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大연정론’이 해법일 수 있다

  • 송국건
  • |
  • 입력 2017-02-06   |  발행일 2017-02-06 제30면   |  수정 2017-02-06
20170206

조기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준비안된 정부 혼선 불가피
2차 장외대결 일어날 수도
좌우합작 정부면 예방가능
지역구도 타파 부수효과도


헌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의 임기가 만료되는 3월13일 이전에 끝내려 한다. 이에 맞서 대통령 대리인단은 추가 증인 채택을 요청하는 등 시간끌기를 시도한다. 헌재 결정이 언제 나오든, 만일 탄핵이 결정되고 대통령이 파면되면 60일 안에 조기대선이 실시된다. 지금 각 정치 세력과 대선 주자들은 어떻게 하면 정권을 잡을지 열심히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대선 이후는 말하지 않는다. 지금에 못지않은 극단적인 혼란이 뻔히 예상됨에도 독이 든 과실을 따는 데만 열중한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 어느 쪽이 승리하든 필연적으로 일어날 일들을 먼저 가상해 보자.

60일 안에 후다닥 선거가 치러지면 무엇보다 패배한 쪽에서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보수와 진보가 태극기와 촛불로 나뉘어 광장에서 충돌한 상태로 선거가 실시되기에 더욱 그렇다. 선거 과정에서 돌출한 쟁점들을 복기하며 불복 운동에 나설 수 있다. 이긴 쪽에서도 초기에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대선은 12월에 실시되고 정권은 그다음해 2월25일에 공식 출범한다. 그 기간에 대통령직인수위를 구성해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을 꾸리고 국회의 인사청문회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는 게 원칙이다. 또 전임 정부의 정책 가운데 이어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들은 폐기하고 새로운 정책의 기본 틀을 짠다. 하지만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은 선거 다음 날 바로 임기가 시작된다. 가령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문재인 대통령-황교안 내각’이 당분간 어색한 동거를 해야 한다. 새 내각을 지명하더라도 대선이 막 끝나 각 정당의 감정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국회 인사청문회가 순조롭게 진행될 걸로 기대하기 어렵다. 청와대 참모야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으니, 바로 임명할 수 있지만 그래도 한광옥 비서실장체제가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하고, 경호는 박흥렬 실장의 경호실이 맡는 장면도 잠깐 나올 수 있다. 이런 초기의 혼란이 가까스로 수습되더라도 더 큰 문제가 기다린다. 지금의 국제정세, 경제난, 사회혼란을 감안하면 다음 대통령이 국정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쉽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위력을 드러낸 촛불이나 태극기가 다시 거리로 뛰쳐나가 새 대통령을 겨냥해 ‘탄핵’을 외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조기대선 이후의 국가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선 좌-우의 2차 진영대결을 막는 길밖에 없다.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된 ‘대(大)연정론’ ‘공동정부론’에 눈길이 간다. 물론 일단은 각 대선주자들이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한다. 대선에서의 유불리를 따져 이념과 노선을 뛰어넘는 짝짓기 구상에 한창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새누리당까지 포함하는 연립정부 구상을 내놓았다가 진보 진영 안에서 역풍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동기는 순수하지 않더라도 지금 시점에 좌우가 합작한 연립정부가 탄생하면 2차 좌우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다. 부수 효과도 생긴다.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 호남에 둥지를 틀고 있는 진보가 합쳐 하나의 정부를 구성하면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대결 구도를 깰 수 있다. 물론 한국적 정치현실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안희정이 대연정론을 제기하자 같은 편인 민주당에서 “국정농단 세력과는 안 된다”(문재인), “그들(새누리당)은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비판이 나왔다. 원칙적으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선 입장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기대선 이후 대한민국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고민하는 진정한 정치지도자라면 안희정의 제안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서울취재본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