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형 환자에 B형…사람 잡을 뻔한 ‘수혈’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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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9 07:40  |  수정 2017-01-19 07:40  |  발행일 2017-01-19 제8면
경북대병원서 황당사고 발생
혈액형 확인못한 의료진 과실
환자는 의식 되찾고 대화 가능

경북대병원에서 수술 환자에게 잘못된 혈액을 공급하는 수혈사고가 발생했다.

18일 경북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백혈병 환자인 김모씨(37)에 대한 자궁내 종양 조직검사를 실시했다. 병원측은 복강경을 활용해 환자 김씨의 난소종양이 암인지, 아니면 백혈병에 의한 종양인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직검사 도중 출혈이 멈추지 않자 개복수술로 전환했고, 이 과정에서 급히 수혈이 진행됐다.

문제는 의료진이 김씨의 혈액형이 O형인데도 엉뚱하게 B형 혈액을 2팩이나 수혈한 것. 350㏄의 수혈팩 하나를 완전히 수혈한 뒤 두번째 수혈을 진행하던 중 잘못된 혈액이 수혈되고 있는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O형은 다른 혈액형의 사람에게 혈액을 줄 순 있지만 다른 혈액형의 피를 수혈 할 수는 없다.

환자 김씨는 수혈사고 발생 직후 정상 혈액을 공급받은 후 응급실에 잠시 머무른 뒤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현재는 의식이 돌아와 대화도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자신의 혈액형과 맞지 않은 피가 수혈될 경우 혈관 내 적혈구의 급속한 용혈(적혈구의 막이 파괴돼 안에 있는 헤모글로빈이 유출되는 현상)로 적절한 응급처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불과 수분 만에 의식장애와 호흡곤란, 발열과 쇼크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잘못된 수혈이 이뤄질 경우 다발성 장기부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날 사고는 피를 수술실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수술환자와 같은 혈액형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의료진의 잘못으로 확인됐다.

경북대 병원 관계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병원 측의 분명한 과실”이라며 “환자의 생명이 위험에 빠지지 않게 치료에 집중했을 뿐 수혈사고를 숨길 의도는 전혀 없다. 환자가 건강을 되찾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는 한편 재발방지를 위해 병원의 수술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하겠다”고 해명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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