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릴레이인터뷰] 안희정

  • 최보규 손동욱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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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8   |  발행일 2017-01-18 제6면   |  수정 2017-01-18
“국가 권력을 국민에 돌려줘야…지방분권 헌법 명시 전적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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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도전 목표를 분명히 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 13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편적 진보주의자들이 대구라고 없을 리는 없다”며 “나 자신은 얼마든지 대구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그는 65년생으로 이른바 운동권 출신이다. 중·고교 시절 이미 정치에 눈을 떴다. 언변이 세련된 정치인이다. 정권교체를 넘어 세대교체를 주창한다. 대한민국 지도력이 이제 좀 더 젊은 세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비교적 젊은 외모까지 보태져 아직은 대권에 도전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에 그는 “5년 뒤라면 나이가 주는 경륜이 쌓일 것이지만, 그때는 나는 열정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응수한다.

또 다른 그의 구호는 시대교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그는 역대 대통령의 모든 것을 뛰어넘어야 대한민국이 업그레이드 된다고 했다. ‘87년 헌법체제’ 이후 대통령은 각각의 차이는 있지만, 그 기조는 유사하다고도 했다. 그걸 포용하고 계승해 혁신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 ‘니가 있으니 내가 있다’며, 보수 진보 양날개론을 인정한다. 충남도에 새마을과를 그대로 존치하고 있다고도 했다.

의외로(?) 그는 도지사직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때 노무현과 지방자치연구소를 운영한 데다 지방 도백(道伯)으로서의 뼈저림을 보탠 때문인지 작금의 대한민국 중앙집권국가를 자치분권국가로 혁신해야 한다고 주창한다. 지난 13일 대구에 온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영남일보를 방문해 단독 인터뷰에 응했다.

김대중·노무현 지지 결합해야
정권교체와 새로운 정치 가능

朴 대통령, 따뜻함 결핍이 문제
국가운영 준비조차 못해 실패

반기문과는 동질성 느끼지 못해
충청 지역주의에 갇혀서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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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절미하고 바로 물어보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었나.

(약간 뜸을 들인 뒤) “저는 어느 대통령이든 후하게 평가하고 싶다. 지나간 선배 세대에 대해서는 그런 자세로 평가해 주는 게 옳다고 본다. 그 시대의 미션과 의무로 부여받은 약속들을 성실히 수행했다면 대체적으로 저는 후한 평가를 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왜 자살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 적 있나.

“그건 그(노 전 대통령)와 국민들의 관계에서만 알 수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5천만 국민과 관계를 맺고 있다. 종교인들이 기도할 때 신과 자기와 대화하는 것과 같다. 그가 정치인으로서 국민과 어떤 구도와 신뢰, 좌절을 겪었는지는 그만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 실패의 핵심적 원인은 뭐라고 보나.

“우리 헌법은 민주공화국으로의 대한민국을 선언하고 있다. 국가의 정체가 민주공화국인데 민주주의의 철학과 국가운영 원리에 대해 본인이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다. 오히려 제왕적 정치상황에 갇혀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해 ‘국가를 위해 좋은 일 하려고 도와준 건데 뭐가 문제가 되죠’라고 말한 것 자체가 이미 민주주의 지도자로서의 마음가짐이 전혀 없는 것이다.”


▶박 대통령에 대해 부모의 죽음 등 심리적 요인을 거론하며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차원의 용인도 안 되나.

“한 인간으로서는 이해된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지도자의 자질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후 나는 똑같이 하는 말이 있다. ‘박 대통령님 따뜻한 사람이 돼 주십시오’다. 여성 대통령으로서 따뜻함이 지도력에 가장 중요한 대목이 돼야 하는데 너무 차갑다고 생각했다. 미뤄 짐작건대 그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결핍이 그거(따뜻함)라고 생각했다.”

▶왜 정치를 하는가.(이 대목에서 역시 한참 생각에 잠겼다)

“평생 유일한 내 직업이 정치다. 대한민국에서 ‘직업정치’라고 말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내가 이거 안 해도 먹고살아’라는 생각으로 직업을 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소명의식으로서 이 직업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나답게, 또 가장 잘 할 수 있는 소명의식으로 정치하고 있다.”

▶대구·경북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바라보나.

