명

대구은행이 본점 리모델링 공사를 입찰에 부치면서 지역 기업을 외면했다는 비난이 건설업계에서 일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9월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2310에 있는 지하 2층~지상 18층 연면적 3만6천375㎡ 규모의 본점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제한경쟁 입찰공고를 냈다.

입찰 결과, 신세계건설과 태왕 컨소시엄이 토건과 조경공사 시공자로 선정됐으며, 공사금액은 약 4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건설이 지분 70%의 대표사로, 태왕(30%)은 공동 도급사로 참여하는 구조다.

하지만 당시 대구은행이 내놓은 입찰공고에서 참가자격을 살펴보면, 지역 건설사는 대표사로 선정될 수 없는 조건이 담겼다. 우선 ‘2016년 대한건설협회 종합건설업자 시공능력 평가액 공시에서 토건분야 전국 순위 50위 이내 업체’라는 자격 기준을 제시했으나, 대구·경북에서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건설사는 화성산업(31위)뿐이다. 서한(52위), 화성개발(94위), 우방(149위), 태왕(152위), 동화주택(202위)은 아예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단일 건물 신축, 개축, 대수선 또는 리모델링 공사 준공실적 2만㎡ 이상 보유업체’란 조건도 내걸었으나, 여기에 부합하는 지역 건설사도 화성산업이 유일하다. ‘회사채 A- 등급 이상인 업체 또는 기업신용평가등급 A0 등급 이상인 업체’란 조건도 뜯어보면, 부채비율이 100%인 업체와 200%인 업체 간 점수 차이가 없다. 결정적으로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그래서 나온다.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부문에서 대형 공사의 경우, 진입장벽이 턱없이 높아 대기업이 독식하는 구조인데, 민간에서도 대기업을 위한 장막을 친다면 지역기업은 살아남을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지역기업을 외면하면 결국 지역기업도 대구은행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리모델링 공사는 철거과정에서 전산 등 중요한 장비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입찰자격을 규정했다. 지역기업이 의무적으로 30% 이상 공동도급에 참여하는 규정도 넣어 지역기업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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