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졸업 유감

  • 원도혁
  • |
  • 입력 2017-02-10   |  발행일 2017-02-10 제23면   |  수정 2017-02-10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대구시내 고교는 이미 학교별로 졸업식을 치르고 있고, 대학은 경북대와 대구대가 오는 17일, 계명대 20일, 영남대 22일 등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학위수여식이 이어진다. 원래 대학의 학위수여식을 뜻하는 영어의 ‘커멘스먼트(commencement)’는 시작, 개시, 착수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하나의 길이 끝나면, 새로운 길이 시작된다’는 금언처럼 새로운 일을 맞는 시점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정해진 학업을 마치고 대학, 대학원, 사회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시점이니 새로운 출발은 당연히 축하받을 일이다.

그런데 홀가분하게 학위를 받는 취업생과는 달리 취업을 못한 상당수에게는 졸업이 즐겁지만은 않다. 졸업생 대다수가 기쁨보다 ‘취업빙하기’니 ‘고용절벽’이니 하는 암울한 단어들을 접하면서 좌절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졸자는 많고, 기업들은 경기침체와 미래 불안정성을 이유로 채용규모를 줄이면서 청년백수 실업난은 심화되는 추세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실업자가 되는 젊은이들에게는 졸업이 또 다른 고통의 출발선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몇 년 전부터 각 대학에서는 졸업을 미루는 ‘졸업유예생’이 많아졌다고 한다. 졸업요건을 갖췄지만 쉽지 않은 취업과 졸업 후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으로 졸업을 연기하는 이른바 ‘NG族(No Graduation족)’이다. 이들은 졸업유예 이유에 대해 절반가량이 ‘부족한 스펙을 쌓기 위해서’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외에 ‘막연한 불안감 때문’ ‘기업이 기 졸업자를 기피하므로’ ‘인턴지원 대상이 졸업예정자여서’ 등의 답변이 뒤따랐다. 유명대학 이공계나 사범대 등 일부는 사정이 좀 낫겠지만, 일반적으로 대학 정규과정 4년 안에 취업에 성공하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에 비유되는 요즘이다. 졸업유예제도를 시행하는 대학은 100개를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먹고살아갈 걱정부터 해야 하는 청년실업 해소문제는 어제오늘의 난제가 아니다. 작금의 이 서글픈 현실은 언제쯤 희망 넘치는 구조로 바뀔까. 취업 걱정은 뒷전인 채 밀가루를 뒤집어 쓰고, 날계란 투척 세례를 받아도 즐겁기만 하던 그 옛날 졸업시즌이 그립다. 원도혁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