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청량산(淸凉山·해발 870.4m, 봉화군)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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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0   |  발행일 2017-02-10 제38면   |  수정 2017-02-10
절벽 아래 요새 같은 절집…맑은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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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사 5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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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리를 건너면서 본 풍경. 멀리 안동과 봉화의 산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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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란봉과 선학봉을 잇는 하늘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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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에 만난 오색딱따구리.

청량교 건너 오름길 25분 만에 청량사
12봉우리 연꽃 피어나듯 둘러싼 모습

자란봉-선학봉 잇는 하늘다리 닿으니
뒤로 도열한 산·아래로는 낙동강 물길
센 바람에 아찔하면서도 秘境에 황홀

수직 가까운 철계단 다 오르면 장인봉
건너 축융봉엔 공민왕이 쌓은 청량산성


햇살이 거미줄처럼 퍼져 빈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는 찬바람을 가둬버린다.

햇살을 헤치고 나올 힘이 부치는지 윙윙거리던 바람도 이내 잠잠해진다. 영하권에 맴돌고 있는 기온이지만 어깨가 움츠러들 만큼의 추위는 아니다.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눈다운 눈을 만나지 못하고, 눈 소식이 있는 산만 찾아 다녀보지만 도착하면 이미 녹아내린 뒤다. 이번 산행도 딱 한 발이 늦었다.

이번에 찾은 산은 도립공원인 봉화 청량산이다. 청량산은 봄·가을이면 줄지어서 오를 만큼 찾는 이가 많은 산이지만 겨울철에는 한적하리만큼 인적이 드문 산이다. 청량교를 건너 청량사 입구인 선학정 앞 주차장에 이르는 도로가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얼어붙어 빙판을 이루고 있다. 이 정도면 정상 부근에는 눈이 남아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청량사로 오르는 포장길을 오른다. 차량이 오를 수 있는 시멘트 포장길이지만 경사가 급한 길이다. 지그재그로 된 숨찬 오름길을 25분가량 오르면 우람한 절벽 아래에 요새 같은 절집이 터를 잡고 있다.

맨 먼저 안심당이 길손을 반기고 그 뒤로 종각을 지나면 청량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뒤로 어풍대를 배경으로 오밀조밀하게 전각들이 배치되어 있다. 청량사는 신라시대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하고, 조선시대 풍기군수 주세붕의 ‘유청량산록’에 연대사라 적혀있다. 후에 청량사로 바뀌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20여개의 암자가 있었으나 지금은 청량사 법당인 유리보전과 요사채가 있고, 금탑봉 아래에 응진전이 남아 있다. 주세붕이 청량산을 유람하면서 명명한 12봉우리가 청량사를 중심으로 연꽃이 피어난 것처럼 둘러싸고 있다.

또한 퇴계 이황이 공부한 장소에 후학들이 세운 청량정사와 통일신라시대 때 서예가 김생이 글씨 공부를 한 곳으로 알려진 김생굴(金生窟)이 있고, 문장가 최치원이 수도했다는 풍혈대 등도 자리하고 있다. 청량사 경내를 한 바퀴 둘러보고 유리보전 왼쪽으로 돌아나가면 ‘하늘다리’로 적은 이정표가 나오는데 여기부터 본격적인 산길이 이어진다.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이어서 숨 고르듯 쉬엄쉬엄 오른다. 5분 정도 오르니 자소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인데 산불 예방을 위해 탐방로 출입 통제를 알리는 현수막을 걸어두고 길을 막아두었다. 자소봉을 오르지 못하고 직진해서 곧장 오르는 길을 잡는다. 경사는 점점 더 가팔라지며 좁은 골짜기 사이로 난 계단 길이 이어진다. 꼬박 30분을 올라 주능선이 이어지는 삼거리인 뒤실고개다. 오른쪽은 자소봉을 향해 철계단이 놓여있고, 진행은 왼쪽 하늘다리 방향이다. 능선 왼쪽은 남쪽 사면이라 하루 종일 햇살을 받는 반면 능선 오른쪽 북사면에는 5㎝가량의 잔설이 남아 있다. 바람에 몰려 쌓인 곳은 발목까지 빠지는 곳도 있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7분 정도 지나면 민둥한 봉우리를 지나는데 자란봉이다. 이 봉우리를 넘으면 다음 봉우리인 선학봉과 잇는 하늘다리가 놓여 있다. 두 봉우리 사이에 놓인 현수교 앞에 서니 와이어와 구조물에 부딪혀 윙윙대는 바람소리 때문에 선뜻 건너지 못하고 주춤거리게 만든다. 중간쯤 건너는데 바람에 살짝 흔들린다. 머리에서 난간을 붙잡으라는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손은 벌써 굵은 와이어 구조물을 잡고 있다. 그 와중에도 정면 왼쪽으로 보이는 바위 봉우리에 시선이 멈춘다. 뒤로는 안동·봉화의 산들이 도열해 있고, 그 아래로 낙동강이 흐르는 풍경이 한 폭의 실경산수화다. 하늘다리를 다 건너 뒤돌아본 자소봉과 그 뒤로 연적봉·탁필봉이 나란하다.

