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 최고 탄소산업 허브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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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7   |  발행일 2017-01-17 제29면   |  수정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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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진 구미시장

‘미래산업의 쌀’

탄소산업을 일컫는 이 말에는 함축적 의미가 많이 담겨 있다.

우리의 주식인 쌀이 백반이 되고 잡곡밥이 되고 죽이 되듯 탄소 소재는 미래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소재산업이라는 의미다.

최근 글로벌 소재시장에서는 자동차, 항공, 스마트 디바이스, 이차전지에서 레저용품, 의료기기, 건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제품이 탄소 섬유를 기반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철보다 10배 강하고 무게는 25%에 불과하며 부식의 염려도 없는 탄소섬유의 특성을 감안하면, 탄소소재로 인해 2천년간 지속되어온 철기시대가 종언을 고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5년전 2천550억달러에 불과했던 세계 탄소소재 시장이 2030년에는 2조7천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등 탄소소재는 글로벌 산업경제의 핵심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구미시가 ‘탄소소재’라는 이름의 글로벌 경제전쟁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철강산업이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듯, 앞으로는 탄소소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는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12월13일, 2년간 공들여온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마침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사를 통과하고 최종 확정됐다.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는 이 클러스터는 산자부, 경북도와의 협업을 통해 구미국가 5산업단지 내에 탄소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융복합 탄소성형부품단지와 상용화 인증센터 등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연구개발, 시제품 제작, 국내외 인증에서 생산과 마케팅까지 탄소산업과 관련된 모든 산업절차를 전주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구미시에 마련된 것이다.

이보다 앞선 10월에는 세계 최대의 탄소섬유 생산기업 도레이가 5단지 첫 입주기업으로 대규모 생산시설의 착공에 들어감에 따라, 관련 전후방산업 유치를 통해 탄소섬유 산업의 집적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예비타당성 심사가 진행되는 지난 2년간 도레이의 투자를 확약받기 위해 수차에 걸쳐 일본을 방문해야만 했고, 독일 탄소섬유클러스터(CFK-Valley)에 지자체 최초로 정회원으로 가입했으며, 세계 석학들이 참석한 국제탄소산업포럼(ICIF)을 구미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탄소섬유의 최종 수요자인 보잉(Boeing)과 에어버스(Airbus)라는 글로벌 항공기 제조 산업의 양대산맥과 상호방문하며 신뢰를 쌓고 협력관계를 다져왔다.

그리고 지금 마침내 구미에 탄소산업의 싹이 돋아났다. 고맙게도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고 축하해 주셨지만 아직 무작정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탄소소재가 ‘미래산업의 쌀’이라면 이제 겨우 모내기를 끝냈을 뿐이다.

구미시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탄소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샌프란시스코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실리콘밸리를 이야기하듯, 전세계인이 구미시를 논할 때마다 ICT산업과 더불어 탄소소재를 상기하도록 하나의 도시브랜드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히 구미시의 미래에 대한 담론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탄소산업의 육성은 경북도, 더 나아가 대한민국산업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이다.

‘미래산업의 쌀, 탄소소재’는 지금 구미가 모내기를 끝냈다. 이제 대한민국 전체가 함께 노력하고 추수해서 맛있는 밥을 지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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