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관객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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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8 07:47  |  수정 2017-02-08 07:47  |  발행일 2017-02-08 제23면
[문화산책] 관객만세
김동찬 <대구시립극단 상임단원>

다른 공연 분야의 관객도 마찬가지지만 연극 공연에도 참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직장인, 대학생, 주부, 교수, 기자 등 다채로운 인생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극장을 찾는다. 다른 공연 장르에 비해 다양한 관객층이 객석을 메우는 건, 아마도 연극 공연이 제법 다양한 인간상에 대한 이야기를 피부에 와닿는 표현으로 무대에서 풀어놓기 때문일 것이다.

배우는 관객의 박수를 먹고 산다고 하지 않던가. 평소 별 볼 일 없고 궁핍한 배우라도 ‘커튼콜’ 때 관객의 박수와 환호성이 극장에 울려 퍼지는 순간 자신이 하는 일에 뿌듯한 소명감을 느낀다. 지방에선 흔치 않지만 배우가 새로운 공연을 할 때마다 다양한 선물 공세를 하며 배우를 찾는 팬들도 적지 않다. 반면 배우는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해 많은 사람에게 쉽게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음악회만 해도 악기 연주에 대해 논하기가 쉽지 않지만, 배우의 연기는 인간의 일상과 몸을 표현하기 때문에 아무리 연극에 문외한이더라도 이러니저러니 얘기는 할 수 있다. 그렇게 몸 ‘보시’로 여러 관객에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배우는 분명 행복한 존재이리라.

셰익스피어 시대의 극장엔 유별난 관객들이 많았다고 한다. 주로 무대 바로 앞이 저렴한 서민층의 자리였다. 이들 중에는 술을 마시며 보다가 흥건하게 취해 공연에 몰입한 나머지 배우에게 술병을 던지거나 욕을 하고 싸우는 사람도 있었다.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배우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관객들이 있다. 공연 중 통화를 하며 “나 지금 연극 보고 있어”라며 출입구로 걸어 나가는 통 큰 관객도 있고, 배우의 대사에 “잘 생겼다” “당연하지”라며 친절하게 말대답하는 관객도 있다. 코고는 피곤한 관객, 아무 때나 웃어대는 낙천적인 관객, 관람보다는 서로에 대한 스킨십에 관심이 많은 사랑스러운 관객 등 연극에 등장하는 캐릭터만큼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하는 곳이 바로 극장 객석이다.

연륜이 있는 배우들은 공연이 항상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 순간 당황스럽고 불쾌할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숙성된 추억이 되어 좋은 술안주가 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니 내겐 가장 기억에 남는 관객의 선물이 있다. 젊은 시절 곤충이야기를 담은 가족뮤지컬에서 나비를 잡아먹으려는 사마귀로 분장한 필자에게 날아온 충남 홍성 어린이들의 아우성과 플라스틱 물병이었다. 그랬던 그들도 지금은 꽤 늠름한 청년이 되어있을 것이다.

김동찬 <대구시립극단 상임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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