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새해 계획과 세부 목표

  • 최은지
  • |
  • 입력 2017-02-06 07:45  |  수정 2017-02-06 07:46  |  발행일 2017-02-06 제18면
日 괴물투수 오타니의 성공비결은 계획·노력·인성
20170206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최종목표·실천방안 적는
81칸의 만다라트 계획표
실천사항 運·인간성 포함
긍정적사고·배려 등 힘써


오늘은 야구 선수 이야기를 한 번 해 볼까요. 여러분은 혹시 괴물 투수라고 불리는 일본의 23세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를 아시나요? 그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것은 우리나라가 우승의 영광을 차지한 2015년 WBSC(세계야구소프트볼대회) 프리미어12라는 세계대회였지요. 당시 어떤 기자는 그를 “지구 상 21세 투수 중에 최고의 투수"라며 극찬했고, 각 구단에서도 오타니의 행보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또한 그와 상대한 우리나라 선수들도 “오타니 쇼헤이의 공은 살면서 처음 경험한 위력적인 공이었다.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오타니의 공은 그냥 못 친다. 그 선수는 지구 최강의 투수다" “야구를 하면서 이런 볼은 처음 봤다" 등의 말을 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뜬금없이 웬 야구 이야기?’ 하시는 분도 계시지요. 야구의 문외한인 제가 오늘 드릴 말씀은 사실 야구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새해 목표 계획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울림을 주었다고 전해지는 만다라트 양식의 목표 달성표인데요. 인터넷에 퍼져 사람들에게 ‘역시~’라는 평가를 받은 만다라트는 앞에 말씀 드린 오타니 쇼헤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작성했다고 하네요.

만다라트 계획표에 대해 조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종이에 가로 9칸, 세로 9칸, 모두 81칸의 사각형을 그립니다. 그 표의 가장 가운데에는 올해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를, 그 사각형을 둘러싼 8칸에는 그 목표를 현실화할 실천 키워드를 적습니다. 그리고 그 8개의 행동 계획을 그 주변으로 확장해 다시 하나의 하위 목표로 삼고 각각의 주변 8칸에 그 하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실천 계획을 나열하여 작성하면 됩니다.

우리에게 알려진 오타니의 만다라트는 고교 1학년 때 8구단 드래프트 1순위를 최종 목표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계획으로 ‘몸 만들기, 제구, 구위, 멘탈, 스피드 160㎞/h, 변화구, 운, 인간성’을 들고 있습니다. 고교 1학년 학생이 이렇게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과 작은 노력을 모아 큰 결과를 성취하려는 그의 주도면밀한 계획성이 놀랍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운’이라는 실천 계획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하부 실천 계획입니다. 언뜻 보면 야구와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운’을 달성하기 위해 그는 ‘인사하기, 쓰레기 줍기, 물건을 소중히 쓰기, 긍정적 사고, 책 읽기’ 등의 하부 실천 계획을 세웠습니다. 우리는 흔히 행운을 그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러다 보니 자주 ‘나에겐 왜 이리 운이 안 따르지?’하며 불평하곤 하는데 고교 1학년 학생이 ‘행운’을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요소로 생각한 점이 정말 놀랍네요. 길가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허리 굽혀 주우면서도, 친구나 이웃들에게 즐거이 인사하면서도 ‘와우! 오늘도 나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겠는걸! 나는 정말 운 좋은 사람이야!’라며 활짝 웃을 것 같은 상냥하고 씩씩한 젊은 친구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지 않으십니까? 또한 독서하기, 물건 아껴 쓰기, 긍정적 사고가 운과 연관된다고 하는 그의 만다라트를 보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태도의 삶이 가치 있는지에 대해 귀중한 가르침을 배웁니다.

‘인간성’이라는 실천 계획에서도 많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인간성’의 하위 실천요소로 ‘감성, 배려, 예의, 감사, 신뢰받는 사람, 사랑받는 사람’ 등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사람됨에 대한 그의 깊은 통찰력과 이해력에 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네요. 아무리 야구를 잘해도, 아무리 똑똑하고 공부를 잘한다 해도 ‘인간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허망한 것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진리이지요.

‘인성’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이 되는 것으로 요즘 학교에서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지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요. ‘교사의 가장 큰 책임은 학생들의 마음과 도덕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지식이 없는 선함은 약하고, 선함이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이 두 가지가 합쳐서 고귀한 인품을 이룰 때 인류에 도움이 되는 토대가 될 수 있다’라는 어떤 구절이 문득 생각납니다. 교사로서의 무거운 책무감을 느끼면서 문득 마음의 밑바탕에선 부끄러운 자책도 일어나네요. 매년 새해의 첫 말미엔 저도 나름의 다짐과 목표를 정하기는 했었어요. 하지만 단 한 번도 나 자신의 인성을 되돌아 본 적도, 인성을 닦기 위한 목표를 생각조차 해 본 적도 없었다는 깨달음 때문이지요.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두 달째로 접어듭니다. 분주한 일상과 어지러운 세상의 소용돌이 속에 세월은 그저 물 흐르듯 지나갑니다. 2017년 새로운 한 해를 보람있고 충실하게 살아가기 위해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우리도 오타니처럼 만다라트 계획표를 한번 짜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저도 2월의 수업엔 꽃처럼 예쁘고 귀여운 우리 학생들과 함께 만다라트 계획표를 짜보겠습니다.

신현숙<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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