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오페라 극장에서 만난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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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0 07:44  |  수정 2017-02-10 07:44  |  발행일 2017-02-10 제17면
[문화산책] 오페라 극장에서 만난 행렬
조현진 <성악가, 저널리스트>

미국 뉴욕에 살면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자주 갔다. 지하 1층 주차장 옆을 지나다보면 어김없이 그곳에는 긴 행렬이 있었다. 이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행렬이었으나 또한 어디서나 볼 수 없는 행렬이기도 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그날 오페라 공연 티켓을 싼값에 구입하고자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10시간 가까이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이다. 조그마한 간이의자와 도시락, 신문과 책 같은 읽을거리를 가져와 서로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마치 오후 한때의 피크닉 같은 광경을 연출한다.

어느 날 그들과 함께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추억과 감회가 서려있었고 나는 차마 눈과 귀를 떼려야 뗄 수 없었다. 그들은 40~50년 전부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함께 살았고 그들의 인생 자체가 오페라였다.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들의 특징과 그들의 행로, 커리어를 낱낱이 알고 있는 것은 물론 각 음악의 세세한 음악적 해석과 지식 수준은 그 어느 전문가보다 훌륭했다. 1950~70년대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에피소드를 들을 때는 마치 내가 그 무대를 보고 있는 듯했다. “어젯밤 공연에서 모 테너의 무슨 아리아가 어떠한 점에서 아쉬웠다” “어느 부분은 몇 년 전 같은 오페라에서 이 역할로 들었을 때보다 좋았다” 등 그들의 귀와 머리, 가슴은 단순한 팬이라고 하기엔 훨씬 열정적이며 전문적이었다.

무엇이 이토록 그들을 오페라에 빠져들도록 만든 것일까. 저물어가는 오페라의 인기 속에서도 반세기가 넘는 열정과 사랑을 가진 그들이 있기에 오페라의 희망을 볼 수 있었으나 대다수가 노인층이라는 현실이 안타깝다. 젊은 세대가 아이폰 같은 혁신적인 IT제품, 아이돌 가수의 티켓 등을 위해 며칠 밤을 새우며 긴 행렬을 만드는 것을 뉴스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나이가 다르고 대상이 다르지만 이들에게도 애착과 열정이 있다. 열정이 무엇인지 아는 이런 젊은이들이 왜 오페라에는 열광하지 않는 것일까. 오페라가 옛 사람만의 전유물로 남아 이대로 사양산업이 돼야 하는 것일까.

어느 시대, 어느 예술이나 기존과 다른 시도는 비판받았고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옛 시대의 영광에 안주한다면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침체기에서 벗어나게 한 피터 갤브 단장의 새로운 시도가 그 예가 될 것이다. 새 돌파구를 찾는 시도를 통해 클래식음악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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