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미국, 美 이민사 1965년 전후로 구분…이민법 개정이후 유색 인종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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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2 07:55  |  수정 2017-02-02 07:55  |  발행일 2017-02-02 제14면
초창기에는 백인인 유럽계만 선호
당시엔 검문 장소도 동부·서부 분리
19세기 산업화 기여했지만 차별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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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뉴욕의 유럽계 이민자들을 검문하던 엘리스 아일랜드 내 입국심사장 모습. <출처: www.thehistoryblo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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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 <경북PRIDE 상품 미국 해외시장 조사원·미국 버클리대 정치학 박사과정>

미국의 이민사는 크게 1965년 이전과 그 이후로 구분할 수 있다. 미국은 이민국가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국가지만 늘 이민자를 선별해서 받아들여 왔다. 가급적이면 기술이 있는 사람,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을 선호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1965년을 기준으로 그 기점을 구분하는 것은 결정적인 정책적 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1965년 이전의 미국 정부는 기존 상류층의 미국인들과 같은 백인의 이민을 선호했다. 이는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한 ‘국가별 쿼터제도’를 통해 이미 제도화돼 운영되고 있었다. 그래서 1965년 이전에는 유럽계 이민자가 미국으로 대부분 유입됐다.

비슷한 시기에 일부 아시아 이민자들도 미국에 유입되었지만, 이들은 1882년에 도입된 중국인 추방법 및 유사한 제도의 확장에 따라 한동안 미국에 발을 붙이지 못했다. 미국 땅에서 아시안·라티노를 비롯한 유색인종 이민자들의 인구가 급증한 건 위와 같은 인종차별 요소가 포함된 ‘국가별 쿼터제’를 폐지한 1965년 이민법 개정 이후부터였다.

미국의 이민사를 보면 인종차별은 꼭 흑인 노예제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동부를 중심으로는 유럽 이민자를, 서부를 중심으로는 아시아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였다. 당시에는 이민자들이 건너오면 격리된 장소에서 검문을 실시했다. 미국 동부 뉴욕에는 유럽계 이민자들을 검문하던 곳인 ‘엘리스 아일랜드’가 있었고, 서부 샌프란시스코에는 동양계 이민자들을 검문하던 곳인 ‘엔젤 아일랜드’가 있었다.

1892년부터 1954년까지 엘리스 아일랜드를 통해 유입된 이민자는 약 1천200만명이며, 1910년부터 1940년까지 엔젤 아일랜드를 통해 유입된 이민자는 약 1천만명으로 집계된다. 이들 이민자들은 모두 미국의 19세기 산업 발달에 크게 기여했다.

유럽계 이민자들은 동부와 중서부 산업지역의 산업화·도시화의 숨은 영웅이었다. 아시아 이민자들은 서부의 골드 러시로 인한 광산 개발과 동서부를 잇는 철도 건설에 크게 기여했다. 사실 이 두 산업분야는 오늘날 미국 경제의 주력 지역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를 존재하게 한 기반산업이라 할 수 있다.

두 이민자 집단 모두 과거 미국 경제에 있어 큰 역할을 담당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의 운명은 사뭇 달라졌다.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 유입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미국 정치는 ‘머신 정치’라 하여 정당들이 돈이나 직업, 혹은 선별적인 정책적 혜택을 주고 표를 사는 식으로 지지 기반을 다지던 시기였다. 이민자들은 값싼 노동력의 원천이기도 했지만, 정당들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잡아야 할 중요 유권자이기도 했다. 유럽계 이민자들이 급속도로 미국 사회에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당시의 정당 정치가 큰 몫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공격적으로 유럽계 이민자들을 귀화시켜서 지지층으로 활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안계는 상황이 달랐다. 아시안계 이민자들의 처지가 근본적으로 달랐던 것은 미국 헌법 내 국적법의 인종 차별적 요소 때문이었다. 1790년에 제정된 미국의 국적법에서는 ‘선량하고 자유로운 백인인 경우에만 귀화를 허용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백인’이다. 당시 아시안계 이민자들은 미국 시민이 될 수 있는 길이 존재하지 않았다. 미국 국민으로서 투표를 할 수 없었던 아시안계는 정치적 활용 가치가 떨어졌기에 정당들은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들의 험난한 미국 생존기는 수백년간 지속됐다.

※원문은 ‘경북PRIDE상품 지원센터 홈페이지(www.prideitem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영남일보 - < 재> 경북도 경제진흥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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