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의 정신세계] 욕구와 방어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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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0 07:46  |  수정 2017-01-10 07:46  |  발행일 2017-01-10 제19면
[곽호순의 정신세계] 욕구와 방어기전
<곽호순병원 원장>

인간은 아동기의 의존기간이 영장류 중에서 가장 길다. 그만큼 의존적 욕구나 본능적 욕구가 강하다. 특히 심리적 욕구는 그만큼의 금지의 힘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된다. 쉽게 마음의 평화가 깨질 수 있다.

성인은 모두 마음 속에 아이를 하나씩 품고 있다. 이 아이가 원하는 대로 욕구가 생기고 의존이 생기게 된다. 마음속의 아이가 성숙한 아이인지 덜 자란 아이인지 의존적 아이인지 퇴행된 아이인지에 따라 성격이 결정된다. 그런데 이 아이가 원하는 것이 대부분 본능적인 것이고 쾌락적인 것이고 일차적인 것이다. 원하는 대로 다 될 수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금지의 힘(이를 초자아라고 한다)이 그 충동을 참도록 하고 본능을 억누르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욕구와 금지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고 마음의 평화가 깨어지면서 불안이 생기는 것이다. 마음속의 아이는 이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습득하게 된다. 이 방법을 ‘방어기전’이라고 한다. 누구나 다 갈등이 나타날 때 이 방어기전을 사용한다.

방어기전들은 방법에 따라 너무나 다른 모습들을 나타낸다. 성숙하고 건강한 아이는 건강한 방어기전을 사용할 것이고, 또는 퇴행된 방어기전을, 병적인 방어기전을 사용할 것이다. 이 방어기전의 결과를 우리는 성격의 특성이라 부르기도 한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어기전 중에는 ‘억압’이라는 것이 있다. 불안이 나타날 때 그냥 무의식 속으로 눌러버리는 것이다. 억압은 많은 욕구들을 의식화되지 못하도록 해 버리는 원시적이고 일차적인 방어기제다. 해결되지 못한 욕구들이 나중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화증이 될 수도 있고 우울증이 될 수도 있다.

부모를 닮아가는 아이, 영웅을 닮아가는 아이, 이렇듯 중요한 인물들의 태도와 행동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 닮아가는 과정을 ‘동일시’라고 한다. 성격 형성에 가장 중요한 방어기제일 수도 있다. 건강한 동일시를 통한 인격 성숙은 건강하겠지만 병적인 동일시나 금지된 대상과의 동일시 등은 걱정스러운 성격을 형성할 수 있어 그 결과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몇 달 전부터 내 짝꿍이 점점 나를 멀리하는 것 같아요. 다른 아이들까지 나에 대해 수군거려요. 모든 아이들이 다 나를 싫어해요. 이제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어요.”

이 아이는 짝꿍의 마음이 자기로부터 멀어질까 두려워하다가 오히려 남이 자기를 미워할 것이라고 믿어버리는 ‘투사’라는 방어기전을 사용했다. 투사는 자신의 무의식에 품고 있는 공격적 계획이나 충동을 남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병적인 방어기전이다. 그 결과 남의 탓을 하거나 피해망상을 가지게 되는 정신병적인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이런 미숙하거나 원시적이거나 병적인 방어기전을 성숙하고 건강하게 바꾸는 치료가 바로 정신치료다. <곽호순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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