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반기문 오늘 귀국…대선 막 오른다

  • 입력 2017-01-12   |  발행일 2017-01-12 제1면   |  수정 2017-01-12
20170112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오늘(12일) 오후 5시30분 귀국한다. 반 전 총장은 ‘국민화합’과 ‘국가통합’을 기치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 속에 ‘촛불 민심’과 ‘태극기 민심’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구촌 분쟁지역을 누비며 쌓은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을 대한민국에서 꽃피우겠다는 포부다.

사라진 꽃가마, 가시밭길 예고
검증공세 방어도 ‘발등의 불’
무리한 창당보다 폭넓은 접촉
첫 메시지 ‘화합·소통’ 전망


반 전 총장은 귀국 다음날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방문한다. 이어 고향인 충북 음성을 시작으로 대구 서문시장, 부산 유엔묘지, 전남 진도 팽목항, 경남 김해 봉하마을,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는다. ‘충청 대망론’의 발원지에서 시작해 영남과 호남의 정치적 의미가 있는 곳을 두루 찾는 건 ‘대통합 행보’로 해석된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초 ‘반기문 대망론’은 박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할 때 새누리당의 친박계가 띄웠다. 주류 안에 마땅한 ‘포스트 박근혜’가 없는 처지에서 반기문을 꽃가마에 태울 거란 말도 나왔다. ‘살아있던 권력’ 박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도 예상됐다. 하지만 지금 새누리당은 둘로 쪼개졌다. 박 대통령의 존재는 오히려 리스크(위험요소)가 됐다. 꽃가마는커녕 반 전 총장 스스로 대권 길을 닦아나가야 할 환경으로 변했다.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조직화된 지원세력이 없다. 새누리당은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서청원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핵심이 지루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현재로선 친박계가 인 위원장을 몰아내고 반기문 영입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다. 설령 친박계가 다시 당의 중심에 서더라도 반 전 총장이 보수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는 새누리당에 들어갈 리 만무하다. 신당인 바른정당엔 유승민, 오세훈, 남경필, 원희룡 같은 대권주자들이 포진해 있다. 유승민 의원은 “아직 그분의 생각이 무엇인지, 진보인지 보수인지, 개혁에 대해 (견해가) 알려진 게 없다”며 “바른정당은 추구하는 길이 있으니, 거기에 동의하면 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무조건적인 반기문 영입에는 선을 그은 셈이다. 이 상태에선 반 전 총장이 합류해도 당내 다른 대권주자들과 경선을 치러야 한다. 정치 초년생인 반 전 총장이 선택하기 어려운 길이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노련한 정치인들이 땅을 다지고 있는 ‘제3지대’에는 아직 어떤 집이 들어설지도 모른다. 국민의당에선 호남맹주들이 반 전 총장까지 포함한 제3지대 ‘빅텐트론’에 흥미를 보이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자강론(自强論)’을 기치로 독자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엔 막강 주자 문재인 전 대표가 아성을 쌓았다.

결국 현재로선 반 전 총장이 몸담을 정치집단을 찾기 어렵다. 정진석 의원 등 새누리당의 충청권 의원들을 규합해 독자신당을 창당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지역당’으로 출발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접은 상태다. 무리하게 정당을 결성하기보다는 먼저 정치권 중진들을 두루 접촉한 뒤 활로를 찾기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전언이다. 그러기엔 조기대선이 예상되는 만큼 시간이 부족하다.

반 전 총장으로선 귀국을 앞두고 시작된 검증공세에 제대로 방어할 수 있을지가 더 급한 발등의 불일 수도 있다. 그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생인 반기상씨와 조카 반주현씨가 경남기업 소유 건물 매각 과정에서 벌어진 뇌물 공여 시도 등의 혐의로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기소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길 인천공항에서부터 이런 의혹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

송국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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