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의 패션스토리] 할머니 옷의 재탄생 ‘그래니 룩’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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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3   |  발행일 2017-01-13 제41면   |  수정 2017-01-13
멋 좀 부린 소싯적 할머니 옷으로 “나도 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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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는 그래니 룩을 가장 멋지고 모던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할머니 시대 패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옷장서 막 꺼낸 듯 낡은 아이템의 변신
큼직한 뿔테 안경·꽃무늬·롱스커트 등
촌스럽잖고 패셔너블한 빈티지룩 연출

작은 아이템부터 적절한 믹스&매치 관건
와이드 팬츠 입으면 비즈니스룩 ‘OK’
67세와 87세 ‘꽃할매들’ 모델 활약도
남다른 카리스마·우아한 분위기 어필


한동안 미니멀리즘이 거센 유행을 일으켜 무엇이든 심플하고 간결하게, 군더더기를 허용하지 않는 스타일링이 대세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는 이와 정반대인 맥시멀리즘이 크게 각광 받으며 패션계를 휩쓸고 있다. 무엇이든 큼직큼직하게 연출하는 이 트렌드는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인 셀린느의 피비 필로가 추구하는 우아하면서도 시크한 현대 여성, 스텔라 매카트니가 표현해온 세련되고 도회적인 느낌의 워킹 우먼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노선이다. 이것은 ‘그래니 룩’의 유행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고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절정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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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도 변치 않는 카리스마와 우아한 분위기로 패션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옷 잘 입는 할머니’로 유명한 린다 로딘(위)과 87세의 최고령 모델 카르멘 델로피체.

먼저 ‘그래니’는 ‘할머니’라는 뜻으로 ‘그래니 룩’은 할머니 시대의 패션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탄생시킨 룩이라고 할 수 있다. 할머니 옷장에서 꺼낸 듯 낡은 아이템처럼 보여도 촌스럽지 않고 패셔너블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겨울 시즌 디테일이 정교한 수공예를 바탕으로 컬렉션을 완성한 패션 하우스들에서 그래니 룩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아이템을 내놓으며 다채로운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래니 룩을 가장 멋지고 모던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구찌의 2017 크루즈 룩 광고 주인공은 바로 영국 출신 연기파 원로 배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였다.

채스워스 하우스가 위치한 레드그레이브의 고향 영국에서 광고가 촬영됐다. 그녀는 구찌 브랜드 스냅챗 계정을 게스트로 운영하며 새 컬렉션의 무대 뒤의 모습을 공유하기도 했다. 영국의 펑크록과 전통 꽃무늬의 퓨전 같은 느낌을 보여준 이 광고의 테마는 ‘영국에 보내는 사랑 편지’. 우아한 이미지의 그녀와 구찌의 화려한 옷이 만나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해낸 이 광고는 구찌 컬렉션에 깊이를 더해주며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렇듯 구찌가 내세운 그래니 룩은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빛이 났다. 레트로 분위기를 자아내는 큼지막한 직사각형 뿔테 안경에, 어찌보면 촌스러울 수 있는 화려한 플로럴 패턴의 블라우스, 기하학적 무늬의 스커트, 그리고 같은 톤의 양말까지, 위트 있는 스타일링을 선사해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이끌어 냈다.

앞서 언급한 미니멀리즘의 대표주자 피비 필로 또한 이번에는 자신만의 그래니 룩에 도전한 듯하다.

‘원조 쿨 걸’이라고도 불리는 미국 출신 작가 존 디디온을 셀린느의 광고에 등장시켰다. 백발의 그녀에게 블랙 컬러의 터틀넥, 큼지막한 빈티지 느낌의 네클리스, 그리고 블랙 선글라스를 매치해 세련된 느낌의 그래니 룩을 연출했다.

이같은 패션 하우스들의 광고에서뿐 아니라, 패션계 곳곳에서도 할머니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67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스타일리스트, 패션 브랜드 대표, 유명 잡지 에디터 등 패션 분야의 전반적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일명 ‘옷 잘 입는 할머니’로 유명한 린다 로딘, 몸매가 드러나는 샤넬의 보디 슈트를 멋지게 소화해낸 87세의 최고령 모델 카르멘 델로피체 등 나이가 들수록 짙어지는 그들의 카리스마와 우아한 분위기로 패션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랄프 로렌 컬렉션에서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퀸 마더를 연상시키는 자카드 소재의 단정한 느낌의 투피스를 선보이며 새로운 느낌의 그래니 룩을 선사했고, 미우미우는 영국의 푸근한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잔잔한 플로럴 패턴의 블라우스에 파스텔 컬러의 니트 베스트, 깅엄체크 무늬의 코트, 그리고 빈티지한 디테일이 가미된 벨트와 진주 귀걸이를 매치하는, 개성 있는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또한 미우미우는 메이크업과 런웨이 장치 또한 그래니 룩에 맞게 연출하였는데, 낡은 듯한 타일 소재로 장식한 캣 워크와 할머니의 소녀 시절을 표현한 듯한 메이크업이 인상적이었다.

촌스럽고 유치하다고 여겨지던 할머니의 낡은 옷장 속 아이템들이 현재의 트렌드 아이템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하이 패션 속 그래니 룩을 리얼 웨이에서도 시도해 보자.

마치 할머니 옷장에서 꺼낸 듯한 빈티지 아이템들로 연출한 그래니 룩은 촌스럽지 않게 적절한 믹스 앤 매치로 스타일링하는 것이 관건이다. “할머니가 동네 마실 나왔느냐”는 주위의 혹평을 피하려면 먼저 작은 아이템으로 시작하는 것이 쉬울 듯하다.

미니멀한 루즈핏 재킷과 꽃무늬가 더해지면 사랑스러운 느낌과 동시에 도시적인 느낌을 표출할 수 있다. 화사한 프린팅이 부담스럽다면 슈즈나 액세서리로 포인트 스타일링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와이드 팬츠와 함께 연출한다면 비즈니스룩과도 잘 어울리는 빈티지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여기에 체크무늬 블라우스를 입으면 전체적인 룩에 포인트를 줘 감각적인 그래니 룩이 완성된다. 다양한 컬러의 비즈 장식 귀걸이, 또는 옷차림과 동일한 컬러의 스타킹 등 할머니의 손길이 닿은 듯 정성을 들인 스타일링이 포인트다. 패션저널리스트 mihwa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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