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미국산 계란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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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7   |  발행일 2017-01-17 제30면   |  수정 2017-01-17
20170117
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미국산이나 국내산이나
달걀은 그게 그거 아닌가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제자식 챙기는 마음으로
국민 보살펴야 성공한다


새해가 밝았다. 병신년이 가고 닭의 해인 정유년이 왔지만 마음은 무겁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게 맞지만 올해는 영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국민 모두가 같은 마음이리라.

지난해 9월부터 불붙은 국정농단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면서 벌써 햇수로 2년째다.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온 나라를 침울케 한다. 언론인 입장에서 단 몇 시간이라도 뉴스에서 눈을 떼면 그 흐름에서 밀려나고, 며칠만 접하지 않으면 국정농단에서 문맹 수준이 될 정도로 관련 뉴스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하지만 국정농단 수사 등에 임하는 피의자나 증인들의 답변 태도는 어떤가. 하나같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불출석은 그야말로 다반사다. 박 대통령조차 자신이 임명한 검찰과 국내 언론이 아무 죄도 없는 자신을 엮으려고 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나머지 관련자들의 뻔뻔스러움은 날이 갈수록 더해만 간다. 국민은 우울증을 넘어 분노폭발 직전의 임계치에 근접했는데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

일반인도 법정에 서면 미안한 마음을 갖고 고개를 숙인다. 지난 정권에서 사법처리 대상자들이 그래도 포토라인 앞에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했다. 물론 억울하게 기소돼 무죄를 선고받은 인사도 많았지만. 이 정권 들어 국정농단 관련자들에게는 기대난망이다.

어제 헌법재판소에 처음으로 얼굴을 나타낸 최순실은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에게 “어떤 이권인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며 도리어 쏘아붙였다. “교도소에서 살아봐야 얼마나 살겠나”라는 심정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관련자 대부분이 중산층 이상으로 수감생활 동안 가족의 끼니 걱정은 안할 정도이니.

내수경기 불황에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자영업자들의 몰락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업을 비롯한 제조업의 불황으로 국내 경기는 IMF외환위기 상황보다 못할 만큼 최악이다. 게다가 가계부채 폭탄이라는 초유의 재앙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으며, 장기실업자수가 역대 최고라고 한다. 평형수를 잃은 세월호마냥 대한민국호(號)가 침몰하고 있는 위기상황이다. 암울한 경제상황에도 이를 제어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일말의 양심조차 없는 그야말로 떨거지 같은 국정농단자들 때문에 국정이 마비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저께 국내 최초로 미국산 계란이 수입됐다. AI를 제대로 막지 못한 정부 탓이다. 비행기로 태평양을 건너온 귀한 계란이 대목을 앞둔 계란 품귀현상을 완화시킬 거란다. 흰 계란으로, 누런색 일색의 국내산과 비교되지만 맛과 영양은 똑같다는 농식품부 관계자 코멘트에 기자는 실소(失笑)를 금치 못했다. 때마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했기 때문이다.

외국산 빠다(버터)를 10년간이나 먹은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반 전 총장. 습관성 말 바꾸기에다 요즘에는 마치 대통령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 이어 대선 후보 2위에 올라 있다. 하도 역대 대통령들의 능력이 국민 수준에도 못 미치는 바람에 외국에서 대통령을 수입해서 써야 하겠다는 농담을 하곤 했다. 말이 씨가 된 걸까. 어차피 미국산이나 국내산이나 달걀은 그게 그거 아닌가. 전직 대통령의 딸까지 고용해 봤으나 신통치 않은데 뭔들 못하겠나.

누가 대통령이 되든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아마 기대하는 국민이 있다면 성인 반열에 올려서 추앙하고 싶을 정도다. 현직 대통령이나 차기 대권주자들의 도덕의식이나 지적수준이 아무래도 함량 미달이다. 국민이 가이드 라인을 정해주지 않으면 엇길로만 나갈 가능성이 높다. 가이드라인이란 시쳇말로 “사고만 치지 않으면 합격”이라는 것이다.

이래도 말귀를 못 알아들을 대권주자들이 있을 것 같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에서 관련자들의 공통점은 제 자식만큼은 끔찍이 챙기는 것이었다. 알아차렸는가. 차기 대권주자들이여! 제 새끼를 챙기는 심정으로 국민을 보살펴라. 그러면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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