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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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태기자
  • 20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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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동해안 지역 뇌혈관 환자 골든타임 사수”

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은 “병원을 발전시켜 안정화한 다음 정글과 같은 환경에서 의료봉사를 펼치는 것이 인생의 최종 목표”라며 미소를 짓고 있다.
최근 포항시 남구 이동으로 확장, 이전한 에스포항병원 전경. 경북지역의 유일한 뇌혈관 전문병원이다.
개원 9년 만에 규모 3배 늘어‘제2도약’
직원이 행복할 때 질 높은 의료서비스
일·육아 병행 지원 등 복지에 공들여
정글 같은 곳서 의료봉사 하는게 목표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다. 초등 4학년 때 신장염을 앓아 석 달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의 따스한 손길로 나을 수 있었던 그는 ‘나도 커서 의사 선생님이 될 거야’라고 자신의 미래를 속삭였다.

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52)은 그런 ‘행복한 삶’을 꿈꾸며 의사의 길을 택했다.

경북고, 경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대구가톨릭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됐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논문 계획서를 제시해도 교수회의에서 번번이 거절됐다. 성취감을 느낄 수 없었던 그는 다니던 대학 병원을 박차고 나온다. 뇌혈관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몇 명 되지 않는 시절이었다.

퇴직 후 6곳의 병원으로부터 영입제의가 왔다. 그는 당시 병원장이던 수녀와 6시간의 첫 면담 끝에 포항성모병원을 택했다. 연봉은 최고액을 제시했던 병원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돈에 연연해 하지 않았다. 수녀 병원장과 ‘지역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대로 된 병원을 만들자’는 생각이 통했을 뿐이다. 가난한 목사인 부친께서 평소 ‘돈을 돌처럼 보라’고 한 가르침도 그의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

이곳에서 그는 간호사와 레지던트 등을 가르치며 병원을 키웠다. 2년간의 노력으로 의료진의 질도 높아졌다. 하지만 병원 전체 의료진을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럴수록 촌각을 다투는 뇌혈관 환자를 ‘빠른 시간’에 진료하는 전문병원을 포항에 세워야겠다는 신념은 더욱 확고해졌다. 오직 하나, 지역민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길 원했다.

그는 신념을 실천으로 옮긴다. 2008년 11월 포항시 북구 죽도동에 뇌졸중과 척추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에스포항병원을 개원한 것이다. 개원하자마자 환자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고, 개원 9년 만에 병원 규모는 3배 가량 늘었다. 4명의 의사와 70여명의 직원으로 출발한 병원은 300명 넘는 직원이 함께했다. 새로운 시설이 필요했고, 그는 병원 이전을 꾸준히 준비했다.

지난달 31일 김 원장은 그가 꿈꿔 오던 뇌혈관센터와 척추센터를 포항시 남구 이동으로 확장 이전해 제2의 도약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경북에 하나뿐인 뇌혈관 전문병원인 에스포항병원은 뇌에서부터 척추까지 신경외과 관련 분야의 모든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이 병원에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24시간 당직을 하며 진료하는 게 특징이다. 뇌혈관에 문제가 생긴 응급환자가 언제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처음 환자를 볼 때 끝을 예견하고 환자를 책임진다는 ‘사시관종(思始觀綜)’의 정신으로 건립된 척추센터는 이전보다 업그레이드됐다.

김문철 원장은 “뇌졸중 환자의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치료하지 못하면 이동하는 도중에 생명의 끈을 놓치게 되거나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 우리 병원은 동해안 지역 뇌혈관 환자들의 골든타임을 지켜주며, 척추환자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치료해 주는 곳으로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병원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새로 지은 병원에서는 우선 직원복지에 큰 공을 들였다. 병원 내 어린이집을 지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게 했다. 능력 있는 간호사들이 결혼 후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만 없었던 것. 또 병원 내에 도서관도 설립했다. 도서관에 원어민 영어교사를 채용해 직원과 그 자녀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아이를 둔 직원이 ‘내 아이가 직장 내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마음을 가짐으로써 일의 능률이 높아지고 환자를 대하는 태도도 보다 친절해질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브런치룸도 따로 마련했다. 그 자신이 오랜 수술을 집도한 현장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식사 시간을 놓친 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함이다. 식당 인근에 만든 브런치룸에서 끼니를 놓친 직원들은 24시간 편안히 식사하고 간식도 먹을 수 있게 됐다.

김 원장이 직원들에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병원은 사회에 보탬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장 최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직원이 행복할 때 환자들에게 보다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병원이 가진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서는 결국 좋은 사람들과 오래도록 함께 일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제2의 도약을 이끌고 있는 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은 의외의 포부를 갖고 있다.

김 원장은 “지금 목표는 하나다. 병원을 발전시켜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장으로서의 역할을 마무리하면 사라질 계획이다. 중국 팔로군을 따라 수많은 중국인의 생명을 구한 닥터 노만 베쑨의 삶처럼 언젠가는 정글과 같은 환경에서 의료봉사를 펼치는 것이 인생의 최종 목표”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경북 동해안 주민들이 에스포항병원을 ‘내것’이라는 생각으로 활용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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