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기초長, 새누리 탈당 러시 신호탄인가…찻잔속 태풍인가

  • 사회부 김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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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0   |  발행일 2017-01-10 제3면   |  수정 2017-01-10
강대식·윤순영 구청장 바른정당 합류
20170110
그래픽=김유종기자 dbwhd@yeongnam.com

강대식 대구 동구청장과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이 9일 새누리당을 전격 탈당, 바른정당(개혁보수신당)에 합류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과 지역 기초단체장의 추가 탈당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른바 TK(대구경북) 정치권 ‘빅뱅’의 서막이 될지 주목된다. 현재 두 단체장에 이어 이진훈 대구 수성구청장의 탈당 대열 합류가 일단 점쳐지고 있다. 나머지 단체장들은 아직까지 탈당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대식 동구청장 대구 단체장 첫 탈당

대구지역 기초자치단체장으론 강대식 동구청장이 가장 먼저 새누리당을 탈당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강 구청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새누리당 대구시당을 찾아 직접 탈당계를 냈다. 강 구청장의 탈당은 ‘최순실 등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감과 바른정당의 핵심인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과의 정치적 관계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실 강 구청장의 탈당은 시간 문제나 다름없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5일 새누리당 ‘대구 동구을’ 당원협의회 사무소에서 열린 유승민 의원의 탈당 설명회에 앞서 유 의원을 따로 만나 탈당 문제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유 의원에게 “유 의원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선인 강 구청장은 지역에서 대표적인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강대식, 지난달 유승민 만나 논의
지역구 국회의원과 한배 타기로
“새누리, 반성 너무 미약해 실망”

윤순영 “어떤 역할 할지는 고민”
3선 연임제한으로 이번이 마지막
대구시장·국회의원 등 도전 전망

이진훈 수성구청장도 탈당 유력
다른 기초長들은 일단 잔류 입장



기초지자체장 입장에선 해당 지역 단체장의 공천권을 사실상 쥐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또 지자체장으로서 굵직한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해선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이 필수적이다.

강 구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기초단체장은 구정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당적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도 “현 지방자치 시스템 하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규모가 큰 사업들을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의 새누리당과 친박계에 대한 실망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 구청장은 “나 역시 여당의 일원으로 반성과 책임을 통감한다”며 “현재 새누리당의 반성이 너무나 미약하다. 인적쇄신 등 개혁이 계속 늦어지고 다시 싸우는 모습에 국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순영 중구청장도 바른정당 합류

같은날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한 윤순영 구청장은 3선 연임 제한으로 다음 지방선거에서 중구청장 선거에 나갈 수 없다. 때문에 지역의 다른 기초단체장들과는 달리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이런 윤 구청장이 탈당을 결심한 것에 대해 내년 대구시장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출마 등 ‘다른 플랜’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관측도 있다. 현 새누리당보다는 바른정당 당적이 향후 행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윤 구청장은 이날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구청장 임기가 끝난 이후에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찾아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아직 1년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있는데, 주민과 시민들이 나에게 어떤 역할을 원하는지 살펴보고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윤 구청장은 지역 유일의 여성 단체장이다. 최근 불거진 최순실 등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여성 지도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탈당 결심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뜻이다.

그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실패했지만, 한국 여성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를 여성의 실패로 규정짓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잘못 뚫린 유리천장의 파편으로 상처받고 아파하는 여성들과 오늘도 높은 유리천장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여성을 위해서도 이 길을 선택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훈 수성구청장 탈당 고민중

강대식 구청장과 윤순영 구청장 다음으로 탈당 가능성이 높은 기초지자체장은 이진훈 수성구청장이다. 수성구는 바른정당 원내대표를 맏은 주호영 의원의 지역구(수성구을)다. 재선인 이 구청장은 3선 연임도 생각해야 한다. 일각에선 이 구청장이 다음 대구시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도 나온다.

따라서 강대식 구청장과 마찬가지로 이진훈 구청장도 조만간 새누리당을 탈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 의원 측에서도 이 구청장에게 바른정당 합류를 적극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청장은 이날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주호영 의원과의 정치적 관계가 있기 때문에 바른정당 합류를 거절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수성구갑은 김부겸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지역구이지만, 아직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남아있고, 상당수의 당원이 새누리당을 떠나는 것을 말리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고민이 깊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이어 “오는 18일로 예정된 바른정당 대구시당 창당대회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좀 더 고민해 볼 생각”이라며 “창당 전까지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듣고 탈당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단체장은 탈당 계획 없어

이밖에 대구지역의 다른 기초단체장들은 아직까지 탈당 계획이 없다. 대부분 초선 또는 재선이라 아무래도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유승민 의원(동구을)과 주호영 의원(수성구을) 외에 새누리당을 탈당한 국회의원은 아직 없다.

초선인 류한국 서구청장은 “강대식 동구청장의 경우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관계가 있어서 탈당을 한 것 같다”며 “그 외 지역 단체장들은 아직 탈당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까지 새누리당이 인적 쇄신 등을 통해 변해가는 중”이라며 “이 과정을 지켜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배광식 북구청장(초선)은 “정치인이 아닌 행정기관의 장”이라며 “행정을 최우선으로 챙길 뿐 거취에 대해선 고심하지 않는다. 탈당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초선)은 “재보궐 선거에서 주민의 선택을 받아 당선된 만큼 공약 사항을 지키고 실행하는 데 주력하겠다. 당분간 탈당 계획은 없다”고 했다.

재선인 김문오 달성군수도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주어진 업무와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 탈당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임병헌 남구청장은 윤순영 중구청장과 마찬가지로 3선이지만 “올해 추진해야 할 사업이 많아 당분간은 구정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며 “탈당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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