작은 계단을 지나 선학봉을 넘으니 오른쪽 북사면을 따라 길게 계단이 놓여 있다. 눈이 얼어붙어 빙판에 가까운 길이지만 계단이라 큰 어려움 없이 내려선다. 작은 안부를 만나는데 왼쪽은 청량폭포, 정면은 장인봉을 오르는 갈림목이다. 장인봉을 올랐다가 되돌아 나와 하산을 하게 될 지점이다. 장인봉까지는 300m. 오른쪽으로 모퉁이를 돌아나가니 철계단이 놓여 있다. 마지막 10m 정도는 수직에 가까워 양쪽 난간을 잡고 올라야 할 정도다. 계단을 다 오르면 민둥한 봉우리에 올라서게 되는데 청량산 12봉우리 중 최고봉인 장인봉이다. 정상 표석과 돌무덤이 있고, 청량산 안내도가 나란하다. 사방이 트여있지만 작은 나무들이 가려 시원스럽지는 않다. 오르던 길에서 직진해서 30m 정도만 내려서면 철제 난간을 두른 전망대가 있다. 오른쪽 멀리 각화산과 이어지는 태백산 자락, 정면으로 소백산, 왼쪽은 청량산 도립공원에 속하는 축융봉이 마주하고 있다. 축융봉 산허리를 따라 산성이 둘러쳐져 있다. 청량산성으로 불리는데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와 쌓았다는 산성이다.

장인봉에서 안부 삼거리까지 되돌아 나와 청량폭포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도 대부분 계단길이다. 경사가 가팔라 무릎이 시큰거릴 정도다. 톡톡, 톡톡톡 소리에 이끌려 시선을 옮기니 나뭇가지를 타고 딱따구리가 열심히 먹이를 찾는다. 토실토실 살이 오른 오색딱따구리다. 화끈거리는 무릎도 진정시킬 겸 한참을 서있었는데도 아랑곳 않고 먹이사냥에만 열중이다.

삼거리에서 15분 정도 내려서니 왼쪽으로 함석지붕을 올린 민가 몇 채가 있다. 여기에서 병풍바위 아래를 지나 청량사 방향으로 가는 길도 있지만 낙석이 잦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막아두었다. 5분 정도 더 내려서면 두들마을로 가는 갈림길을 만나는 지점에 시멘트 포장길이 나온다. 포장길이기는 하지만 경사가 가팔라 이곳도 지그재그로 길이 나 있다. 10분 정도 내려서면 도로를 만나는데 도로 바로 건너편에 청량폭포가 있다. 높이 10m 남짓한 폭포에는 얼음기둥과 고드름이 주렁주렁 열렸다.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오전에 올랐던 선학정 주차장에 닿는다. 바위봉우리와 절벽이 주름치마를 두른 것 같은 절묘한 조화를 이룬 산을 한 바퀴 돌아내려오고도 하루가 여유롭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선학정-(25분)-청량사-(35분)-뒤실고개-(10분)-하늘다리-(7분)-청량폭포 갈림길-(10분)-정상(장인봉)-(7분)-청량폭포 갈림길-(20분)-병풍바위 갈림길-(15분)-청량폭포-(10분)-선학정

청량산은 마주한 축융봉을 포함해 1982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봄·가을이면 찾는 이가 많은 알려진 산이지만 겨울철에는 비교적 한적한 편이다. 입석을 들머리로 잡아 김생굴을 지나 연이은 봉우리를 돌아내려오는 코스, 청량사로 바로 올랐다 내려오는 코스 등 다양하게 잡을 수 있어 좋다. 소개한 코스는 청량사와 하늘다리 등 주요 구간을 지나며 한 바퀴 돌아내려오면 약 6㎞로 4시간이면 넉넉하다.


☞ 교통

중앙고속도로 남안동IC를 빠져나와 914번 지방도로를 따라 5번 국도와 만나는 운산교차로까지 간다. 영주·안동 방향으로 약 11㎞를 가면 영호대교와 천리고가교를 차례로 지난 다음 35번 국도 시청·도산서원 방향 길을 따른다. 도산서원을 지나 약 30㎞를 가면 청량산 입구 청량교가 나온다. 청량교에서 ‘청량지문’을 지나 약 2㎞를 가면 청량사 입구 선학정 주차장에 닿는다.


☞ 내비게이션

봉화군 명호면 청량산길 199-152(청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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