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차별 사회’ 탈출…새로운 패러다임 꿈꾸다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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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4   |  발행일 2017-01-14 제16면   |  수정 2017-01-14
■ 작년 출판계 최대 화제 ‘페미니즘’ 서적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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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출판계 최대의 화제는 ‘페미니즘’이었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비롯해 메갈리아, 여혐 등의 이슈들이 일년 내내 커다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온라인서점 알라딘은 2016년을 뜨겁게 장식한 출판계 이슈 투표를 실시했는데,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 12.1%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페미니즘 관련 도서는 양적, 질적으로도 큰 성장을 기록했다. 여성학·젠더 분야의 도서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하고 관련도서의 출간 종수도 38% 늘었다. 올해도 페미니즘 관련 서적이 꼬리를 물고 출간되면서 출판계의 막강파워로 떠오른 페미니즘 바람이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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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모먼트//권김현영 외 지음/ 그린비/ 272쪽/ 1만5천원

6명의 페미니스트 진솔한 이야기 담아

1990년대 중후반부터 여성운동을 펼치고 있는 6명의 페미니스트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성차별적인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조직 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를 폭로하고, 다양한 게릴라 액션들을 기획하고, 이로 인해 때로는 ‘과격한 페미니스트’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한국 여성운동의 굴곡진 역사를 보여준다.

이들의 이야기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만은 아니다. 다양한 세대와 정체성, 관심 영역을 교차하여 페미니스트들이 연결될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적었다.

할머니들은 왜 가족사와 세계사에서 지워졌는지, 사람들은 왜 성별에 따라 다른 역할을 기대하는지, 소수자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혐오의 대상이 되는지 등 책 속에서 이들이 던진 질문은 여성운동가뿐 아니라 누구나 관심을 가질 법한 주제들이다.

저자들은 “누군가 20~30대의 우리에게 들려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은 페미니즘의 어떤 순간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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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넷페미사//손희정 외 지음/ 나무연필/ 212쪽/ 1만1천700원

‘넷페미’ 등 2030 세대 여성운동 성과 묶어

2016년은 유난히 페미니즘 이슈가 불거진 한 해였다. 강남역 살인 사건에 이어 메갈리아로부터 비롯된 각종 소란, 낙태 금지를 반대하는 검은 시위와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일년 내내 이어졌다.

지난해 페미니즘 활동의 중심에 섰던 2030 페미니스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련의 활동에 임했던 걸까. 과거에도 여성들은 온라인을 통해 의견을 모으고, 활동을 확산시켰을까. 또 과거의 여성운동가들은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현실을 돌파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이런 질문에서 기획됐다. 넷페미의 역사를 개괄해봄으로써 서로 다른 세대 간의 경험을 나누고 현재의 활동에 도움될 만한 힌트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강남역 살인 사건의 의의를 다룬 행사에서 만난 네 명의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즘 라운드 테이블’이라는 모임을 만들고, 그 성과물을 책으로 묶었다.

저자들은 서점을 통해 책을 판매하기 전 독립적인 온라인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을 통해 펀딩을 진행했고, 총 674명의 참여를 이끌어내 1천54만8천원을 모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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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에 반대한다//루인 외 지음/교양인/ 192쪽/ 1만천원

평등 이름 아래 여성에게 지워진 이중구속

가부장제 사회인 한국사회에서 양성평등은 여성계가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였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런 담론이 부정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우리사회를 들끓게 한 ‘여성혐오’에 대응하는 여성들의 움직임이 ‘남성혐오’로 명명되면서 성을 남성과 여성의 대칭적 이분법으로 파악하는 양성평등 담론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성문화 연구모임 도란스가 내놓은 첫 번째 책이다. 양성평등이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이 한국 사회의 성차별 인식을 결코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남녀 평등의 이름 아래 여성에게만 지워지는 이중 구속의 현실을 들추어냈다.

저자들은 지금 한국 사회의 이슈가 기존의 양성평등 패러다임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현실이라 보고, 젠더와 관련한 기존의 논쟁 구도를 변화시키는 시도를 한다. 저자들은 여성주의는 남성과 대립하고, 남성을 대체하고, 남성에 대항하는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을 제안하는 사유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양성평등 담론이 대칭적인 논리로 오용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와 더불어 논리 자체의 모순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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