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순간 나만의 가치·취향·행복을 위해서라면 무모한 도전도 OK!”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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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0   |  발행일 2017-01-20 제34면   |  수정 2017-01-20
■ 2017 트렌드 ‘욜로 라이프’
20170120

욜로(YOLO)란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한 번뿐인 인생’이란 뜻이다.

이 단어는 2011년 미국의 인기 래퍼 드레이크의 곡에 처음 등장했다. 드레이크는 ‘The Motto’라는 곡에서 “인생은 한 번뿐이니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후회없이 즐기며 사랑하고 배우라”며 욜로를 노래했다.

이후 지난해 초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찍은 오바마 케어 홍보 동영상을 통해 또한번 욜로가 주목받았다. 정책을 알리기 위해 셀카봉을 든 오바마가 ‘Yolo, man’을 외쳤다. 한 번뿐인 당신의 인생에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의미를 표현한 것. 이후 미국에서는 ‘욜로’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고, 지난해 9월엔 옥스퍼드 사전에 신조어로 등록되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 즐거운 게 최선이라는 사고 방식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점점 강해지고 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 온 기성세대와 달리 욜로족은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충실하기를 원한다.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으므로.

2011년 美 래퍼 드레이크 곡에 첫 등장
작년 오바마 정책홍보 동영상에 활용
유행어 등극…‘옥스퍼드’ 신조어 등록

“불투명한 미래보다 오늘의 행복을 위해”
소비도 현재 만족을 최대로 즐기는 패턴
북극·사막투어 등 모험 같은 여행 선호



◆현재지향적 소비 일상화

2017년 대한민국의 욜로는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지금의 행복을 희생하기보다는 후회없이 즐기고, 사랑하고, 배우기 위한 소비를 의미한다. 합리적이고 긍정적이다. 과거나 주위에 연연하기보다는 나를 위해 소비하는 것,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한 충실한 저축보다는 행복한 오늘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욜로적 소비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욜로 시대의 소비 패턴을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와 같은 개념이라고 말한다. 감각지향적이고 현재지향적이다.

욜로족의 성향은 여행 산업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세계적인 여행 서적 론리 플래닛은 ‘yolo’를 펴내면서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 기간 동안에 해볼 수 있는 일들을 실으면서 “단순한 여행을 뛰어넘어 모험으로 가득 찬 삶의 환희를 느껴보자”고 했다.

욜로족은 유명 관광지를 패키지로 돌아다니는 여행은 사절한다. 고생스럽더라도 자기만의 취향과 재미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평소 관심이 있던 모험을 즐기면서 삶의 의미와 환희를 느낀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여행보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나를 나답게 하는 여행이 각광받는다. 사막 투어를 떠나거나, 북극으로 오로라를 보러가는 식이다. 원주민과 함께 생활을 체험하는 것도 인기다. 여행을 즐기며 매 순간을 SNS에 올리면 ‘#yolo’라는 응원이 쏟아진다. 실제로 해외에 배낭여행객이 주로 모이는 게스트하우스에는 ‘헬로(Hello)’나 ‘굿럭(Good Luck)’ 대신 ‘욜로’라는 인사가 유행이다.

개인 경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패키지 여행보다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개별 여행 수요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티몬은 개별자유여행자가 늘어나자 개별 항공권을 검색할 수 있는 메타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현지에서 사용할 입장권, 교통패스 등을 원스톱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여행지에서의 체험과 특별한 경험을 강조한 상품들을 제공하기 위한 시도다.

혼밥, 혼술에 이은 ‘혼행’도 트렌드다. 인터파크투어가 지난해 국제선 항공 판매건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여행자의 31.6%가 혼자 여행을 떠났다. 30대가 38%, 다음으로 20대가 32.6%를 차지했다. 특히 25~39세가 전체의 약 60%를 차지해 이들이 최근의 소비 트렌드인 욜로 라이프를 주도하는 세대임을 증명했다.

◆유통업계 욜로족을 잡아라

욜로 라이프를 향유하는 이들은 많은 돈을 소유하는 것보다 지금 갖고 있는 돈으로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게 풍요라고 믿는다. 욜로 라이프가 하나의 트렌드로 잡아가면서 유통업계 등에서는 욜로족을 겨냥한 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2030세대를 상대로 한 여행 상품을 비롯해 인테리어, 자동차, 레저 등의 분야에서도 욜로 라이프를 지향하는 소비자를 주타깃으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는 욜로적 소비 방식의 대표적인 예로 ‘타임커머스 앱’을 꼽았다. 타임커머스 앱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여행과 공연·외식상품, 호텔상품권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당일 상영되는 티켓을 최대 90% 할인해 주는 타임 티켓, 항공권 특가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플레이 윙즈, 당일 호텔·숙박시설을 최대 70%까지 할인해주는 호텔나우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언제든 필요한 것이 뜨면 고민하지 않고 바로 클릭한다. 타임커머스 앱을 이용하면 싼 가격으로 여가를 즐길 수 있으며,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여가를 쉽게 즐길 수 있다.

이들의 소비는 이른바 ‘가치소비’다. ‘쓸 때는 쓴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꼭 필요하거나 정말 갖고 싶은 제품에는 과감하게 지갑을 연다는 것이다. 호황기 때 나타나는 소비현상이 아니다. 불황에도 가치소비는 엄연히 존재한다. 일본에서 1980년대에 나온 개념 중 ‘1점 호화주의’라는 것이 있다. 10개를 중간 이상의 제품으로 쓰기보다는 9개는 다소 질이 낮더라도 하나는 호화롭게 쓰겠다는 것으로 나름대로 현실을 반영한 ‘나를 위한 작은 사치’라고 볼 수 있다.

고급 자동차는 ‘가치소비’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품목이다. 내집마련을 지상 목표로 삼고 허리띠를 졸라 매는 대신 욜로족은 원룸에 살면서 수입차를 타는 선택을 한다. 언제 집을 살지 모르는데, 당장 즐길 수 있는 차를 사는 게 낫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 결과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수입차의 대중화 바람이 한창이다. 2015년 수입차 구매에 사용된 카드 이용금액은 3년 전에 비해 60% 증가했다. 이용건수도 29% 늘었다.

내 집은 내가 꾸민다. 기성세대가 보기엔 전셋집을 내 돈 주고 뜯어고치는 것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없다. 하지만 욜로족은 내 집이든 전세든, 지금 사는 집을 내 마음에 들게 꾸미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더불어 생활용품 관련 매출도 수직상승 중이다.

가구, 벽지, 인테리어 소품, 주방용품 등 생활용품 구매 건수와 금액(2015년 삼성카드 기준)은 각각 32%, 41% 증가했다. 특히 혼자 사는 미혼 가구나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셀프 인테리어와 홈퍼니싱이 유행하면서, 젊은 층의 구매건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은 30대는 이용금액 증가율이 37%로 평균 대비 5%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KB투자증권 관계자는 “2030세대는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는 것보다 현재의 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소비를 통한 순간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아끼고 저축하던 이전 세대와 다르다”고 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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