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시작된 트럼프 시대, 한국은?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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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6   |  발행일 2017-02-06 제30면   |  수정 2017-02-06
20170206
강준영 (한국외대교수·차이나 인사이트 편집장)

통상마찰·북한 핵문제 등
불확실성을 넘어서 ‘불안’
트럼프 시대를 맞은 한국
필생의 생존전략 수립에
朝野를 불문해 협력해야


스스로도 예측 불가능을 좋아한다고 밝힌 ‘불확실성의 아이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대선 공약들을 일사천리로 집행하기 시작했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 건설을 선언하고, 이슬람 7개국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기 시작했으며, 중국·독일·일본을 환율 조작국으로 공격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 실천의 고삐를 죄고 있다. 당선 후 공약을 수정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뒤로하고 미국식 가치의 훼손이라는 국내외의 우려도 접어둔 거침없는 행보다.

이렇게 트럼프 시대는 ‘불확실성’을 넘어서는 ‘불안’이라는 현실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 아직 우리와 직접 관계되는 정책이나 조치들이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미국 이익에 근거한 자국 중심적 논리로 한국을 옥죄는 조치들이 돌출될 개연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북핵 위협에 맞서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했지만, 앞으로 한·미 간에도 복잡하고 다양한 이슈들이 대두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정공백 상황의 한국에는 분명히 또 다른 불안 요인이다.

특히 안보는 철저히 미국에 의지하면서 중국과의 교역으로 경제를 지탱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미·중 간의 마찰은 안전 유지와 경제 발전이라는 우리의 두 생명 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핵심요소다. 트럼프는 중국이 비정상적이고 불공정한 방법으로 경제 발전을 꾀하면서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뺏었기 때문에 이를 절대로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 경제적 성과를 이용해 군사적으로 미국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도전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통상마찰이 화두지만 실질적 갈등 구조의 핵심은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다.

트럼프의 공언대로 미·중 간 통상 마찰은 어떤 형태로든 일전이 불가피하다. 통상정책을 이끌게 되는 신설된 국가무역위원회의 나바로 위원장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대중 갈등 관리 모델이 결국 중국의 대미 도전을 조장했기 때문에 더 이상 유화책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 등 미·중 통상 마찰이 본격화되면 60%에 달하는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이 직격탄을 맞고, 미국식 보호주의에 따라 무역량이 감소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일단 말을 아끼면서도 미국과의 대결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당초 중국은 통상 마찰은 불가피하지만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 조정으로 외교안보적 공간이 생길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외교안보 라인은 군사력 증강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과거보다 강경한 트럼프식 ‘신아시아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도 경기 하방 압력이 거세지만, 11월로 예정된 시진핑 2기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미국에 밀리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고민이 있다. 때문에 군사적 열세 상황에서 일단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나 다자간 통상질서 해체 주장에 대해 ‘자유무역의 수호자 중국’을 계속 강조하는 중이다.

또 미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하다.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 연일 북핵에 대한 강경 대처를 천명하면서 정책 순위에서 밀릴 것으로 예상됐던 북핵 문제가 우선 과제로 대두됐다. 다분히 중국을 의식한 미국의 대북 강경노선은 북핵이나 미사일 실험 등 도발 억지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생존의 문제인 북핵 문제가 미국의 대중 견제 카드로 활용되는 면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중국 역시 한·미·일 안보 구조의 가장 약한 고리인 우리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한층 강력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언제나 국정공백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현실이 된 트럼프 시대를 맞아 조야(朝野)가 힘을 합쳐 점증하는 ‘트럼프식 불안’에 대처하는 필생의 생존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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