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여교사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1-27   |  발행일 2017-01-27 제43면   |  수정 2017-01-27
‘들끓는 감정 열연’ 김하늘의 연기 변신 큰 주목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여교사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여교사

리처드 이어 감독의 영국 영화 ‘노트 온 스캔들’(2006)은 제자와 불륜에 빠진 젊은 여교사 쉬바(케이트 블란쳇)와 이를 빌미로 그녀를 자기 손아귀에 넣으려는 레즈비언 여교사 바바라(주디 덴치)의 엽기적 관계를 통해 인간 심성의 근원을 파헤진 문제작이다. 국내 최연소로 칸 영화제에 입성한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여교사’는 ‘노트 온 스캔들’의 이러한 파격성에 한국사회의 문제적 화두로 등장한 비정규직 문제를 덤으로 얹어 여성심리에 예각적으로 천착한다.

남자 고교의 화학과 기간제 여교사 효주(김하늘)는 오매불망 정교사 채용을 기다리며 바쁜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날 이사장의 딸인 대학 후배 혜영(유인영)이 그 자리를 꿰차게 되자 효주는 흙수저의 상실감에 혜영을 경멸하게 되고, 작가를 꿈꾸며 무위도식하는 동거남 상우(이희준)와도 점차 소원해진다. 좋은 환경과 맑은 성격으로 혜영이 자신에게 살갑게 다가올수록 가지지 못한 자의 열등감과 모멸감은 배가될 뿐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자신의 반 무용특기생 재하(이원근)와 혜영의 정사를 목격한 효주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리곤 이 어마어마한 비밀로 혜영을 옥죄는 동시에 묘한 질투심으로 재하에게 접근하게 된다. ‘너는 되고 나는 왜 안 돼?’ 혜영의 일탈로 승기를 잡은 효주는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호기를 부린다. 그러나 혜영과 재하 사이엔 효주를 더욱 비참하게 하는 밀약이 있었으니.

비정규직 여교사와 금수저 정교사의 계층적 갈등에 남고생 제자와의 추문이 곁들여져 통속적 삼각관계의 축을 이루는 영화의 구도는 드라마적 흥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견인한다. 평단의 평가처럼 강렬한 스토리, 절정의 열연, 압도하는 긴장감, 인간심리에 대한 감독의 예리한 통찰과 현실의 반영이 골고루 분배된 영화는 짧은 러닝타임을 아쉬워 하게 한다.

‘여교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정교사가 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기간제 여교사의 굴욕적 위상과 미성년의 이성 제자를 두고 애정과 질투의 경합을 벌이는 여성의 페르소나를 실감나게 펼쳐보인 김하늘의 내면연기다. 그간 브라운관과 은막을 통해 가녀린 멜로의 여왕으로 인각되어온 그녀는 이 영화에서 기왕의 축적된 이미지를 교묘히 변용시켜 증오와 질투의 화신으로 거듭남으로써 배우의 변신이 관객의 카타르시스에 이바지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흙수저의 경멸을 납득할 수 없는 금수저의 답답함을 천진스레 연기한 유인영과 스승들의 애욕과 질투의 대상이 된 고교생의 민낯을 강렬히 드러낸 이원근의 연기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허나 너무 도발적이라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대단원은 극적 상징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작위적이어서 불편하다.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