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세뱃돈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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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3   |  발행일 2017-01-23 제31면   |  수정 2017-01-23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TV와 라디오에서 가끔씩 흘러 나오는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 ‘설날’은 나의 어린 시절을 살포시 일깨운다.

어느덧 중년이 되었지만, 꼬마 시절의 설은 새 신발이나 새 옷을 가질 수 있다는 즐거움과 세뱃돈을 챙길 수 있다는 기쁨으로 설레었다.

민족의 최대 명절이자 음력 설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순수 우리말인 설의 유래는 여러 가지다. △아무런 탈 없는 한 해를 위해 새해 첫날부터 삼가고 조심하라는 뜻의 ‘사리다’의 ‘살’ △추위와 가난 속에서 맞는 명절에 대한 백성들의 서러움을 나타내는‘섧’의 ‘설’ △나이와 해를 뜻하는 ‘살’ △묵은해를 보내고 맞는 새해 첫날은 다소 낯설게 느껴져 ‘낯선 날’ ‘설은 날’ △새해가 서는 날이라는 뜻의 선날에서 ‘설날’ 등이다.

나이가 지긋한 중년들의 어린시절 설날 아침에는 반드시 새옷으로 갈아 입었고, 어른들은 조상님께 경건하게 차례를 올렸다.

떡국을 먹은 뒤에는 가까운 친척이나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가 세배를 올렸다.

자신의 의사에 상관없이 반쯤은 부모님들의 강요였지만, 세뱃돈을 받는 것이 목적 중에 하나였다. 그렇다면 요즘 설날에는 세뱃돈을 얼마를 줘야 주고받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까.

지난해 한 포털사이트가 설을 앞두고 직장인 1천5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당시 조사에서 어른들이 미성년자들에게 주는 세뱃돈은 1만~3만원,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은 4만~10만원이 가장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세뱃돈을 받을 중·고교생들의 평균 희망 액수는 5만5천원이었다.

세뱃돈을 주는 어른과 받는 아이들의 기대 액수가 상당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영특한 요즘 아이들은 세뱃돈의 액수로 어른들의 능력을 평가할 수도 있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설날 주고받는 세뱃돈은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무게로 여겼으면 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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