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셀프연봉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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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2   |  발행일 2017-02-02 제30면   |  수정 2017-02-02
20170202
강미아 안동대 교수

셀프연봉협상을 해 보면
돈으로 계산 못하는 영역
스스로의 가치 제고 가능
자신에게는 기쁨이 되고
사회발전에도 도움될 것


13월의 월급 또는 보너스라고 하는 연말정산을 하였다. 대부분의 월급쟁이들은 연말정산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사회가 우리에게 준 경제적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게 된다. 병원·약국 등으로의 지출을 보면서 새해 건강을 다짐하기도 하고 큰 병 없이 버티어온 날들에 감사하는 마음도 갖게 된다. 그래서 연말정산의 과정은 지나온 일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기록이기도 하다.

나는 연말정산을 통해 나의 사회적·객관적 가치를 정리하고, 사회로부터 받을 수 없는 영역의 가치를 더해 스스로 한 해의 연봉협상을 한다. 조직 또는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가치를 나 자신과 협상하여 정한다. 연말정산을 할 때 세금을 내지도 환급받지도 않는 영역의 가치다. 나는 이 과정을 ‘셀프연봉협상’이라 부르고 ‘셀프연봉계산법’에 따른다. 셀프연봉계산을 하는 동안 스스로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주제 파악’을 하게 된다. 주제파악이 되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확연히 드러나게 되고 스스로 세운 책임을 이행하는 즐거움도 생긴다.

나의 셀프연봉계산법에는 3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지식과 기술이 고급화되어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은 시간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해야 하는 일에 소요되는 시간을 정확히 판단하여 셈을 한다. 예를 들어 전공 또는 교양강좌의 강의를 위한 준비시간, 강의시간, 피드백시간, 학생들과의 교류시간을 모두 더하고 요일별 배정을 한 후 예기치 않게 생기는 여러 일들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10%의 시간을 더한다. 이렇게 강의와 교육에 필요한 시간을 결정한다. 연구에 사용되는 시간은 연구의 특성을 고려하여 낮밤과 주말까지 철저히 계산한다. 환경 현장조사, 환경자료 구축, 학술대회 발표, 논문 준비 및 연구진과의 회의 등 모두 빠짐없이 필요한 시간을 배분한다. 비로소 후학양성과 인재배출을 위한 교육과 연구가 조직의 목적인 대학의 교직원으로서 연봉계산이 완료된다. 실제 협상은 없지만 내가 받는 연봉이다.

둘째, 외부에서 얻은 역할수행에 요구되는 시간을 계산한다. 지적인 활동과 사회에 기여하는 일들에 대한 것으로 전문위원회, 지역사회 네트워크 활성화, 미래 인적자원 양성 활동 등이다. 이미 계획하여 예상할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아니한 일들이 생길 때도 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은 사회공헌도를 생각하여 수행 여부를 결정한다. 사회공헌도의 으뜸기준은 고교생의 진학상담과 대학(원)생들을 위한 상담이다. 추가되는 일들은 점심식사 시간에 한다. 2016년 서울시립대를 지원하려는 여고생이 어머니와 함께 연구실로 왔고 점심시간에 상담을 하였다. 나의 밥 시간이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한 끼 굶는 것은 차라리 행복이다. 나의 거친 질문에도 솔직히 응해 주었기에 몇 번의 통화와 문자를 통해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었고 합격의 기쁨을 함께하였다. 우리 대학에 오지 않더라도 한 여고생의 미래를 위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한 일이라고 믿는 책임감의 결과였다.

셋째,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해 “No”라고 답하여 얻은 시간들을 활용, 사회에 내놓을 성과와 가치를 연봉에 더한다. 아직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인 능력 있는 환경인들이 소외되지 않을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네트워크의 장을 마련하여 사회 발전에 소용되는 가치를 창출하면서 누리는 기쁨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신뢰다.

나는 2017년 27번째 셀프연봉협상을 통해 실제 연봉의 3배로 결정하였다. 성실히 수행할 것이므로 3배 이상의 기쁨을 누릴 미래 연말이 기다려진다. 시간은 돌이킬 수 없고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시간에 머물러 있다면 자신의 성장에 희망적이고 사회 발전에도 가치 있는 ‘셀프연봉협상’을 하면서 때를 기다릴 것을 감히 제안한다. 강미아 안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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