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자리·국경·富·꿈 되찾겠다” 트럼프, 美 美 오직 美

  • 입력 2017-01-23 07:41  |  수정 2017-01-23 07:41  |  발행일 2017-01-23 제10면
취임사 키워드는 ‘美 우선주의’
동맹관계 재편의지 강력 시사
G2 갈등격화땐 한반도 큰 파장
20170123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와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백악관 외곽에서 열린 축하 퍼레이드에서 시민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각)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공식으로 취임했다. 트럼프는 이날 수도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 앞 광장 특설무대에서 100여만명의 인파가 모인 가운데 취임식을 하고 세계 최강국 대통령으로서 4년의 여정을 시작했다. 억만장자 부동산재벌 출신으로 공직과 군 복무 경험이 없는 ‘아웃사이더’ 트럼프 시대의 역사적인 개막이다.

취임연설에서 예상대로 철저한 국익 중심의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의 새 정권 출범은 동맹과 자유무역을 두 축으로 구축돼온 전후 70년 세계 질서의 대대적인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트위터 140자’의 위협으로 거대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는 등 미증유의 마피아 보스식 국정운영의 파장은 지구촌을 강타할 전망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영역에 들었다”고, CNN은 “새 역사의 장이 펼쳐졌다”고 각각 전했다.

간간이 비가 뿌리는 가운데 취임식은 오전 11시31분 트럼프가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정오(한국시각 21일 오전 2시)에 트럼프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선서한 데 이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주제로 취임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우리의 일자리를, 국경을, 부를, 꿈을 되찾겠다”며 “내 단순한 두 가지 원칙은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다른 나라의 군대에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우리 군대는 매우 애석하게도 고갈되도록 했다”고 한 뒤 외교와 동맹 관계에 대해 “자국의 이익이 우선” “새로운 동맹을 조성할 것”이라고 각각 밝혀 동맹의 재편을 강력히 시사했다. 아울러 그는 “워싱턴DC로부터 권력을 이양해 그것을 여러분 미국인에게 되돌려줄 것”이라며 워싱턴 기성 정치의 타파를 선언했다.

그러나 새 정권의 출범을 알리는 통합과 축제의 무대가 돼야 할 취임식은 ‘분열적’ 대선전의 후유증 탓에 ‘반쪽 행사’로 전락했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에 따른 ‘정통성 시비’가 일면서 흑인 인권운동의 아이콘인 존 루이스 하원의원(민주·조지아)을 비롯해 60여 명이 취임식 보이콧을 선언했으며, 수십만 명의 ‘반(反) 트럼프’ 시위자가 워싱턴DC로 몰려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최저 수준인 37%의 지지율로 취임하는 것이나, 각료 인선은 마무리했지만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출신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 등 각료 후보자 대부분이 인준을 받지 못한 것 등도 새 정권 출범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 시대’는 전후 질서가 시험대 위에 오를 전망이다. 그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나토 동맹 무용론을 제기하고 유럽연합(EU) 흔들기에 나선 데 이어, 적대국인 러시아를 끌어들여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고 유엔조차 ‘사교 클럽’ 취급을 하는 등 전후 질서의 대변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선 최대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보호무역의 파고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고 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보복에 나설 경우 G2 갈등이 격화해 그 파장이 한반도에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적으로는 취임 즉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 행정명령’을 폐기하고 불법이민 단속에 나서는 동시에, 대표업적인 건강보험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고 대체법안 마련을 추진하는 등 진보 정권 8년 지우기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G2 갈등이 격화해 그 불똥이 튀고 트럼프 정권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한미 FTA까지 고치자고 들면 한·미 동맹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


취임사 요지

오늘 취임식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단순히 권력을 전임 정권에서 다음 정권으로, 또는 한 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이양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워싱턴DC에서 국민에게 되돌려주기 때문이다. 미국을 다시 강하고 부유하며 자랑스럽고 안전하게 만들 것이다.

도시에 거주하는 엄마와 자녀들은 빈곤을 겪고, 쇠락한 공장은 산재했다. 많은 돈이 교육 시스템에 투자됐지만, 젊고 아름다운 학생들은 배울 기회를 박탈당했다. 범죄·조직폭력·마약은 많은 이의 생명을 앗아가고 실현되지 않은 우리의 잠재력을 강탈했다. 이런 미국의 ‘살육’은 오늘 여기에서 끝났다.

오늘부터 오직 미국 우선주의다. 무역·세금·이민·외교정책과 관련한 모든 결정은 미국노동자와 가정이 혜택을 누리도록 이뤄질 것이다. 우리는 우리 물건을 만들고 우리 회사를 훔치며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은 외국의 파괴로부터 우리의 국경을 보호해야 한다. 보호는 위대한 번영과 강인함을 이끌 것이다.

두가지 간단한 원칙은 ‘미국산 제품을 사라. 미국민을 고용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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