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까지 사용한 대포폰, 근절대책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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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1   |  발행일 2017-01-21 제23면   |  수정 2017-01-21

박근혜 대통령까지 대포폰(차명폰)을 사용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특단의 근절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19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대통령도 차명폰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그동안 박 대통령이 대포폰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해명을 뒤집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대포폰은 가입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휴대전화를 말한다. 대포폰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은 보이스피싱, 대출사기, 성매매 알선 등 범죄에 필수품처럼 악용되기 때문이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범죄자들이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거나 증거를 숨길 목적으로 흔히 이용한다. 주로 노숙자, 신용불량자, 중국동포 등 사회적 약자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개통한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대포폰 천국임이 다시 한 번 만천하에 드러났다. 지금까지 최씨는 물론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이영선 행정관 등 의혹에 연루된 청와대 인사와 정부 고위공직자 대부분이 대포폰을 사용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명의를 제공한 사람도 역시 처벌받는다. 하지만 대포폰을 사용하다 적발된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 말 1만1천490대였던 대포폰 적발 건수가 지난해 8월 2만8천712대로 급증했다. 경찰은 실제 유통되는 대포폰은 단속 실적의 10배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대포폰 사용이 만연하게 된 주된 이유는 취득이 너무 쉽기 때문이다. 구입 루트만 알면 전화 한 통으로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신분증 스캐너 도입 의무화와 직권해지, 엠세이퍼 운영 등 강력한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무엇보다 대포폰을 개통하거나 명의를 빌려주는 사람은 처벌받지만 정작 쓰는 사람은 처벌할 수 없는 현행법의 맹점을 고쳐야 한다. 마침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한 만큼 정치권은 조속한 통과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포폰 공급자 상당수가 유통망 종사자인 현실을 감안해 휴대폰 유통망을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휴대전화 개통 시 고객 신분확인을 강화하고 정밀 전수조사를 통해 정확한 실태 파악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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