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온천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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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3 07:57  |  수정 2017-02-13 07:57  |  발행일 2017-02-13 제22면
[문화산책] 온천 기행
신문광 <화가>

겨울바람이 제법 쌀쌀한 아침에 차를 몰고 북쪽으로 2시간 거리의 온천 지역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지금쯤 서울을 출발하여 남쪽으로 역시 2시간 정도 오는 아들 내외와 만나기로 하였다. 마침 중간 지점이라 공평하다.

북쪽 지역에는 그저께 눈이 내렸다더니 고속도로 양옆의 산들이 희끗희끗하게 그림처럼 보이고 멀리 문경새재는 역시 큰 산답게 시야를 시원하게 채워준다.

오랜만의 나들이라 다 새롭다. 온천 지역으로 가까이 갈수록 산으로 둘러싸여 그런지 눈이 덜 녹아 산비탈의 나무들 사이로 하얗게 반짝거리는 풍경이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도로가 미끄럽지 않을까 걱정됐다. 그러나 요즘 도로는 생각보다 안전했다. 이정표에는 월악산이라고 되어 있고 기온은 한낮인데도 영하 12℃까지 내려갔다.

모처럼 집 밖에서 만난 가족들은 지방 특산물인 꿩 샤브샤브를 점심으로 먹어 보기로 했는데, 역시 유명 관광지답게 맛은 별로였다. 자주 먹어 볼 수 없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에 그쳤다.

예약된 숙소를 찾아 가방 내려놓고 바로 온천으로 갔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 잠시 기다려 옷장 열쇠를 받았다. 영업 방식 같은 것이 일본 온천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심지어 관리인도 모두 일본처럼 노인이었다.

온천수는 43℃ 정도로 잠깐은 피부가 따끔거렸으나 금방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노천탕은 탕 안에 앉아 있으면 소나무 숲이 보이지만 바람이 차가워서 얼굴은 시리고 몸은 따뜻하니 이런 것이 왜 좋은지 알 수 없는 마음이 들어 이내 그만두었다.

밤에는 가족들의 이야기 시간이 되어 누워서 뒹굴며 서로 쳐다보는 자체가 행복했다. 세월이 흘러 벌써 아들에게 의지해야 하는 차례가 되었는가 하는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충주 미륵대원지에 갔다. 산길로 해발 540m라고 쓰여 있는 두릅재를 넘어서 주차장에 차를 두고 다시 눈밭을 밟으며 20분 정도 걸어갔으나 공사 중이라 미륵불상은 보지 못하고 흰 눈발을 덮어쓴 6층 석탑을 만났다. 오랜 세월이 내려앉은 석탑은 조용한 오후의 햇빛을 받으며 아름답고 엄숙해 보였다.

돌아올 때는 도로가 살짝 얼어서 긴장했다. 찬바람 속을 다녔으니 다시 온천 목욕을 한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채 세월이 자꾸 흘러가기 전에 가족들과 자주 오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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