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도충구 前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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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5 08:11  |  수정 2017-01-25 08:11  |  발행일 2017-01-25 제29면
“北에 옥수수 가공공장 설립…동포 식량난 해결에 힘 보태”
연변서 교수재직…北실상 파악
선진 농업기술·영농 설비 등 제공
“북한 민심 얻어야 통일 앞당겨져”
[이 사람] 도충구 前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지난해 가을에 생산한 옥수수가 가공공장 앞에 가득 쌓여있다.
[이 사람] 도충구 前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북한 지역에 있는 한 탁아소의 어린이들이 털모자를 선물로 받고 있다.
[이 사람] 도충구 前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이웃에겐 사랑을, 북한 동포에겐 생명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한반도에 엄동설한의 냉기가 가득한 가운데 도충구 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대구대 명예교수·사진)의 북한동포 사랑이 2년째 열매를 맺고 있다.

도 교수는 3년 전 중국 길림성 연길시에 A무역회사를 설립하고 북한 나선시 선봉지구 백학동에 있는 B회사와 농작물 생산계약을 맺었다. B회사는 선봉지구 내 유일한 농업합작법인으로 옥수수 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공장의 형식상 대표는 중국 동포이지만 도 교수가 실질적 리더이다. 상호평등 호혜의 원칙 아래 북측에선 토지와 노동력을 제공하고 A회사는 농업투자에 수반되는 선진농업기술과 영농설비를 제공함으로써 옥수수 알곡 생산을 늘린다는 게 골자다.

지금까지 A회사는 트랙터, 경운기를 비롯해 옥수수 종자, 비료, 농약, 탈곡기, 분무기 등을 제공했으며 전문가로 하여금 농업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생산계약은 2021년까지이며 계약 종료 후 재계약을 하기로 했다.

농업합작법인에 속한 옥수수밭은 약 30정보로 면적은 29만7천㎡(약 9만평)에 달한다.

“2015년, 2016년 두 번 추수를 했는데, 매년 옥수수를 70t 정도 생산했습니다. 이 가운데 수확량의 20%는 국가가 가져가고 나머지 80%를 반으로 쪼갭니다. 수익의 절반은 노동자 임금과 관리비로 지급하고 절반은 극빈자 가정이나 고아원, 탁아소 등에 현물 상태로 직접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옥수수 공장 소속 노동자는 30명이며 딸린 가족이 83명이에요.”

도 교수가 북한에 옥수수 가공공장을 설립할 수 있었던 것은 20년간 동포사랑의 결과물이다. 중국 연변과학기술대 명예교수이기도 한 그는 20년 가까이 매년 여름계절학기에 연변과학기술대에서 무료강의를 한다. 연변에 머무는 동안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한 걸 알게 된 그는 중국 동포를 통해 북한 동포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옥수수를 직접 생산하고 가공함으로써 동포들의 식량난도 덜어주고 고용도 창출하게 됐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경제사정은 예전보다 호전됐다고 하더군요. 배급경제가 중단된 상태에서 장마당을 통해 개인의 경제활동이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의 경우 국가 차원에선 제재를 하고 있지만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까진 막지 못하고 있어요.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북한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게 걱정입니다. 북한 인민의 남한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념과 사상에 앞서 인도주의 차원에서 도움을 주고받아야 상호 신뢰가 쌓이지요. 북한 동포의 민심을 얻어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도 교수가 혼자의 힘으로 옥수수 가공공장을 설립한 건 아니다. “제자, 후배 등 지인 7~8명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헌신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옥수수 가공공장 설립은 불가능했습니다. 후원단체 이름은 ‘휘파람동산’입니다.”

한편 도 교수는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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