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재미있는 세상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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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7   |  발행일 2017-01-17 제30면   |  수정 2017-01-17
20170117
전충훈 공공크리에이터

2차→3차 산업혁명 100년
3차→4차 산업혁명은 4년
파괴적 혁신의 대변혁시대
창의력과 실천력만 갖추면
기회가 될 재미있는 세상


2012년 제러미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이란 책을 낸다. 당연히 당시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고 설명한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미래 예측서였고 비전을 제시하는 거였다. 그간 발표한 ‘소유의 종말’ ‘공감의 시대’ ‘수소혁명’ ‘유러피언 드림’을 정리한 버전이었다. 제일 놀라웠던 것은 리프킨은 컨설턴트였다는 사실이다. 책의 전반부에는 각국의 정치인들을 만나 자신의 주장을 제안했고 실행하는 곳도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특히 EU 집행위원회와 독일 메르켈 총리에게 수소를 재생에너지의 저장 매개체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담은 제안서를 전달했고, 그들은 이 조언에 따라 실제로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고 한다.

리프킨은 이 책에서 ‘3차 산업혁명’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3차 산업혁명을 통해 전 세계에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고, 이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것이다. 1차·2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수직적인 ‘규모의 경제’가 선호되었고 중앙 집중화된 거대 기업이 살아남았다. 반면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재생에너지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무수히 많은 소규모 기업이 협업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이때 무한 경쟁시장은 협력적 네트워크에 밀려나고, 수직적 자본주의는 분산 자본주의에 자리를 내줄 것이다.”

그런데 3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과 열풍(?)이 가라앉기도 전에 2016년 4월, 다보스 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을 주장한다. 19세기 1차 산업혁명은 석탄을 동력으로 대량 인쇄와 공장 생산 경제 시대를 열었고, 20세기 2차 산업혁명으로 전기와 커뮤니케이션이 만나면서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 등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자동차, 석유, 전자 등 대기업이 세계 경제를 부양하게 되었다. 리프킨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1차·2차 산업혁명의 수명은 끝났다고 진단하면서, 2008년 부동산 거품이 터져 최악의 경제 위기에 빠졌고, 엄청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환경 파괴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증거로 제시한다. 1차에서 2차는 100년 이상, 3차가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2차에서 3차도 100년이 흘렀다. 그런데 3차에서 4차는 불과 4년이다.

어쨌든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보자. 유비쿼터스, 모바일 슈퍼컴퓨팅, 인공지능, 자율주행자동차, 유전공학, 신경기술, 뇌과학 등 다양한 학문과 전문 영역이 서로 경계 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파괴적 혁신’을 일으켜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을 창출함으로써, 좁게는 개인의 일상생활부터 넓게는 세계 전반에 걸쳐 대변혁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한다. 거의 모든 것을 만드는 디지털 제조,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휴대전화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금융혁명을 통한 경제개발, 합성생물학, 로봇 등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산업이 재편되고 사회가 변화할 것이라고 한다. 클라우스는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하다. 미래에는 자본보다 재능을 가진 인간이 더 중요한 생산 요소가 될 거라는 사실”이라고 말하는데, 어찌 보면 ‘인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인본주의처럼 보이지만, 인문과 인본마저 생산과 산업의 요소로 바라보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라는 의문이 든다.

말들이 어렵긴 하지만 정책이나 창업과 관련한 일을 한 사람이라면 요 몇 년간 지겹도록 들었던 말이다. 또한 대중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로 인공지능에 충격을 받았었다. 이러한 큰 변화는 이미 우리 삶 속으로 들어와 있고, 우리의 의식 속에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런 시대에는 따라가기보다는 선도하는 수밖에 없다. LTE 세상에 책에 나오고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라면 이미 나올 건 다 나왔고 해먹을 사람은 다 해먹었다는 이야기다. 별로 할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어느 정도 다행인 건 초연결사회이고, ‘사람’이 생산요소이니 굳이 대구와 한국을 시장으로 국한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창의력과 실천력만 있으면 어디에 있더라도 무언가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꾸준히 뭔가를 계속 해왔던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고, 말로만 뭔가를 뽑아먹던 사람들에게는 위기일 것이다. 재미있는 세상이 되었다.

전충훈 공공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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