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을 묻다 .1] 김종인

  • 이영란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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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0   |  발행일 2017-01-10 제7면   |  수정 2017-01-10
“TK, 정치적 성숙기간 필요…역량 되는 인물 나오면 주목받을 것”
20170110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정치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야 대권 주자들의 움직임이 최근 눈에 띄게 빨라졌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대권 행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권에 도전할 후보군이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정치권은 이들의 배경 또는 조력자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차기 대선의 주인공을 만들 정계 실력자, 즉 ‘킹메이커’(남을 권좌에 올릴 수 있을 정도의 정치력을 지닌 실력자)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는 것.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차기 대선을 ‘디자인’할 수 있는 인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본인은 킹메이커 역할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정작 그의 말 한마디와 행보는 출마를 공식화한 대선주자들보다 더 큰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김 전 대표가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 언급한 것을 놓고 언론에서도 “김 전 대표가 이재명을 점찍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대권 주자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보낸 특사를 만나는 등 국내 대표 정계인사로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드러내기도 했다. 이같이 최근 행보에 누구보다도 관심이 높은 김 전 대표를 1시간여 동안 직접 만나 올해 정치 전망과 차기 대선에 대해 들어봤다.


김부겸 대권후보 경쟁력 충분해
유승민·주호영은 확장성에 의문

반기문, UN서 정치적 내공 쌓아
문재인·안철수는 2012년 머물러

우리나라 대통령은 제왕적 권력
구조적으로 비선실세 나오게 돼

차기 대선 시대정신은 사회변화
공약 지키는 정직한 사람 나와야


▶국내에서도 트럼프 같은 강한 리더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 같다. 김 전 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 실정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차기 대선을 앞두고 나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다는 정확한 판단이 서야 움직인다. 지금까지 행여나 하고 먼저 움직인 적이 없다.”

▶올초 정치권의 최대 이슈는 개헌인 것 같다. 개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헌은 시대적인 소명이다. 대통령의 제왕적인 권력은 구조적으로 비선실세가 나오게 되어 있다. 최근 최순실 사태로 극명하게 드러난 것 뿐이다. 나라가 한번 변해야지 민주주의도 발전시키고 경제도 발전시킬 수 있다. 지금 체제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는 나이가 70세쯤 먹은 헌법을 개선하는 건 일반적인 공감대가 아닐까.”

▶개헌에 반대하는 세력도 있다.

“결국 한 세력밖에 없지 않나. 솔직히 개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현행 대통령 직선제를 통해 제왕적 권력을 향유하겠다고 그러는 것인가. 그건 대통령을 할 자질이 부족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지금 20대 국회가 1년도 채 안됐는데 개헌을 하면 국회도 해산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개헌은 2020년, 즉 21대 국회에서부터나 실행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차기 대통령 선거는 지금의 헌법을 통해 뽑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21대 국회에 맞추려면 대통령 임기가 3년밖에 안 된다고 문제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볼 때 임기 3년 동안 대통령의 운영 기반이 확보되지 않으면 5년과 별 차이가 없다. 만약 3년 동안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 총리도 할 수 있고 또 대통령도 할 수 있는데 반대 명분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바람직한 개헌 방향이 있을까.

“개헌특위가 만들어져서 정부 형태가 논의 후 결정되겠지만 일반적인 대통령제를 타파하려면 결국은 다른 형태인 내각제를 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왕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은 상징적으로라도 존재해야 하고 결국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가, 아닌가의 차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김 전 대표를 모셔와야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내가 무슨…. 그래도 현역 민주당 국회의원인데 상식적인 판단을 해야하지 않을까. 물론 국회의원 자리에 미련을 두는 사람은 아니다. 전반적인 정치발전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때가서 판단하겠지만 지금은 분명 아니다.”

▶그래도 대선에서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

“내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 도래하면 할 거다. 지난해 초 당이 와해 직전에 있었지 않나. 민주당이 없어지면 야당이 부재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문제 인식이 있었다. 건전한 야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서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지금도 똑같은 심정이다.”

▶차기 대선에서 시대정신은 뭐라고 보나.

“지속적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하고 경제정책을 통해 사회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또 선거에서 약속한 것을 지킬 수 있는 정직한 사람이 나와야 한다. 예를 들어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정치권이 10여년 동안 그럴듯한 이야길 많이 했지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까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것이다.”

▶대선 주자 평가를 들어보고 싶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반기문 전 총장의 경우는 솔직히 외교관만 한 사람이니까 정치적인 역량은 판단하기 힘든다. 그러나 그 사람이 유엔(UN)에서 사무총장을 하면서 세계 각국의 상황은 체험했을 것이다. 그런데서 내공이 쌓였으리라고 본다. 귀국을 해서 어떤 정치적 논리로 국민에게 임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는 어떤가.

“나는 그 사람(문재인)도 결국 박근혜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싱크탱크를 가동하고 국민성장을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사람이 최근 ‘경제민주화’는 쏙 빼버렸다. 외연확장을 위해 그런 것 같은데 시대 상황에 대한 인식 자체가 문제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안철수 전 대표도 자칭 대통령 후보라고 하던데 좀 우스꽝스럽지 않나. 자칭 대통령 후보들, 성명서도 발표하고 하는데 그것 같이 난센스가 없다고 생각한다. 늘 이야기 하지만 문재인씨나 안철수씨의 경우는 2012년에 살고 있다. 당시 지지도에 대한 그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로서 특징을 발견하진 못했다.”

▶TK 지역 대권 주자에 대한 인물평이 듣고 싶다. 김부겸 의원은 어떤가.

“(김 의원은) 지지도가 원체 낮지만 대권 후보로서 경쟁력은 충분하다. 총선 때 김부겸 후보가 대구에서 당선되면 대권후보로 부각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야당 TK 주자로서의 역량을 키운다면 앞으로 상황을 잘 지켜봐야하지 않겠나. TK의 특징과 중앙정치에서 TK에 대한 비중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여권의 유승민 의원은 어떤가. 다른 후보도 있나.

“유 의원은 대외적인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본다. 다만 박 대통령과 대립하는 구조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아쉬운 점이 많다. 그때(원내대표) 물러나는 과정에서 자기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배신자 이야기가 나올 때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서 아쉽다. 또 새누리당에 뿌리를 뒀던 사람으로서 (박근혜 정권 문제에) 나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말 할 수는 없지 않겠냐. 다른 사람은 주호영 의원이다. 2015년에 주 의원과 식사 자리에서 TK에 아무도 대통령주자가 없는데 출마 선언을 해보라고 농담한 적이 있다. 주 의원도 4선에 장관까지 했는데 대권 반열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두 사람 다 현재까지 과정을 봐서는 확장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

▶TK 정치권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 이후에 TK에 이렇다 할 인물이 없다는 건 정치적으로 성숙이 안 됐기 때문이다. 성숙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보수라고 해서 변화하지 않는 건 생존력을 잃어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힘들다고 좌절하지 않고 극복할 수 있는 인물, TK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 정치인이 나온다면 또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방분권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그린벨트가 결국 수도권에 공장을 짓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설정 후 모든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용도 변경에 나서 오히려 수도권에 집중을 시키고 있다. 이는 결국 구조적인 문제다.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재벌위주다 보니 수도권이 각종 밸리 조성을 통해 결국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는 지방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개헌을 주목해볼 만하다. 지금 지방자치제는 법률상 명확한 구분이 되어있지 않다. 개헌에서 지방분권에 대한 내용을 담을 경우 지방과 중앙의 재정 분할 문제, 정부과제 배분 등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담=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yrlee@yeongnam.com
정리·사진=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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