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라이언·컨택트

  • 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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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3   |  발행일 2017-02-03 제42면   |  수정 2017-02-03

라이언
“구글어스로 대륙을 넘어”…25년 만의 기적 같은 귀가


20170203

5세 소년 사루(서니 파와르)는 일을 하러 간 형 구뚜를 기다리다 기차역에서 잠이 든다. 눈을 떠보니 형은 보이지 않고, 놀란 마음에 아무 기차에 올라탄다. 기차에서 다시 깜빡 잠이 든 사루는 집에서 수천㎞ 떨어진 곳에서 눈을 뜨게 된다. 낯선 기차역에 홀로 남겨진 사루는 보고 싶은 엄마와 형을 애타게 불러보지만 벵골어를 쓰는 낯선 그곳에서 힌디어를 쓰는 사루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루가 기억하는 건 형과 자기가 살던 동네 이름뿐이다. 그나마 동네 이름은 명확하지도 않다. 수개월 동안 이곳저곳을 떠돌며 힘겹게 살아가던 사루는 결국 인도를 떠나 호주의 한 가정에 입양된다. 호주인 엄마 수 브리얼리(니콜 키드먼)와 아빠 존 브리얼리(데이비드 웬햄)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사루는 어느덧 성인이 돼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다. 그는 대학원에서 만난 인도 친구들로 인해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친구의 집에서 우연히 맛본 인도 과자인 ‘젤라비’가 기폭제가 됐다. 그렇게 그는 가슴 깊이 무겁게 자리 잡고 있던 기억들을 끄집어 내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아직도 자신을 애타게 찾고 있을 형과 엄마 생각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위성 지도 프로그램인 ‘구글어스’로 전 세계 어디든 발견할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가느다란 희망을 품고 25년 만에 집으로 가는 길을 다시 찾기 시작한다.


다섯살때 길을 잃고 호주로 입양된 인도 청년 실화
‘4천대 1’ 거리 캐스팅 어린 사루役 서니 파와르 호연
스토리·연출 등 조화…올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라이언’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구글어스로 집을 찾았다는 이 믿기지 않는 이야기는 2012년 영국 BBC 등 뉴스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고, 실제 주인공인 사루 브리얼리는 이듬해 책 ‘집으로’(원제 A Long Way Home)를 출간한 바 있다.

사루는 인터넷 웹사이트 구글이 제공하는 위성사진 프로그램인 구글어스를 이용해 집을 찾아낸 방법을 직접 소개했다. 길을 잃었던 당시 열차의 속도를 알아내고 그 속도에 기차에 있던 시간을 곱해 수색 반경을 구하고, 그 안에서 큰 물탱크가 있는 기차역을 찾았다. 어렴풋이 큰 물탱크가 있었던 어느 기차역 플랫폼에서 잠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TV 광고로 먼저 이름을 알린 호주 출신의 가스 데이비스 감독이 연출했다. 성인 사루 역은 영국의 인기 드라마 ‘스킨스’로 데뷔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데브 파텔이 맡았다. 그는 자신이 먼저 각본가를 찾아가 출연 의사를 밝혀 배역을 따냈다고 한다. 할리우드 톱배우 니콜 키드먼은 사루의 양어머니 수 브리얼리 역을 맡아 가슴 절절한 모성애 연기를 선보인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출연자는 무려 4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길거리 캐스팅된 다섯살 사루 역의 서니 파와르다. 가스 데이비스 감독은 그를 보자마자 단번에 “내가 찾던 바로 그 소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서니 파와르는 단 한 차례의 연기 경험도 없던 평범한 소년이었다는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을 만큼 감동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는 입양 가정을 통해 점차 재정립되고 있는 현대의 가족관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진정한 모성애란 무엇인지도 느끼게 해준다. 양부모에 대한 애정과 친모에 대한 그리움 사이에서 깊은 고뇌에 빠져드는 사루의 모습은 지극히 인간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영화가 끝나갈 때쯤이면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된다. ‘라이언’은 오는 26일(현지시각) 열리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장르:드라마,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118분)


컨택트
외계인과 첫 접촉…“의문의 신호를 해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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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저명한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는 병에 걸린 딸이 죽자 실의에 빠져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타원형의 미확인 비행물체 12개가 전세계 각지에 나타난다. 셸(Shell)이라고 불리는 이 물체는 결코 착륙하지 않고 땅에서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각국의 상공에 떠 있다. 루이스는 물리학자인 이안(제레미 레너)과 함께 미국 정부로부터 미지의 셸이 보내는 의문의 신호를 해독하라는 특명을 받아 CIA 특별팀에 차출된다.

이안은 수학적 방법으로 의사소통의 열쇠를 풀려는 이론물리학자로, 그는 원래 절대적인 과학 신봉자였지만 루이스를 통해 소통의 신비를 체험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며 그녀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루이스는 이안과 함께 셸 안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마치 다리가 7개인 문어처럼 생긴 외계 생명체 헵타포드(heptapod)와 마주하게 된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통을 시도하며 고군분투하던 루이스는 그들로부터 “무기를 주다”라는 뜻밖의 답변을 듣게 되고 이로 인해 세계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테드 창 SF 원작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 영화화
진정한 소통 의미·인생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 제시
드니 빌뇌브 감독, 올 아카데미 감독상 노미네이트



‘컨택트’(원제 Arrival)는 진정한 소통의 의미와 인생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영화다. 대개 화려한 시각효과와 속도감 넘치는 전개를 보이는 기존 SF 장르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15시간 내에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온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설정 속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종 간의 소통 과정이 내밀하게 다뤄진다. 그를 통해 삶의 의미까지도 묻는다. 현실과 회상의 모호한 경계를 오가는 다층적인 구조와 소통의 과정 속에 숨겨진 놀라운 반전은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감동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는 중국계 미국인 소설가 테드 창의 단편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원작 소설은 전세계 15개국에 번역 출간됐으며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등을 석권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미확인 비행물체인 셸과 외계 생명체의 독특한 형체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셸의 내부는 세트로 제작됐으며 배우들은 실제로 리프트를 이용해 14~18m 위에 자리한 기괴한 통로로 들어가는 장면을 촬영했다고 한다.

‘그을린 사랑’ ‘프리즈너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등을 연출한 캐나다 출신 드니 빌뇌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아메리칸 허슬’(2014)과 ‘빅아이즈’(2015)를 통해 2회 연속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에이미 아담스가 딸을 잃은 상실감과 슬픔을 항상 느끼며 살아가지만 동시에 위험을 무릅쓸 줄 아는 강인함이 내재된 인물이자 언어학자인 루이스로 등장한다. 그는 미지의 세계와 마주한 자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낸다. ‘미션 임파서블’과 ‘본’ ‘어벤져스’ 시리즈를 통해 강하고 남성적인 매력을 주로 선보였던 제레미 레너가 지적인 물리학자 이안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이 외에도 긴박한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인 CIA 소속 대령 코로넬 역에 영화 ‘라스트 킹’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바 있는 포레스트 휘태커 등이 출연한다. ‘컨택트’는 오는 26일(현지시각) 열리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장르:SF·미스터리·스릴러,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116분)

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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