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주자 섣부른 軍복무 단축 공약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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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9   |  발행일 2017-01-19 제31면   |  수정 2017-01-19

조기 대선국면이 본격화되면서 역대 대선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21개월(육군 기준)인 복무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이거나 아예 모병제로 바꾸자는 주장이 핵심 내용이다. 현대전은 단순 병력 수보다 첨단무기가 중요하다지만 안보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공약은 자칫 전력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 복무기간 단축 논란에 불을 지핀 주자는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다. 그는 17일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참여정부 때 국방개혁안은 18개월까지 단축하는 것이었다”며 “18개월이 정착되면 장기간에 걸쳐 더 단축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대담집에는 “1년 정도까지도 가능하다”고 적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20일 출간되는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다’에서 군 복무기간을 10개월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023년 모병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이 같은 군복무 단축 주장은 엄혹한 안보상황을 생각할 때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당장 병역자원 부족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국방부는 현재 62만5천명 규모의 군 병력을 2022년까지 52만2천명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여기다 복무기간까지 1년 단축하면 전력공백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의 병력이 128만명으로 우리보다 2배나 많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2025년이면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으로 20세 남성이 현재 36만명에서 22만명으로 대폭 줄어 지금의 병력조차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또한 군복무 기간을 대폭 줄이면 첨단장비 조작 숙련도가 떨어져 전투력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 모병제도 막대한 국방예산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충분한 병력자원 모집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2년 대선 투표 하루 전 광화문광장 마지막 유세에서 ‘임기 내 18개월 단축’을 내걸었지만 집권 후 중장기과제로 밀려났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북한의 핵 도발 위협이 가중되고 있고, 중·일을 비롯한 강대국의 동북아 패권경쟁도 치열하다. 이럴 때일수록 장래 국군통수권자가 되려는 대선 주자들은 국가 안보 관련 공약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진지한 고민도 없이 젊은 층 표심만 겨냥해 불쑥 던지면 ‘군(軍)퓰리즘’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군 복무기간 단축은 선거를 떠나 안보상황과 인력자원, 국방예산 등을 종합 검토해 중장기적으로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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