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 백두산호랑이 일가족 모두 病死

  •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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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9 07:23  |  수정 2017-02-09 08:45  |  발행일 2017-02-09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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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생후 4개월째인 백두산호랑이 ‘미호’가 어미 ‘금송’의 품에서 자고 있다. 왼쪽은 늠름했던 백두산호랑이 ‘금강’. 이들은 모두 병사하면서 제 수명을 다하지 못했다. <산림청 제공>

백두산호랑이 ‘금강’이 지난 3일 폐사하면서 금강 일가족이 모두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금강 호랑이부부는 2011년 중국에서 열린 국가임업국 간 산림협력회의에서 백두산호랑이 종 보전 노력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면서 국내에 들어왔다. 이 호랑이부부는 2005년과 2004년생으로 금강송을 뜻하는 ‘금강’(수컷)과 ‘금송’(암컷)으로 각각 이름 붙여져 대전오월드 동물원에서 지냈다.

2012년엔 이들 사이에 새끼호랑이가 태어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새로 태어난 새끼호랑이는 암컷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모를 통해 ‘아름답고 복스러운 호랑이’라는 의미의 ‘미호’(美虎)라는 이름을 얻었다. 첫돌을 맞은 2013년에는 미호의 건강한 모습이 일반에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호랑이 가족의 단란했던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15년 7월 어미인 금송이 위궤양과 자궁 폐혈증 등으로 죽었다. 지난해 9월에는 어미를 잃고 아빠 금강과 함께 지내던 미호마저 세상을 떠났다. 가슴 종양으로 9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았지만 버티지 못하고 결국 어미 금송을 따라간 것.

홀로 남은 금강은 지난달 25일 대전에서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금강마저 이송 10일 만인 지난 3일 만성 신부전증에 의한 합병증으로 생을 마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호랑이 가족은 모두 병사하면서 제 수명을 다하지 못했다. 금강을 비롯한 이들 백두산호랑이 가족은 중국땅을 떠나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으로 옮겨와 살 예정이었지만 새 보금자리에 와 보지도 못하고 모두 세상을 떠났다. 백두대간수목원에 마련된 드넓은 ‘호랑이 숲’에서 마음껏 뛰노는 모습을 기대했던 국민의 바람도 사라졌다.

봉화=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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