“대구는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민주운동의 출발지다. 1987년 양김 분열과 3김 시대의 지역적 분할 때문에 지역정치가 고착화된 거지, 대구, 부산, 광주 등 모두 지난 역사에서 진보·보수적 인사가 함께 살아온 도시다. 그중 대구는 일제와 근현대사 민주화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동력의 도시였다고 본다. 나 자신이 얼마든지 대구의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세종시를 정치·행정의 수도로 완성하자’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나.

“노무현정부 때의 행정수도 추진 당시보다 지금의 상황이 훨씬 좋다. 당시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이명박 서울시장은 극구 반대했었다. 지금은 박원순, 남경필 양 시장·도지사가 합의했다. 행정과 정치 수도로서 청와대와 국회만 내려오면 된다.”

▶지방분권 개헌 관련 질문이다. 지방분권론자들 사이에서 헌법에 대한민국은 지방자치 분권국가라는 걸 명시하고, 지방의회 입법권을 보장해 주자는 개헌 논의가 나온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11년 전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온 것이다. 과거의 민주주의는 독재자를 무찌르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민주주의는 국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돌려줘야 하는데 그것이 지방분권이다. 4년에 한 번 투표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주권재민을 구체적이고 제도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손님과 주인이 따로 있는 나라가 아니라 온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성주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되면서 성주시민들이 굉장히 반대했다. 만약 안 도지사가 성주군수나 경북도지사였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겠나.

“주민들이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장·도지사가 어떻게 할 수 없다. 압도적 다수의 뜻을 존중해줘야 한다. 문제는 이게(사드 배치) 국가 차원의 과제라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원점에 놓고 가장 적합한 부지 확보를 위해 민주적 절차를 다시 밟아 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박 대통령과 현 정부가 대화와 타협의 민주적 리더십이 전혀 훈련돼 있지 않은 걸로 보인다. 물론 이 문제는 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답을 정해놓고 문제를 풀면 안 됐었다.”

▶최근 광주 등 호남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게 흔들리는 감이 있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경우 광주의 승인을 받아야 야당 후보가 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지지자를 가장 광범위하게 결합시켜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고 새로운 정치도 할 수 있다. 김대중과 노무현을 따로 분리해서 정치하려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누가 더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통성을 실현할 것인가에 대해 경쟁해야 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정체성이 없는 것 같다. 본인도 잘 모를 것’이라 말했는데, 같은 충청도 출신으로 반 전 총장과 동질성을 느끼는 부분은 없나.

“없다. 충청도민들의 오랜 염원이 우리 지역에서도 대통령 한번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나를 도지사로 만들어 주신 것도, 반 전 총장을 응원하는 것도 그런 희망 때문이라 믿는다. 그러나 충청도의 염원은 절대 지역주의적 형식에 갇혀서는 안 된다.”

▶문 전 대표를 이길 자신이 있나.

“2017년 대한민국은 나 같은 젊은 세대교체의 도전을 선택하실 거라 믿는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선택지에 나도 서 있어야 국민들이 즐겁게 선택할 수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을 어떻게 보나.

“같이 국회에서 활동하지 않아서 잘 모른다고 표현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원내대표 시절 중부담-중복지 정책과 박근혜정부의 중요한 정책에 대해 자기 견해를 밝힌 연설은 인상적이었다. 충분히 역량 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로운 대한민국의 젊은 정치인이 되기 위해 지난 시대의 낡은 진보와 보수의 경쟁구도와 대립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담=박재일 편집국 부국장/정치부문 에디터

park11@yeongnam.com

■정리=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 약력

△1965년 5월1일 충남 논산 연무읍 출생

△80년 남대전고 재학중 운동권 잡지 탐독 이유로 제적

△82년 검정고시, 83년 고려대 철학과 입학. 운동권 서클 주도

△88년 반미청년회 사건으로 10개월 수감

△89년~ 김덕룡, 이철 국회의원 비서

△94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설립,지방자치연구소 사무국장

△2002년 대선, 노무현 후보(새천년민주당) 캠프 정무팀장

△2007년 참여정부(노무현 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

△2008년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2010년~제36·37대 민선 충남도지사(더불어민주당)

△부인 민주원씨와 2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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