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말기 증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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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9   |  발행일 2017-01-09 제30면   |  수정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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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초 중앙아메리카 지역을 지배한 아즈텍족은 주변의 종족들에게 사람을 공물로 받았습니다. 공물을 제단에 끌고 가서 남자는 심장을 꺼내고 여자는 목을 잘랐습니다. 남은 육신은 햇볕에 말려서 자신들의 단백질 보충을 위해 활용했답니다. 많을 때는 한 해에 수만 명, 하루에 수백 명을 죽였다고 합니다. 위협감을 느낀 주변 종족들은 멕시코만에 상륙한 스페인의 아르난도 코르테스와 힘을 합쳐 아즈텍 왕족을 무너뜨렸습니다. 고래로 한 나라가 멸망할 때 몇 가지 공통현상이 있습니다. 첫째, 지도부가 무능하거나 포악합니다. 둘째, 국민도 게을러집니다. 셋째, 엘리트층의 일부가 외세와 손을 잡고 지도부에 대항합니다.

19세기 말 한반도 상황도 이와 비슷해서 말기적 현상이 또렷하게 발생합니다. 첫째, 오랜 당파싸움과 세도정치로 인해 국가기강이 땅에 떨어졌습니다. 둘째, 가렴주구에 지친 백성은 아예 살고자 하는 의욕마저 잃게 됩니다. 당시에 조선을 방문한 서양 선교사들은 하나같이 조선민족이 게으르다고 기록합니다. 민란은 제압하면 되지만 게으름에는 약도 없습니다. 셋째, 구체제에 반대하는 엘리트들이 사회개혁을 한다는 명분으로 외세를 끌어들입니다. 이들의 시도는 일부 성공을 거두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외세가 손쉽게 내정간섭을 하는 빌미를 제공합니다. 김옥균의 갑신정변 이후로 한반도는 서구열강의 각축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150여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에서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청와대 깊숙한 곳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봉건시대에나 있을 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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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합니다. 국론이 탄핵 찬성파와 탄핵 반대파로 쫙 갈라졌습니다. 매주 100여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신들의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 놓습니다. 그 때문에 가뜩이나 어렵던 경제가 더 팍팍해졌습니다. 주말마다 찾아오는 외식손님으로 근근이 버티던 동네가게가 장사가 안된답니다. 정치권은 사분오열되어 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과 일본이 도발해 옵니다. 중국은 사드를 빌미 삼아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했습니다. 일본은 위안부상 설치를 빌미로 통화스와프협상을 중단했습니다. 이 와중에 일부 야당 정치인들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중국의 양해를 구하기는커녕 훈시만 듣고 왔답니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봅니다.

<시사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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